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유 Nov 04. 2023

손님의 컴플레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고객님, 만족은 셀프입니다

우리 집은 요즘 신축 펜션들에 비해 시설이 많이 노후되었다. 모텔 건물을 인수해 리모델링했던 터라, 펜션과 모텔 그 중간 어딘가 모호한 정체성을 띄고 있으며, 외관이 낡고 오래된 인상을 준다. 다행히도 숙소를 찾아오는 손님들 중 과반수가 50대 이상이기에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을 아늑하고 편안해하기도 하지만 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은 손님에게나 주인에게나 치명적이다.


"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말이 되냐!?"

"아니, 뭐 이런 데를 예약했어!"

"에휴! 이걸 어떻게 올라가!"


목소리 큰 사람들이 꼭 면전에서 투덜투덜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별안간 따발총 공격을 당한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아버지는 속상한 마음에 "그럴 거면 산에 왜 온 거야!" 하며 손님이 떠난 자리에 성을 내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높은 산을 타러 왔어도 숙소 계단은 타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이다.


'산에 놓인 계단'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라'운동'으로 여겨지지만, '숙소 계단'은 당연히 누려야 할 휴식을 방해하는 '고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련이 되어  "산타기 전 예행연습 한다고 생각하셔요~"랄지, "이거 타면 알 다 풀려요~", "처럼 너스레를 떨지만 초반에는 참 애를 많이 먹었다.


엘리베이터 외에도,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잘 안 되는 점, 수압이 약한 점, 화장실 인테리어가 아주 빈티지하다는 점, 산 속이라 벌레가 나온다는 점 등등.. 손님들의 불만사항은 끊이지 않았다. 초반에는 손님들의 불평을 들을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숙소에 대한 불만이 아닌, 이 숙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불편사항을 개선하지 못한 우리(나)를 향한 비난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만사항들 들을 때마다 모두 공감했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불편한 공간이라 죄송했고, 가끔은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버는 족족 수리하고, 새로운 물품을 구비하는데 썼다. 손님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명확한 기준이란 건 없었다. 아무리 개선을 해도 불평할 사람은 어떤 꼬투리라도 잡아서 불평하는 법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 숙소에는 최악의 숙소라며 온갖 흠을 잡아 컴플레인 거는 진상과 최고의 숙소라며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단골손님이 공존했다.


안 좋은 점을 찾으며 불평하는 손님은 불쾌한 마음으로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이고, 좋은 점에 집중하며 만족하는 손님은 편안하게 하룻밤을 잘 쉬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화내면 네 손해라는 말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누군가는 양질의 휴식을 하고, 누군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할지는 온전히 손님의 몫이다. 내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는 좋다고 하니 '타인의 만족'은 내가 손 델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고객님, 만족은 셀프입니다


여러 손님들을 만나며 그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하려 애쓰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다가 깨달은 결론이었다. 손님의 반응에 끌려다니면,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이 악화되고, 그럼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니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불평하는 손님들에게 집중하며 쩔쩔맬게 아니라, 우리 집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에게 집중하며, 열과 성을 다해 나의 집을 사랑해야 한다.


낡고 노후된 건물이지만,

1) 흰색 호텔침구를 사용하고, 매번 교체하니 위생적이다.

2) 등산로 5분 거리, 등산객에겐 최고의 숙소다.

3) 숲에 둘러싸여 있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4) 1층에는 미술관이 있고, 건물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어 휴식과 더불어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5) 차로 15분 거리에 바다, 차로 5분 거리에 엑티비치 놀이시설, 걸어서 5분 거리에 산과 계곡이 있다. 등산, 물놀이, 액티비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입지다.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어떤 타깃을 잡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을 상쇄키기기도, 단점이 장점을 상쇄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두고, 단점만 들여다보며 한숨만 땅이 꺼져라 내쉬고 있었으니, 내가 뿜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단점에 꽂혀 한숨을 내쉬는 자영업자가 있다면, 종이를 꺼내어 장점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길 바란다.


공간을 못마땅해하며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 하면 일이 재미없고 힘들다. 하지만 내 공간을 충분히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더 나은 공간으로 가꾸는 일은 나를 더 기운 나게 만든다. 단점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왕 하는 거 즐겁게 해야지!


나도 불평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불만족스러울 때, 긍정회로를 돌리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보다 남 탓을 하는 게 더 쉽다.  나는 동해에 오고 나서 힘들 때마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도시를 탓하고, 주변 사람들을 탓하고, 내 운명을 탓했다. 손님의 불행과 불만족은 애써 책임지려 하면서, 정작 나의 행복과 만족에는 무책임했다.


고객 만족도 셀프
근무 복지도 셀프

소비자가 제품에 만족하고, 이용자가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은 모두 셀프다. 그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근무 복지도 셀프다. 고객만족과 근무 복지는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밀당을 잘해야 한다. 밀당에 실패하면 건강을 잃거나, 생기를 잃거나, 손님을 잃을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자영업자로 살아가면서 근무 복지를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나도 잘 챙기지 못하고 있으므로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가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효리네 민박을 꿈꾸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