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마음의 유대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에서는 ‘정(情)’이라는 개념이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전통 속에서도 이 두 민족은 상대를 배려하고 돕는 따뜻한 마음씨를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정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았다.
정(情)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한국에서 정(情) 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주로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감정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인간관계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감정을 뜻하는 것으로 가족, 친구뿐 아니라 이웃, 동료 등 넓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포함한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는 없지만, "따뜻한 마음(ấm áp)", "서로 돕는 정신(giúp đỡ lẫn nhau)"과 같은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마음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 상대방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공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를 의미한다.
정(情)을 표현되는 방식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작은 도움과 배려를 나타내는 형식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거나 도움을 주는 태도를 뜻하며 이웃 간의 음식 나눔, 이사나 결혼 같은 중요한 순간에 돕는 문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오랜 친구나 직장 동료 사이에서 쌓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친근함과 신뢰의 형식으로도 표현된다. 사소하게는 점심을 함께 하며 고민을 나누거나, 중요한 일을 대신 챙겨주는 행동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별 후에도 정이 남아 있는 관계로 인해 도움을 계속 주거나 서로를 챙기는 모습 등도 정(情)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베트남에서는 가족과 이웃을 돕는 것이 문화적 미덕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웃의 결혼식에 음식을 준비해 주거나, 농사일을 함께 도와주는 풍습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전통적으로 마을 공동체(gia đình và làng xã) 내에서 서로를 챙기는 문화가 있는데 대규모 잔치나 중요한 행사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축하하는 모습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은 상대방의 기분과 체면을 배려하며 대화와 행동에서 따뜻함을 보이는 것으로 상대방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돕는 방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한국적 의미의 공동체적 정(情)이 있는데, 이는 특히 명절과 같은 가족이나 공동체 중심의 행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명절(특히 뗏(Tết), 설날)에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챙기고 축하하는 전통이 있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서로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마을 단위의 축제나 잔치를 통해 유대감을 강화하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대적 사회에서도 정과 따뜻함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화와 개인주의 확산 속에서도,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연말 문화, 이웃 간 작은 나눔, SNS와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정이 표현되며,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역시 도시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전통적 공동체 구조가 일부 변화하고 있지만, 정의 문화는 유지되고 있다. 도시에서도 전통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구와 이웃을 돕는 모습이나, 직장에서 동료 간에 간식을 나누거나 상대방의 생일을 챙기는 등 따뜻함을 일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정은 단순히 문화적 특성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관계의 본질을 상기시킨다고 할 수 있겠다. 정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쌓고,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정과 따뜻함이라는 유사한 정서를 공유하며, 이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가 점차 개인주의로 변해가는 가운데, 두 나라가 보여주는 정의 문화는 인간다움과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공통된 정서와 가치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정(情)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