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일기] 일곱째 주 2020.07.27~2020.07.31
이번 일기는 다 써놓고 업로드할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늦게나마 기록을 남긴다.
2020.07.27
팀 휴가를 맞아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다. 나는 태생이 아싸라 이런 게 나름 좋다. 군 시절에도 사람들이 다 떠나고 한적한 부대가 좋았다. 이를테면 추석 연휴 같을 때 말이다. 아무튼 눈치 안 보이고 편했다. (원래도 분위기가 좋아서 눈치 볼 일은 잘 없지만 그래도 아무도 없는 거랑은 다르다.)
사무실이 조용해서인지 나름 풀집중해서 꽤 빨리빨리 맡은 편집을 했다. 그런데도 늦게 퇴근해서 내 시간이 없었다. 신기한 게 한가할 땐 참 한가하더니 바쁠 땐 또 일이 몰린다. 하필 이번 주에 공채도 연달아 뜨고 필기시험도 잡혔다. 시간이 금인 한 주가 되어버렸다. 이번 주는 운동은 포기하고 주어진 기회들에 집중해야겠다.
2020.07.28
오늘도 역시 클립 하나를 완성하느라 한 시간 반 늦게 갔다. 덕분에 퇴근길 지옥철은 면할 수 있었다. 참 얄궂은 게 사람이 바쁠 때는 바빠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비가 어려운 게 있다. 내 경우엔 그게 엘지 인적성인데 하필 갑자기 시험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 준비 가능한 월화수가 풀근무에 초과근무까지 걸려버린 것이다. 이래서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미리미리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나 보다. 역시 준비하는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일 얘기를 하자면 풀 클립을 맡은 것이 세 번째인데 솔직히 아직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덕분에 오늘도 무사 편집(?)은 했지만 우리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즉 목적 혹은 셀링 포인트가 없는 영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편집은 여러 번 해봤지만 확실히 실무에서 뛰는 건 다른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싶다.
2020.07.29
서울대 나와도 아등바등이라고? 오늘 서울대 나온 피디님을 디스하는 외대 피디님께 들은 이야기다. 하물며 서울대도 아닌 나는 더 아등바등 살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고작 시험이 뭐라고 주경야독하는 지금이 아등바등 아닐까. 삶이란 게 뭔지 정말 모르겠는 요즘이다. 그래도 어제 만든 영상을 칭찬받고 발행해서 기분 좋다. 이런 소소한 낙으로 사는 게 아닐까 싶다.
2020.07.30
오늘부터 쉬는 날인데 논현까지 가서 4시간 반 인적성 시험을 치고 왔다. 왔다 갔다 하는 것까지 하면 8-9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이걸 치르러 이 먼 곳까지 오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만 4시간 탄 셈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하철을 참 많이 그리고 길게 탔다. 어쩌면 내 청춘은 지하철에서 다 가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가 다 지나기 전에 얼른 내 공간을 가지고 싶다.
2020.07.31
장장 8시간을 넘게 자소서만 쓴 것 같다. 원래 가려했던 저녁 운동도 안 가고 말이다. 자소서 하나 쓰는 건 진짜 웬만한 창작의 고통과 맞먹는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건 이걸 통해 내 삶을 조금이나마 반성하고 성찰하고 되돌아볼 수 있다는 거다. 오늘은 꽤 긴 에세이를 하나 썼기 때문에 조만간 업로드해볼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