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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서 May 18. 2023

파리 쥬얼리샵에서 100만원 넘게 쓴 이유

세르쥬 토라발(SERGE THORAVAL), 팬덤 만드는 브랜딩의 귀재

이번 파리 여행 중 저희는 마레지구의 한 쥬얼리 샵에서 100만원 넘는 돈을 쓰고 나왔어요. 까르띠에 아니고, 샤넬도 아니고, 저희가 재벌집 막내딸들인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한 세트에 40만원이 넘는 세르쥬 토라발 반지
serge thoraval 공식 홈페이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반지들은 1세트에 약 3~40만원 정도 합니다. 악세사리 치고 가볍게 살 수 있는 금액대가 아니었음에도 친구 따라 간 파리 반지가게에서 한명은 반지 3개, 한명은 1개, 한명은 이어커프 1개를 사고 나왔습니다. 모두 어딘가에 홀린듯이 사고 나와선 "이 반지를 사게 돼서 진짜 행복하다"고 했어요. 이쯤에서 궁금해지죠... 이 쥬얼리 샵의 매력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악세사리 치고 큰 돈을 쓰고도, 아까운게 아니라 행복할 수 있을까? 


큰 돈을 지불하고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브랜딩의 정수와 같은 곳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 브랜드의 전략들을 따라만 해도,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패션 인플루언서의 소개

FEVER FILM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반지


이 샵으로 저희를 데려간 친구는 한 인플루언서의 소개로 알게 돼서 꼭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전 이 얘기를 듣고 '인플루언서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바쁜 여행 일정이라 그 친구가 다른 곳들은 다 패스해도, 여기는 꼭 가고 싶다고 했거든요. 파리 여행에서까지 이렇게 간절하게 찾아가고 싶게끔 만드는게 이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직접 이 브랜드를 경험하기 전까진 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인지를 하게 되고, 내가 꼈을 땐 어떨지 상상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2. 의미가 담긴 제품



아무리 인플루언서가 소개해줬더라도, 제품 자체가 특별하지 않았다면 100만원까지 쓰진 않았겠죠? 세르쥬 토라발은 반지에 프랑스 시인의 시 구절을 새깁니다. 프랑스어로 되어 있기에 바로 알 수 없었던 저희는 다같이 반지에 쓰여진 문구를 파파고 번역으로 찾아봤습니다. 뜻이 나오자마자 저희는 입을 틀어막고 감동에 빠져버렸습니다.... 


친구가 산 반지에는 c'est a partir de toi que j'ai dit oui au monde 라고 새겨져있었는데, 이 뜻은 바로 

It was from you that I said yes to the world.



너를 만나고부터 세상에 yes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라니...! 


이 구절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제 해석은 원래는 항상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부터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됐다는 뜻이 아닌가 싶었어요. 사랑을 하게 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들 하죠. 원래는 비가오면 비가 와서 싫고, 날씨가 좋으면 쓸데없이 왜 날씨가 좋지 나갈데도 없는데, 하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낭만적이라 좋고, 날씨가 좋으면 같이 걷기 좋아서 좋아지는 것 처럼요. 


워낙 뜻이 너무 로맨틱하기에, 저희는 이 반지 뜻을 보고는 나중에 결혼할 때 커플링으로도 좋겠다까지 얘기하게 됐어요. 너무 멋지고 의미있지 않나요? 


여기에 더해... 저희의 마음을 더 뒤흔든 얘기가 있었습니다.



3. 진정성 담긴 브랜드 이야기


직원인줄 알았던 쥬얼리샵에서 저희를 안내해주시던 백발의 할머니가 알고보니 이 브랜드 세르쥬토라발의 사장님이셨고, 원래는 남편분이 만들었던 브랜드라는 것과 함께 히스토리를 이야기해주셨어요. 원래 프랑스 시를 반지에 담아 판매하시던 남편분이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시게 되고, 아들과 함께 브랜드를 이어서 지키고 있다 하셨습니다. 


serge thoraval 브랜드의 창시자


4. 작업 과정 공개


지금도 안에서 아들분이 만들고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정말 안쪽을 슬쩍 보니, 작업 공간이 보였고, 누군가 집중해서 반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세르쥬 토라발은 이런 작업 과정을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서도 꾸밈없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피드의 사진들은 너무나도 우아하고 세련된 악세사리들의 깔끔한 이미지로 채워져있지만, 스토리를 보면 이 반지들이 장인의 어떤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가깝게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ergethoraval/


serge thoraval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나오는 작업 과정



5. 최소한의 옵션



악세사리를 구매하러 가서, 너무 많은 종류가 빼곡하게 늘어져 있어 고르기 어려웠던 경험, 모두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동대문을 가지 않더라도, 가로수길이나 강남이나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악세사리 갑판대에서도 너무 많은 종류에 어디서 어디부터 봐야할지, 이게 더 예쁜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세르쥬 토라발은 선택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애초에 골라야 하는 옵션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어떤 문구와 디자인이 나에게 맞을지 차분히 선택할 수 있어요. 이거 하나하나 다 어떻게 보지, 다 껴보면 민폐겠지 하는 초조함도 주지 않습니다. 


디자인 자체도 모두 심플하기에, 두께와 문구만 신경쓰면 됩니다. 딱 기분 좋은 정도의 가짓수만 우아하고 기품있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공간 마저 브랜드처럼 시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런 우아한 분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인터넷으로만 볼 때보다 지갑을 여는 것에 더 관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값에는 이 우아하고 시적인 공간을 경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겠죠. 






저는 이번 경험으로, 이후레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면 저희의 마음을 움직였던 포인트들을 모두 기억해두고 그대로 차용할 것 같아요.


1. 닮고 싶은 인플루언서의 소개

2. 의미가 담겨 있는 제품

3. 진정성 있는 스토리

4. 신뢰를 주는 작업과정 공개

5. 선택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최소한의 옵션


SERGE THORAVAL은 이 다섯가지 전략으로 모두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인지시키고, 가치소비를 자극시키는 '의미가 담긴 제품', 팬덤을 만드는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 신뢰를 주는 제조 과정 공개, 선택의 스트레스가 없는 최소한의 옵션... 모두 책에서 많이 본 개념들입니다. 살아있는 팬덤 만들기의 귀재가 파리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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