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전통의 맛
평양냉면이 각광을 받으면서 여러 칼럼과 평론 및 글들이 쏟아져나왔고, 정상회담의 만찬으로 등장하며 각종 매체서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들은 이 맛을 “슴슴하다” 혹은 “어른의 맛” 이라고 칭하였다. 하지만 함흥에도 국수가 있다. 함경도에서 속초와 진주, 부산에 이르기까지 더 멀리는 일본 등 현지에 맞게 만들어지는 이 국수. 회국수 혹은 농마(전분)국수라 불리우며 이 음식은 다시 남한으로 내려와 우리가 잘 아는 “함흥냉면”이 되어 알려진다. 필자는 잘익은 동치미와 진한 육향의 고깃국물에 말아낸 메밀국수도 좋지만 매콤한 회무침에 전분으로 눌러낸 국수. 질긴듯 쫄깃하게 먹는 이 국수 또한 즐겨먹는다. 그리고 큼지막한 이북식 만두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한 입 베어물고 드셔보시라. 아 수육에 간재미무침을 얹어도 좋을듯 싶다. 소주를 비틀고 싶은 맛이다.
이 음식은 실향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1950년대 들어 함경도 출신의 주민들은 속초에 대부분 모여들었으며 이 국수를 만들어팔기 시작했다. 강원도의 막국수보다 함흥식 냉면이 더 인기가 좋았고, 그후 대표적으로 서울에는 오장동 함흥냉면이 있겠다. 또 함흥냉면의 꾸미인 매콤새콤한 회무침도 있다. 서울식은 홍어와 가오리를 무쳐냈으며 속초는 수급이 일정치 않아 가자미와 명태를 이용하여 무쳐냈으며 이렇게해서 탄생한게 코다리 냉면이다. 이 국수는 뱃사람들에게 노동의 음식이다. 부둣가에서 고기를 내리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매운 냉면과 뜨거운 육수를 먹어가며 해장을 했다. 질긴 면 만큼 그들만의 정서가 느껴진다.
자 이제 냉면을 시켜보자. 따뜻한 온육수를 한잔 마시고, 만두는 잊지말고 시키자. 보통 함흥집에는 이북식 만두가 있다. 큼지막한 이 만두는 빚은이의 인심이라 생각하겠다. 속은 야채와 두부, 고기가 가득 차있고 꽤나 두꺼운 피가 입안에 가득 찰 것만 같다. 그래도 집에서 해먹는 맛이 나길 바란다. 국수가 매울 땐 온육수(소사골 육수) 장국을 마신다 그러면 아린 속을 잡아줄것이며 만두를 한 입 먹으면 그나마 매운 맛을 그나마 잡아줄 것이다. 이 매운맛은 그들의 막막한 성정같은 것일까, 아니면 질긴 면은 그들의 생활력을 말하는 걸까. 이렇게 한그릇 한그릇 모든게 녹아있는게 음식이다. 바로 속초에 갈 수가 없으니 가까운 오장동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