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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Feb 21. 2021

[첫방 리뷰] 시지프스 vs 빈센조

얼렁뚱땅 드라마 리뷰


일단 이 글을 클릭한 당신,
필자를 믿고 한 번 빈센조와 시지프스 첫방을 보도록 하자.
첫방을 볼만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추천추천.



# 빈센조와 시지프스, 봐야 하는 이유 

1. 배우


MHN포토

내가 드라마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기준은 드라마의 메인 롤을 맡은 배우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빈센조>와 <시지프스> 두 작품 모두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빈센조>에는 최근 <승리호>에서 다시금 리즈를 찍은, <아스달 연대기>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송중기 배우가 나온다. <시지프스>에는 얼마 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티켓을 매진시킨, <비밀의 숲 2> 이후 빠른 시일에 다시 돌아온 조승우 배우가 등장한다. 두 배우 모두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배우들인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다른 의미로 기대감을 준다.

사진제공:JTBC

송중기 배우는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의 전속 변호사를 연기하는데, <태양의 후예>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와 재치 있는 모습들은 물론 <착한 남자>의 마루처럼 입체적인 모습들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조승우 배우는 <비밀의 숲>, <라이프>와 같은 전작들에서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이번 드라마에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천재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직전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돼 더 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 시지프스와 빈센조, 봐야 하는 이유 

2.  캐릭터

<시지프스> 첫 화를 본방 사수하며 ‘이 드라마 재밌겠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드라마 홍보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드라마 홍보는 천제 공학자 태술(조승우 분)을 구하러 온 구원자 서해(박신혜 분)를 중심으로 ‘두 세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부분은 태술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태술은 아이언맨 1에서의 로다주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여성편력이 있으며 돈 많고(IT 기업 총수)에 똑똑한 공학도인 태술은 커서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소녀의 팬레터에 이렇게 답한다.


<시지프스> 1화 스페셜 클립 중에서 / 출처: 네이버 TV


그의 경호원과 친구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2학년 5반 이혜나 양이 나랑 커서 결혼하겠대. 답을 어떻게 해줘야 하나? 이렇게 쓸까? 혜나 양, 혜나 양이 결혼 적령기쯤 되면 이 아저씨의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짧아질 대로 짧아져서 더 이상의 세포 분열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더욱 건강한 세포와 만나도록 하세요.”

“이해 안 돼? 그럼 이렇게 쓸까? 혜냐양, 그때쯤에는 아저씨가 국민연금이 나와요.”

이과적 모먼트와 문과적 유머러스한 모먼트가 공존하는 국민 공대 오빠의 탄생이다.



<빈센조>는 송중기 배우가 연기하는 빈센조 말고도 홍차영(전여빈 분)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신선하다. 우선 <빈센조>는 자신의 보스의 장례식 장에 자신 가문의 농장을 뺏어간 마피아 조직을 찾아가 협상이 결렬되자 포도밭 전체를 태워버린다. 이렇게 강단 있는 캐릭터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아마추어 택시 사기꾼에 속아 주머니가 털린다든지, 오래된 숙소에서 샤워를 하는데 물줄기가 끊겨 나와 애를 먹는다든지, 상가 세탁소에서 이태리 장인제 슈트 가지고 주인과 말싸움을 한다든지 하는 장면은 끊임없이 시청자를 웃게 한다. 전반적으로 빈센조가 멋있다(80%)에 재밌기까지 하다(20%)는 인상을 준다.


거기에 홍차영과 홍유찬(유재명 분) 부녀가 보여주는 케미와 재미도 만만치 않다. 한쪽은 정의를, 한쪽은 권력과 돈을 비호하는 변호사로 나온다. 같은 재판장에서 아버지는 바벨 제약에 맞서 싸우지만 그의 하나뿐인 외동딸은 바벨 제약을 위해 싸운다. 재판이 끝나고 유찬이 딸에게 ‘담배나 하나 주고 가’라고 하는 장면이나, 친권 포기 각서를 보내는 장면은 압권. 전체적으로 대사나 씬 별로 재미 요소가 두루 포진해있어 꽤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박재범 작가의 이전 작(<김 과장>이나 <열혈 사제>)들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들이다. 캐릭터의 관계성에 기초한 서사와 대사와 씬들을 통한 재미가 탄탄하다. 이는 분명 송중기라는 메인 롤 배우를 제외하고 서라도 <빈센조>를 봐야 하는 이유들이 되어준다.   



# 시지프스와 빈센조, 봐야 하는 이유 

3. 소재가 주는 재미



출처: 네이버 TV <시지프스>

<시지프스>는 <시그널> 이후 무수히 등장했던 타임워프 물과는 어떤 다른 재미를 줄지 궁금해지는 드라마다. 형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태술이 미래 혹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형이 지닌 향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나인:아홉 번의 시간 여행(2013)>과도 비슷하다. <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태술과 사해가 오가는 세계의 범위가 시간 말고도 공간으로 넓어졌으며, 그 사이엔 ‘외국인 출입국 관리소’로 불리는 악의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그를 구원하는 강서해(박신혜)의 등장 이후 그녀가 가진 슈트 케이스와 그녀가 온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장르물 소재가 주는 재미를 증가시킨다.



<빈센조>는 박재범 작가의 <김과장>의 회사 경리부 사원들, <열혈사제>의 신부와 검사를 잇는 오피스 활극 시리즈이다. 박재범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가 익히 알던 경리부 사원들, 신부님과 검사님을 신선하고도 역동적인 모습으로 표현해낸다. 이번엔 각기 다른 세 캐릭터의 변호사들(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출신의 빈센조, 국선 변호사 홍유찬과 권력을 비호하는 대형 로펌에 속한 그의 딸 홍차영 변호사)이 바벨 기업을 중심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갈지 기대된다.




배우와 캐릭터, 소재와 기획을 포인트로 첫방에서 볼 재미 요소를 꼽아봤다. 이런 요소들 만으로도 1화 방송들을 챙겨볼 가치가 있단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만, <시지프스>에서 나름 귀엽게 포장한 바람둥이 태술의 캐릭터를 이후에 어떻게 그릴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남긴 한다. 태술의 이미지를 너드미가 있지만 인기도 많은 공대남으로 설정해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려는 점이 분명해 보여서 이후에 사해와의 관계가 진전되며 자연스럽게 사라질 문제일 것 같긴 하다. <빈센조>는 전여빈 배우가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줬던 또라이 기질이 있는 당찬 은정 캐릭터와 어떤 차별성을 가진 차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1화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빈센조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많이 보지 못했지만) 약간 과한 느낌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변호사 캐릭터를 활용해 전여빈만의 홍차영을 보여줄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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