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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Jul 21. 2019

베니스에서

지난 날의 일기 다시보기

2017년 2월 14일 일기 중에서


베니스에 온 이래 가장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난 차가운 도시가 아니야. 따뜻한 도시라고!” 베니스가 말했다.

거리의 사람들도, 상점의 주인과 서버들도 더 화창한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지도없이 여행하기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지금 이 일기를 쓰고있는 역 옆의 노천카페도, 광장에서 사진을 찍었던 예쁜 언니들도.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포레토 2번을 타고 종점으로 갔다. 산마르코 광장이었다.

저녁의 광장과 낮의 광장은 그 광장안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부터 달랐다.

젊음이 느껴지는 거리에는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추억을 남기기 가장 쉬운 방식으로.


우리도 지금껏 부끄러워 남기지 못했던 추억을 남겨보기로 했다. 화려한 코스튬과 무대매너를 고루 갖춘 언니들과 찍는 사진은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다. 코스튬을 입고 프로페셔널한 동작과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며, 저것은 취미인가 직업인가를 의심케했다. 그정도로 완벽했고 아름다운 몸짓이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우리는 카페로 갔다.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한두시간 남았기 때문이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따가운 햇살, 친절한 서버, 우유가 가득한 카페라떼,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놓는 가족, 연인, 친구들. 이 공간, 이 시간은 온갖 행복한 것들고 가득찬 순간이었다.


베니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 짠기 가득한 동네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꺼라고 생각했다. 동네 전체가 디즈니 랜드의 원더랜드 테마에 들어왔다는 인상을 들게했기 때문이다. 그 속에 나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처럼, 모든 것이 완벽히 연출된 카메라 세트장 안에서 몰래 카메라를 당하는 주인공 같았다.


너무나 완벽하게 연출되서 끝나지 않았으면 했던 것.

이미 끝나서 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탔지만,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꿈처럼 내겐 기억될 것이다.


그곳에서의 순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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