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디자이너의 특별한 3요소
디자인 비전공자 맞아요? 정말?
IT분야 UXUI 디자이너로서 4년 차에 접어들 무렵, 낯선 전화가 울렸다.
내용은 어김없는 포지션 제안 전화였다.
대기업 프로젝트의 B2B 시스템 운영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적임자라며 함께 일해 볼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실무진 팀장님과의 약 30분 가량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너무 신속하고 손쉽게 (?) 대기업 프로젝트 프리랜서 면접에 합격했다.
대기업 입사. 비전공자로서 디자인을 준비하던 4년 전의 막연한 꿈인데, 이렇게 간단히 손쉽게 이뤄질 줄이야...! 사실 그 4년은 누구보다 치열했으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기 위한 10년 같은 4년이었다.
첫 출근날의 첫 점심 시간, 팀장(PL, Project Leader) 님과 밥을 먹으며 그간 살아왔던 나날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우연치 않게 팀장님은 약 20년 정도 오랜 기간 IT 에이전시를 운영해온 대표님 출신이었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나에겐 큰 위로이자, 비전공자인 친구들에게 전해 줄 또 하나의 영감이 되었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해오며 수없이 많은 디자이너가 회사를 거쳐갔고 이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비전공자가 오히려 전공자보다 디자인을 잘 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20년 IT 에이전시를 운영해 온 대표의 말이니 어느 정도 신뢰성과 전문성이 담겨진 사실 아닐까.
물론 이는 개인의 주관적 견해이며 사람 by 사람이기에, 비전공자보다 2-4년 전공수업을 다지며
기본기를 단단히 쌓아온 전공자 출신 현업 디자이너분들 중에서 더 잘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비전공자 중에서도 기초가 부족하거나 의지가 없는 사람들 중에선 중도포기 하는 경우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2곳의 메이저 에이전시를 거쳐오면서 내가 만나왔던 수많은 디자인 수석급도 10명 중 8명은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였다. 또한 이는 비단 디자인 직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획자, 개발자들도 동일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난 그것이 주도적 선택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대중들의 시선에선 '디자인'은 전문분야이며,
그렇기에 내가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기 전의 '카더라' 라는 인식들은 대부분
- 디자이너 업계는 좁아.
- 비전공자 디자이너는 전공자 사이에서 무시받아.
- 그렇기에 살아남기 어려울거야.
- 채용 시에도 디자인 전공자 지인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 그렇기에 일반인이 전공을 하지 않는 이상, 디자이너로 취업하거나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였다.
그치만 약 4년 정도 해당 필드에서 비전공자로 치열히 일해오며 실제로 느낀 내 답변은
저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먹여살린 방법으로서 디자인이란 해당 직무를 '굳이'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 직종 분야로서 진입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작에 대한 의지'가 있기에 디자인이란 직무를 선택한 사람들은 디자인 전공자와 다른 특별한 3요소가 있다.
필자는 비전공자의 특별한 3요소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첫 번째, 그들은 대부분 본인이 비전공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지식에 대한 부단한 노력과 실무에 대한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디자인이라는 전공을 선택하지만 않았을 뿐, 어릴 때부터 어느정도 내재되어 있는 디자인 감각을 실무에서 펼치기 위해 주도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같은 업무를 맡고도 더 흥미롭게 접근하며, 창작에 대한 갈증을 실무에서 해소할 수 있기에 업무에 대한 성취도도 비전공자인 친구들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비전공자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란 방대한 분야에 대한 일종의 정형화된 틀이나 규칙, 답을 정해놓으려 하지 않기에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비전공자 중문학도인 평범한 내가 무려 30살 늦깎이 디자인 준비생에서
2곳의 메이저 IT 에이전시를 거쳐 4년 만에 대기업 UXUI디자이너로 발돋움 하기까지
산 증인이니 현재 디자인을 준비하는 비전공자 친구들도 충분히 용기를 얻어도 되지 않을까.
비전공자인 늦깎이 중고신입도 충분히 탄탄한 실력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또한 디자인 분야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지니고 있던 꿈을 실현한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겪은 실무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으면서도 조직생활에서 유연히 적응하길 원하는 사회초년생 독자에게 좀 더 나은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글을 써내려 가볼까 한다.
30살 무턱대고 무모함으로 꿈을 찾고자 디자이너를 준비할 때 브런치에서 많은 아티클을 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 땐 비전공자로 필요한 디자인 기본기와 스킬 향상 위주의 글들을 많이 읽으며 용기를 얻었기에,
어엿한 경력자로 발돋움한 현재 인하우스 쇼핑몰, 메인 에이전시, 대기업 시스템 등 다양한 조직 시스템 분야의 현업과 일해온 생생한 실무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례와 업무 노하우를 써 내려가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간접적 실무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강한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