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할까? 사실 뚜렷한 동기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다.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언젠가 필요할 거라는 것을. 딱히 외국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한국인밖에 없는데도 영어회화를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최근 만난 지인이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득 '나도 영어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만약 혼자 사는 세상이었다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명백한 목적이나 내면의 동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휩쓸려서 공부를 다짐하곤 한다.
1. 한국인은 왜 영어 공부를 '필요하다'라고 인식하는가?
휴가를 맞아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들 <출처: 뉴시스>
1-1. 대한민국 의무교육의 특성상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1997년부터 대한민국은 영어과목을 의무 교육에 포함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부터 영어 수업을 받게 된다. 선생님들은 영어가 인쇄된 시험지로 문제를 내고,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수행 평가를 한다. 영어 점수에 따라 성적이 나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영어 듣기'영역이 따로 존재하며 해석하지 못하면 문제를 틀리게 된다. 점수가 높을수록 원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취업도 잘되고, 영어를 잘하면 가산점을 받는다. 영어 점수가 좋으면 대우도 달라지고, 급여도 달라지고, 기회가 많아진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1-2. 영어를 잘하면 기회가 많아진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남동초등학교, 시민일보>
비록 저출산으로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세계화가 됨에 따라 외국인과의 교류가 늘고 있다. 국내에 있어도 해외로 나가도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마주칠 수 있다.
교육트렌드 2025 집필팀의 저서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다문화 학생 수*는 초등학교 11만 5639명, 중학교 4만 3698명, 고등학교 2만 1190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교실의 학생들은 문화적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언어의 이질성을 겪게 된다.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차이의 간극을 좁혀나가고 현실에 맞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남동초등학교에서는'다문화 교실 프로그램이 실시'하였다. 다문화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들의 대다수는 영어를 사용한다. 앞으로 영어로 소통하는 인구수는 많아질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한다. 한국인들은 미래에도 지금처럼 영어를 배우려고 할 것이다. 결국,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우리는 영어를 배우려 한다. 지구상의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대다수가 이미 영어로 소통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2. 한국인은 영어를 많이 배워도 왜 외국인과 대화가 어려운가?
2020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문제지
2-1. 배운 건 많은데 영어로 말하는 게 어색한 한국인
소통하기 위한 영어는 현재 한국의 교육과는 멀리 떨어진 감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배우는 영어문장은 현지 미국인들이 대화할 때 사용하는 문장이 아니다. 한국식 영어공부는 철저하게 문법위주다. 명사의 수 일치, 형용사와 부사의 적절한 사용 등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학습을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대화할 때 문법을 완벽하게 지키지 않는다. 가끔은 간단하게 단어 하나로 소통하기도 하며, 필요한 단어를 상황에 따라 생략하기도 한다. 그래도 서로 잘 알아듣곤 한다. 오히려 문법에 딱 맞아떨어지는 문장은 말할 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언어가 미국의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능숙한 언어구사가 아니다. 그저 의미가 잘 전달되는 것에 집중한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따라서 굳이 긴 문장으로 말할 이유가 없다. 미국인들은 의외로 쉽고 편안한 문장들로 대화한다.
발음 문제도 있다. 한국인들은 영어로 말할 때 단어 하나하나 열심히 발음하려고 하다 보니 외국인이 알아듣지 못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발음했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영어는 연음법칙이 적용된다.또한 특정 알파벳에 강세도 들어간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어보고 비슷하게 따라 해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어가 아니라 미국인에게 집중해야 한다. 미국인과 미국 문화를 등한시한 영어 공부는 외국인과 대화에 치명적이다. 한국인은 미국인과 미국 문화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였기에 영어회화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2-2. 수능 영어 1등급이 영어회화는 못하는 이유
특히 영어에 있어서, 말하기 능력과 읽기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수능시험의 영어영역에서는 문제를 잘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거기에 논리적 추리력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도 수능 영어를 풀면 어려워한다. 따라서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수능영어 공부와는 별개로 '말하기'공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영어로 잘 말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나 다른 수단의 힘을 빌려야 한다.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책으로만 독학할 수 없다. 소통하려면 현지인이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대화하는지, 또 외국인끼리 대화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실제로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외국어를 경험하면 좋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 중에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요즘은 유튜브 동영상에 영어권 나라의 현지 표현을 담은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있다. 영어회화에서 만큼은 수능영어문제집보다 유튜브 동영상이 우위를 차지한다. 외국인들의 대화 방식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체험해 보는 것이 단어를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2-3.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틀린 영어와 마주친다
콩글리시는 일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중에서, 미국인도 모르는 가짜 영어가 많다. 아파트는 미국인들에게 아파트먼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미국인들에게 아파트를 보면서 "아파트"라고 말하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에어컨은 미국에서는 '에어컨디셔너'라고 불린다. 에어컨은 한국인들이 발음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뒤에 '디셔너'를 생략하고 말하는 것이다. 또 전자레인지는 영어로 마이크로웨이브이다. 전자레인지도 미국인들은 모르는 가짜 영어다. 그리고 아시아를 아시아라고 발음하면 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아시아를 '에이샤'라고 발음해야 알아듣게 된다. 알레르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알레르기도 사실 미국인들은 쓰지 않는 잘못된 영어였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알레르기를 알레르기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영어로 표기되어 있으면 모두 영어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국인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콩글리시는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콩글리시를 당연히 진짜 영어로 생각하고 기억해두고 있다가 외국인과 대화할 때 잘못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미국인은 알아듣지 못하고 소통의 장벽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3. 한국인은 영어를 꼭 배울 필요가 있는가?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의 위엄
영어는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이다. 즉 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는 뜻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세계인이 소통하기 위해 영어가 사용된다. 특히 전 세계국이 소통을 하는 UN(국제연합)에서는 영어와 그 외 5개의 언어만을 사용하여 발언할 수 있게 하였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비즈니스 용어도 영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영어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4. 앞으로 영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알리바바 그룹 창업주 마윈
4-1.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영어공부의 방향성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 국내 가게 사장님들은 서비스에 맞게 용어를 익히고, 카페 아르바이트생들은 외국인에게 주문을 받기 위한 용어를 우선적으로 배우면 된다. 비즈니스를 위해 사업차 해외에 방문하는 직장인은 비즈니스 용어를 중심으로 공부하자. 만약 외국계 기업의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은 그 기업의 문화와 조직의 특성을 고려해서 영어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해외 유학을 앞둔 사람들은 학생과 교사의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하여 학교생활에 관련된 용어를 익히는 것이 적절하다. 관광을 가는 사람들은 입국 심사 용어를 숙지해 두면 좋다. 쇼핑할 때 가격을 묻거나 제품을 찾을 때 쓰는 단어들을 미리 적어놓고, 호텔에서 서비스 관련 문의를 위한 문장들도 공부해 두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여 공부하면 도우가 된다. 위에 중 하나도 해당이 안 되지만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면 좋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토종 한국인이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외국인들이기 때문이다.
4-2. 언어보다는 사람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알리바바의 창시자 마윈은 AI(인공지능) 시대에 번역기의 발달과 별개로 인간의 영어 구사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어를 공부할 때 '언어보다는 문화'를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4-3. 다양하게 듣고 짧게 말한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의 특성상 단시간에 영어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말하는 것보다는
듣고 읽는 것이 더욱 쉽다. 자주 들어서 귀에 익히면 잘 들리게 되어있다. 한국말을 처음 배울 때처럼,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 영어자막을 끄고 최신 영화를 감상하거나, 팝송의 가사를 여러 번 들으면서 음미해 보거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현지인들의 표현을 간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외국 배우들의 인터뷰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게 듣다 보면,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자주 쓰는 표현들이 들릴 것이다. 보통 짧고 쉬운 단어로 되어있다. 그 문장들을 추려서 반복해서 말해보고 필요하다면 번역기에 문장을 옮겨서 해석한 것을 외국인의 시점 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4-4. 발음을 최대한 비슷하게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주 쓰는 표현들을 계속 말하고 번역기에 문장을 옮겨서 자주 들어보자. 발음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공부를 잘해놓고 외국인이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을 구사한다면 그만큼 아까운 일도 없다. 발음을 최대한 비슷하게 내려고 노력하고, 간단한 단어들은 자주 쓰이는 단어들은 쓸 수 있게 암기해 두자. 발음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못 알아들을 경우를 대비하여 숙지해 놓으면 핸드폰에 적거나 종이에 글로 적어서 소통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려고 하지 말자. 외국인의 말을 이해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잘 전달되면 그것이 소통이다. 영어회화는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고 나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능숙한 회화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누구나 호감을 느낀다. 영어를 잘 몰라도 어떻게든 알아들으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한다.
*인강: '인터넷 강의'의 줄임말.
*미드: '미국 드라마'의 줄임말로, 한국인들의 영어 공부 방식 중에 하나로 통한다. 영어권 문화와 생활을 보면서 현지인의 대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문화 학생 수: 국내 거주하는 국제 결혼 가정 + 국내 거주 외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