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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Aug 09. 2019

운동하는 워킹맘 마크업 개발자 김효진 님

Women at Work 1편

Women at Work 첫 번째 인터뷰이는 마크업 개발자 김효진 님입니다. 효진 님은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마크업 개발자로 일을 하고 계십니다.


효진 님, 안녕하세요. 첫 번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15년째 마크업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김효진입니다. 첫 인터뷰 주인공으로 잡아 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마크업 개발자라는 직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먼저 마크업 개발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누군가 마크업 개발자에 대해 궁금해하면 집 짓는 과정을 비유해서 설명하는데요. 웹사이트가 집이라고 하면, 디자이너가 도면 설계를 하지요. 마크업 개발자는 그 도면대로 집의 구조를 잡고 뼈대를 세우는 사람이에요. 다른 개발자들이 설비를 놓고 시설을 넣을 수 있게끔 전체적인 틀을 잡는 거죠. 그 이후에 다른 개발자들이 전기나 수도 같은 설비를 놓고 집이 완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해줍니다.

정리하자면 웹사이트의 구조를 미리 예측하고 디자인을 문서화시켜서 전체적인 틀을 잡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과 개발 모두 시간이 한참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마크업을 먼저 하고 개발로 넘어가면 그냥 개발을 했을 때보다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제가 3일 걸려서 구조를 짜서 개발팀에 넘기면 반나절 안에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디자인과 개발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겠네요. 효진 님은 어떻게 마크업 개발자를 하게 되셨나요?

저는 처음에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어요. 웹 초창기 시절에는 마크업을 디자이너가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서 디자이너지만 디자인과 마크업 업무를 다 했지요. 웹 표준이 상용화되면서 마크업과 디자인이 나누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마크업 개발로 완전히 전향해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열일 하시는 효진 님, 일, 육아, 운동에 유튜브까지 하신다! 출처: 김사과AppleKim YouTube

그럼 학생 때는 디자인을 전공하신 건가요?

고등학교 때 디자인 전공을 했고, 대학교는 공대를 나왔어요. 하지만 개발에만 치우친 커리어는 저한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디자인은 저한테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새로 창작을 하는 일보다는 구조를 짜고 그에 맞춰서 작업을 하는 것이 저한테 딱 맞는다고 느껴졌어요. 그 시점에 마침 웹 표준 바람이 불어서 자연스럽게 마크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에서 조금씩 마크업 업무의 비중을 늘리다가 이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마크업 개발자가 되었지요.


마크업 개발자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꼼꼼한 사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팀원들이랑 함께 일을 해보면 꼼꼼한 친구들이 일을 잘하더라고요. 처음부터 꼼꼼하게 구조를 잡아놓고 큰 틀을 잡아 놓으면 갑작스러운 추가 요청 사항이 들어왔을 때에도 대응을 잘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건 개발 전체에 통용되는 성격인데 귀찮은 것이 많은 사람이 개발을 잘하는 것 같아요. 반복되는 작업이 귀찮아서 간단한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는 사람이 개발을 잘하더라고요.


팀원들이랑 일하셨다고 하셨는데 다른 회사에서 팀장으로도 일하셨던 건가요?

맞아요. 제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제가 마크업 개발자로 처음 들어갔고 점점 팀이 커졌어요. 많게는 마크업만 7~8명 정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장이 되었는데 힘들었어요. 개발하는 건 정말 재미있는데 사람을 관리하고 상대하는 일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가급적이면 관리보다는 실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보통 일을 하다 보면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관리자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전문 관리 인력이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관리직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켜주면 좋겠어요. 단순히 나이가 많고, 경력이 찼다고 아무 교육 없이 매니저를 하는 건 본인한테도, 팀원들한테도, 회사에게도 다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매니저가 되기 위한 능력을 쌓는 건 아니니까 따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겠네요.

그럼 마크업 쪽으로 전문성을 키우려면 어떤 것을 더 하면 좋을까요?

일단은 이론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중요하니까 그쪽에 필요한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해요. html이나 css가 버전이 계속 올라가고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트렌드도 워낙 빨리 바뀌니까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죠. 그런데 이건 마크업뿐만 아니라 개발 전체, 아니 요즘은 거의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효진 님이 일하시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큰 회사의 자회사에서 일을 했었을 때는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일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었어요. 사실 사내에서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시큰둥해요. 어차피 매일 보는 것이고 아는 사람들이 쓰는 거니까 크게 와 닿지 않거든요. 그런데 밖에 나와서 모르는 사람이 제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면 내가 만든 서비스를 저 사람이 편하게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에서는 고객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하러 실무자들을 고객 기업으로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면 서비스에 조금 더 애착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혹시 마크업 개발자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뭐가 있을까요?

사실 마크업 같은 경우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진입장벽이 낮아서 ‘개발하는 사람이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디자이너도 아니고 개발자도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소외되기도 해요. 하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복잡하고 배워야 할 게 많은 분야예요.

하지만 저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정말 잘 만났어요. 운이 좋게도 주변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제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또 IT 쪽이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보니까 여성으로서도 큰 불편함을 자주 느끼지는 못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로서는 힘든 점이 좀 있죠. 아무래도 스스로 느끼는 압박감이 큰 것 같아요.

 

엄마가 되고 나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전 회사도 그랬고 지금 회사도 엄마들을 많이 배려해 주는 분위기예요.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단축 근무도 했거든요.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집이 회사랑 너무 멀고 아기가 어려서 어린이 집에 오래 맡길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단축 근무를 요청했더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확실히 출퇴근 시간이 주니까 효율적이었죠. 그런데 재택을 하다 보니까 회사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일을 할 때 사람들한테 알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각보다 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정도 엄청 피곤하게 살다가 이후에는 업무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어요. 동료들도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분위기라 업무 하기가 수월했어요. 지금 회사도 출퇴근이나 휴가가 자유로운 편이라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아닌 분들도 많은가요?

엄청 많아요.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니까 휴가를 써야 하는데 급하게 휴가 쓰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죠. 그리고 출근하는 것 자체로 눈치 보는 친구들도 많아요. 어린이집이 아이를 9시부터 맡아주면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것조차 어렵죠.


그렇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말이 그냥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양육자들이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주변에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효진 님의 개발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지금 30대 후반인데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제가 30대 초반에 지금 제 나이었던 분들이 마흔이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시더라고요. 요즘 보면 40대 이상의 여성 개발자도 많아요. 그래서 그들이 하는 만큼 저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보다 어린 여성 개발자들이 절 보면서 이 나이까지는 일 할 수 있겠구나, 아이를 낳고도 일을 할 수 있겠네 하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희끗희끗한 머리로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중년의 여성 개발자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제가 그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제가 이 인터뷰를 하는 목적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이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미혼의 여성 개발자를 보고 싶을 수도 있고, 기혼에 아이까지 키우는데 일을 꾸준히 하는 여성 개발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수도 있고요.


제가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Explained에서 여성의 연봉이 낮아지는 과정을 다룬 에피소드를 봤는데 미혼이고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남성이 받는 연봉의 96%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저 4%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남성의 60%를 받는다고 해서 슬펐어요.

일단은 사회적 편견이 개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주변에서 경력을 포기한 사람들도 봤는데 본인들도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정말 어쩔 수 없지만 당장은 경력이 중간에 멈춰져도 다시 어떻게든 버티길 바라요. 본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 내 가족을 챙기고 함께 행복할 여유가 생기죠.


그럼 혹시 김효진으로서의 꿈은 뭐가 있을까요?

저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운동하고 꾸준히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하는 그대로. 아이도 너무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일이 있고 내가 좋은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바탕이 되면서 다른 사람도 더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할머니가 되는 게 목표예요.

또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도 꾸준히 하고 싶은데 제가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서 후원을 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해외 결연 아동 후원, 아이를 낳고 나서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국내 후원, 그리고 제가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까 동물 보호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어요.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저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저도 후원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종합해서 효진 님을 짧게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운동하는 워킹맘"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제 취미생활 중에 놓을 수 없는 부분이 운동인데 나를 표현하는 세 가지가 잘 들어가 있는 말이거든요. 임신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몸이 힘들어서 운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남자가 아니라서 아쉽다고 느낄 때도 운동을 더 잘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고요ㅎㅎ 회사 다니면서도 점심시간에 운동을 다녀오고, 꾸준히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효진 님 운동 좋아하시는 건 유명하죠! 꾸준히 하시는 거 보면 너무 멋져요!

만약에 5년 전의 김효진을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5년 전이면 딱 아이 임신하기 직전이네요. 제가 저저번 회사를 퇴사하고 혼자 뉴욕에 갔었는데 5년 전이 딱 그 때에요. 그때 시간 여유가 있어서 여행을 가긴 했는데 큰 회사를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시기였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굉장히 컸었어요. 그래서 5년 전의 나를 만나면 겁먹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풀릴 거라고. 그때 한 번도 잘 풀린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운동하러 뉴욕에 다녀오신 분...

혼자 여행하는 건 어떠셨어요?

저는 정말 좋았어요. 사실 결혼하고 나면 장기, 장거리 여행은 안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때 가서 실컷 잘 놀았던 것이 지금까지도 힘이 되더라고요. 부부가 서로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그걸 인정하고 각자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면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이랑 둘이 여행 갔다 오는 것도 좋았고 혼자서 또 가보거나 아니면 아빠랑 아이랑 둘이서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 번 경험이 있으니까 훨씬 더 쉽게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음 인터뷰이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을까요?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결혼을 일찍 한 편인데 제 동생은 결혼에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서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효진 님과 첫 번째 인터뷰를 하고 나서 제가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본인이 선택을 믿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효진 님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댓글 달아주시거나 제게 이메일(eunyoung91@gmail.com) 보내주시면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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