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웬만하면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저 가볍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천장을 바라볼 뿐이다. 다대일로 마주칠 때는 분명 괜찮은 사람인데 일대일로 마주치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1분이 1년처럼 느껴진다. 알림이 따로 온 것도 아닌데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침묵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내리는 순간이다! 내릴 때가 되니 긴장감이 조금 풀린다. 이때만큼은 핸드폰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수고하세요~" 인사하며 헤어진다.
미국인은 언제라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누군가 타고 있다면 "하이"하고 인사한다. 그러면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도 인사를 하며 이렇게 물어본다. "몇 층 가세요?(what floor?)". 심지어 층버튼을 대신 눌러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선 "오늘 날씨가 좀 춥네요.(little chilly, today.)" 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미국인들은 낯선 사람이든,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든 이렇게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익숙하다.
카페에서 주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보통 비대면 방식으로 주문이 이루어진다. 매장으로 들어가면 현금결제가 아닌 이상 거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한다. 카드결제를 하는 손님들은 기계와 소통을 한다. 먼저 먹고 싶은 음료가 그려진 이미지를 누른다. 그리고 결제버튼까지 누르면 영수증에 주문번호가 찍혀서 나온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카페의 직원은 주문번호를 큰 소리로 부른다. 손님들은 영수증을 들고 음식을 받으러 간다. 점원은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음료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면 대부분의 손님은 "수고하세요"하고 음료를 픽업한다.
키오스크보다는 점원이 직접 주문을 받는 곳이 더 많다. 주문하러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이 먼저 "하이, 하왈유(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손님도 "아임굳, 앤유(좋아요, 당신은요?)"하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러자 갑자기 스몰토크가 시작된다. 점원은 손님에게 목걸이가 예쁘다며 칭찬한다. 손님은 감사하다고 말한다. 점원은 다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손님은 어디서 샀는지 얘기한다. 뒤에 또 다른 손님이 있더라도 간단하게 주고받는 스몰토크가 일상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대화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파고들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고 나면 주문을 받는다.
외국에서 여행하는 한국인은 현지인보다는 같이 여행하는 입장인 외국인과 스몰토크를 한다. 현지인에게 말을 건네는 경우는 주로 길을 물어볼 때다. 지도를 아무리 봐도 내가 가려는 박물관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물어보기 위해 현지인에게 말을 건넨다. 한국인은 보통 방문할 장소에 관해 물어볼 때 외국인과 대화를 시도한다. 외국인이 길을 알려주면 고맙다고 말하고 그 현지인과의 대화는 끝이 난다. 찾고 있던 바로 그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여행객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여행객들 중에 비슷한 또래에게 어디서 왔어요?(where are you from?)라며 말을 건넨다.
여행이 처음인지, 어디서 왔는지 말을 걸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많다. '어떤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볼까'하고 생각하던 중 고맙게도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어디서 왔어요?(where are you?)"라고 물어보면 "미국에서 왔어요, 당신은요?"하고 대답한다. 상대방이 먼저 대화를 끊지 않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간다. "여기 방문해 본 적 있어요?(Have you visited here?)" 그러다가 말이 잘 통하는 여행객들과 인스타주소를 교환하기도 하고, 식사를 같이하기도 하고 여행정보도 공유하면서 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