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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니크 Oct 31. 2022

젊은 수행승이 절을 떠난 이유

내가 휴직을 결심한 이유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어느 깊은 산에 아주 오래된 사찰(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절은 얼마나 신도가 많은지 공양미만 해도 한 해에 500만 석이나 됩니다.

이 절에 젊은 수행승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절의 앞마당 일부를 쓰는 일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절의 주지스님이 바뀌면서 젊은 수행승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10개 구역으로 나눠 쓸던 앞마당이 6개 구역으로 조정되었고, 이를 관리하는 스님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수행승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높으신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젊은 수행승이 물었습니다.


"스님. 천축국(天竺國)에서 오신 '법력 높으신 스님(Powerful Monk)'들은 어디로 가셨는지요?"

"체류 기한이 다 되어 다들 돌아가셨지." 높으신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언제 다시 오시나요?"

"곧 다시 오시겠지. 다른 분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분들이 다시 오시면 무슨 일을 하시나요?"

"비질을 감시할 것이다"

"예? 전처럼 함께 비질을 하시는 게 아니고요?"

"그렇다"


젊은 수행승은 '높으신 스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스님. 예전에 앞마당을 10개 구역으로 나눠서 쓸 때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구역을

열과 성을 다해서 쓸었는데, 6개 구역으로 나눠지고 나서는 스님들이 좀 달라졌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이냐?"

"전처럼 자기 일을 찾아 하거나, 더 알려고 하지 않고, 관리하시는 스님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무릇 비질이란 이렇게 쓰느냐, 저렇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다른 사람이 시키는 데로 해서는

 비질이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스님마다 다 방식이 다른 것이다. 너는 개념치 말거라."

"그런데, 스님. 저는 비질을 함에 있어 더 쓸어야 하는 곳이 없는지 항상 찾아 보고, 담당 구역을 제 몸과 같이 돌보고 있는데, 그러니 제가 해야할 일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너처럼 젊은 수행승이라면 모두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저는 10년이나 수행을 해왔는데, 더 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젊은 수행승은 '높으신 스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수행승은 높으신 스님께 용기 내어 여쭈어 봤습니다.


"스님. 그러면,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요?"

높으신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더 이상 이것저것 캐묻지 말고, 너는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된다."


젊은 수행승은 그 말을 듣고 실로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

그 길로 바로 절을 떠나게 되었다..... 아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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