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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지원 Apr 06. 2023

전지적 작가 시점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악인이라 할지언정 좀처럼 미워하지 못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그가 시퍼렇게 날이 선 말을 내뱉기까지의 과정 혹은 생각.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을 수밖에 없던 그만의 사정 ㅡ 가난한 집, 폭력적인 부모 아래 자라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수단이었다는 식의 자세한 뒷 이야기ㅡ 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실에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타인을 이해하려 하는 시도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에, 굳이 그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해석이 더 맞겠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우리는 자주 타인을 납작하게 이해하기에 이른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늘 밝고 유쾌한 사람에게도 그늘이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는 이도 누군가에게는 활짝 미소를 짓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괜찮다는 말 뒤에 진짜 괜찮지 않은 마음을 상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너무 쉽게 서로를 미워했던 것이 아닌가.


/사진 @kimtet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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