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들렌 Jan 07. 2024

뜨뜻하게 지져요

옥돌매트의 위력을 알아버린 은비

추운 겨울이다.

한밤에 소리 없이 내린 눈이 아파트 앞마당과 놀이터에 소복이 쌓여 있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자주 내리는 것 같다. 다행히 휴일 아침이라 부담이 없어서 참 좋았다. 창문 너머 풍경을 혼자서 가리고 있는 커튼을 살짜기 젖히고 탐색하듯 내다보다가 내 옆에 소리 없이 다가오는 털무덕이의 존재를 다리에 스치는 촉감으로 알아차렸다.


"야옹~"

은비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작게 소리를 내었다.

"창문 열어달라고? 그런데 밖에 추워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고객님?"

하며 창문을 열어젖혀 주었다.

은비는 스크래쳐를 발판 삼아 항상 그 자리에 앉아서 밖의 상황을 살펴보고, 콧구멍에 바람을 넣곤 한다.




야~옹!!

다급한 은비의 목소리가 '모래가 왜 이래요?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하는 듯한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내가 드디어 고양이의 언어를 알아차린 건가? 

화장실에 있다가 아이가 지르는 소리에 문을 빼꼼히 열고 대답해 주었다.


은비야, 엄마가 말했잖아~ 겨울에는 두부모래 쓰자고. 네가 자꾸 발꼬락에 모래 묻혀 오니까 그렇지. 알겠지?

은비는 버리려고 한쪽에 정리해 놓은 벤토나이트 모래주머니를 아까운 듯 쓰다듬어 보고, 풀어서 어떻게 해보려는 듯 이빨로 당겨보기도 하는 등 안타까운 몸짓을 하였다.

쯧쯧... 안 됐지만, 묘생도 그럴 수 있는 거야. 고마 포기해라~


모래를 털고 오라고 발판을 놓두었지만, 이놈이 사내놈이라 대충 털고 오는지, 거실 한쪽에 모래가 수북한 것이 보기 싫어서 바꿔버렸다. 두부 모래로......




"야옹~ (그럼 이거라도 켜줘요]."

소파 위에 깔아놓은 옥돌 매트 앞에서 자꾸 칭얼댄다. 나와 매트를 번갈아 보면서 칭얼거린다.


"알았다. 알았어."

옥돌매트에 전기를 넣고 둘이 앉아서 엉덩이를 지진다. 뜨뜻하게... 그러다가 소로록 잠이 든다. 둘이서 사이좋게... 내가 누우면 은비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우리는 휴일 오후를 그렇게 뒤엉켜 보내곤 한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뜨끈뜨끈한 옥돌매트를...


[소파 위 매트 위에 자리 잡은 은비]
[배 깔고 늘어지게 누워있는 은비]

                                    [떡실신하여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도 반응이 없는 은비]


옥돌매트는 오래전에, 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자주 아파서 끙끙대는 나를 위하여 어머니가 챙겨주신 건데...

이제는 나도 내 새끼를 위해서 내어주고 있구나.

작가의 이전글 다리(bridg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