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즐거움과 회복탄력성
수능 시험을 한 달여 앞둔 요즘. 학생들의 압박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때이기도 하다.
‘압박으로 인한 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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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시험인 수능 시험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 차례 모의고사를 치르며 모의 수능으로 실전을 대비하지만 실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능장에서 학생들은 수능 발표일과 대학 합격이라는 미래를 떠올리며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인생의 첫 고비 앞에 대책 없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열여덟, 열아홉의 나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덤덤하고 쿨하게 세계 최상급 위치에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던 우리의 김연아 선수처럼 성장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명 요리사들과 신예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대결을 펼치는 ‘흑백 요리사’를 막판 정주행하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몇몇 훌륭한 마인드에 눈길이 갔다.
흑백 요리사의 셰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보상이나 인정이 아닌, 스스로를 증명하고 자신과 경쟁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들은 3억 원이라는 상금, ‘만약에 경쟁에서 실패한다면 창피해서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어느 정도인지 증명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도전 과제가 주어졌을 때 자주 ‘재밌겠다.’라는 말을 했다. 실패했을 때 어떤 출연진은 ‘비움의 미학을 배웠다’, ‘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으러 가보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
흑백 요리사의 많은 셰프들을 보며 요리는 단순히 생업, 의식로만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들의 요리에는 삶의 철학이 있었고 예술 그 자체였다. 나의 주방에 있던 꽃무늬 접시 대신 그들은 새하얀 플레이트를 자신의 철학과 예술관으로 먹음직스럽게 수놓았다. 그들은 요리를 사랑했으며, 그들에게 요리사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일부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시험 점수와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진정한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학생들로 지도할 수 있다면 그 호기심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과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을 통한 성장과 발전
셰프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타인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운 요리 기술을 배우거나 익숙한 기술을 다듬는 등 그들은 모든 도전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그들은 경쟁을 마치 재미있는 게임을 치르듯이 즐기고 있었다. 우리 학생들이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자신의 학업 과정을 평가하고 성장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학교가 그러한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입시환경은 논외로 하자) 그리고 그러한 학습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수업 설계에 대해 한 동안 고민에 잠겼다.
동료들과의 상호작용과 배움
‘흑백 요리사’에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배운다. 비록 그들이 경쟁자일지라도, 서로의 독특한 경험을 존중하며 인사이트를 얻는다. 우리 학생들도 대학 입학시험을 향한 여정에서 내 옆의 친구와 때로는 경쟁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동맹관계로 함께 공부하고, 노트를 공유하며, 어려운 주제를 이해하도록 서로 돕는 분위기를 학교가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협업과 건강한 경쟁은 공존할 수 있으며, 이는 동기 부여와 상호지원을 동시에 제공해 주리라 믿는다.
모험심과 실패를 감수하는 자세
셰프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그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 그리고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이다. 그들은 결과가 단지 승패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요리 철학을 존중하며 타인의 평가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험적인 정신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높은 기대치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만, 현실은 모든 실패가 더 큰 여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모험으로 보고, 실패할 용기를 가지며 그 실패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종종 가장 큰 만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경쟁
‘흑백 요리사’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경쟁이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이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대한 배우며, 조금씩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덕을 배울 수 있는 역할 역시 학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절에 맞서는 회복력
‘흑백 요리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회복력의 중요성이다. 셰프들은 예상치 못한 좌절—타버린 요리, 실패한 실험, 혹독한 평가—을 마주하면서도 계속 나아가고, 적응하며, 다시 도전한다. 학생들 역시 어려운 과목이나 실망스러운 모의고사 점수와 같은 도전에 직면하며 포기하지 않고, 좌절을 기회로 삼아 조정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물이 더 강해질수록 다음 도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더 흥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는 마인드를 길러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