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letterpot Nov 23. 2021

다이어트는 평생이라는 말에 대한 반박

Listen to your body

'다이어트는 평생이다'라는 말을 아마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단기 목표를 세우고 운동과 식단 관리를 무리하게 하는 사람에게 완급 조절을 하라는 의미도 쓰이기도 하고, 잘해나가다 무너져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로 건네지기도 한다. 이번 다이어트를 끝내면 먹고 싶은 것이 잔뜩 계획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절망처럼 들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좌우명이 되어 의지를 다지게 하기도 한다.


다들 다이어트는 평생이라고 하니, 그냥 '그래 그런 건가보다' 하며 무의미한 시작과 흐지부지한 결말을 반복하기 일쑤다. 그렇게 우리는 다이어트를 끝내지 못한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다이어트의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어차피 평생'이라는 말로 이 비극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만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결코 당신의 숙명이 아니다.




어쩌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 되었을까.


사실 이 말은 조금 더 나아지고픈, 성장에 대한 우리의 본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란 짐작을 해본다. 모든 사람에겐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가시적인 성장의 방법 중 하나이다. 다이어트 성공 후, 몸의 변화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더 당당해진 마음의 변화도 함께 경험했다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문제는 집착이다. 살을 빼 본 사람도, 살을 빼지 못한 사람도 다이어트를 놓지 못하고 집착한다. 늘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있는데, 살을 빼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자신의 모습이 사막에서 보는 신기루와 같다. 그저 환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목표를 세운 것은 자신이지만 스스로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다이어트를 놓지 못한다. 언젠간 빼고 싶으니까.


한편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살 뺀 것을 유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첫 번째 그룹은 살을 뺀 것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다이어트를 한다. 이전과 똑같이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해도 살이 빠지는 속도는 더디기에 이 그룹은 지쳐간다. 하지만 역시 다이어트를 놓을 순 없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죽을 만큼 싫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룹은 목표 체중에 도달하자마자 다이어트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어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이어트의 지독한 법칙 중 하나는 하면 할수록 살 빼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두 그룹의 공통점은 그렇게 살이 빠진 상태에서야만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깊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고, 차이점이라면 두 번째 그룹의 사람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비슷한 듯 보여도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다른 마음으로 우리는 다이어트에 발이 메여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당신이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상상이나 가는가. 나는 풀려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가벼운지, 세상에 다이어트 말고도 얼마나 할 게 많은지 말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살을 빼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하는 태도는 완벽할 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이면 된다. 당신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모든 껍데기는 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생각해보자. 밤송이는 작은 밤알을 지키려 뾰족해졌고, 다른 동물처럼 도망갈 수 없는 조개는 자신의 껍데기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껍데기를 지키기 위해 알맹이를 망가뜨리고 있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살만 빼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 마음이 당신이 당신으로 살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살을 빼는 것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단지 당신 안에 오래 묵어 있었기에 진실이라 믿지는 않았는가. 분명한 것은 당신이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은 다이어트가 아닌 당신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집착하지 말자. 집착하지 않는 척하며, '평생'이라는 말로 유예하지도 말자. 당신의 알맹이가 단단해진다면 껍데기는 어떤 모양이든 상관없다. 진정한 성장과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