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소년의 손에 쥐어진 꽃다발과 편지를 보며...
오늘 아침, 어제 계획한 알찬 아침시간을 만들기 위한 첫 시도를 하였다. 화장실에 휴대폰, 담배 안 들고 들어가기, 숙소는 최소한으로 시간으로 정리하고 나오기. 매장에 도착하니 6시가 되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일어났는데도 1시간 정도를 벌은 느낌이다. 가방을 챙겨 놓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산등성이를 돌아 재래시장을 거쳐 찐 옥수수를 사서 매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시골의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집에서 등교를 위해 나오는 부모와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길가에는 등교와 출근을 위해 달려가는 오토바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금세 도로는 오토바이들로 가득해진다. 어느 작은 사찰을 발견하고 잠시 안을 살펴본 후 나오는데 한 꼬마 학생의 손에 꽃다발이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 오늘이 스승의 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그제 아침 출근을 하는 길가에 있는 꽃집의 외부에 임시 판매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곧 베트남에 기념일이 있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재래시장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 생각이 났다. 학교 정문으로 가보니 역시나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의 오토바이에서 내려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손에는 꽃 한 송이부터 시작하여 크고 화려해 보이는 포장의 꽃다발, 과일과 건강음료와 꽃으로 포장된 선물 박스 등 다양한 방식의 꽃 선물들이 들려 있다. 어느 어머니 한 분은 한 송이 꽃이 들어있는 포장지 안으로 편지인지, 촌지인지 모를 봉투를 챙겨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그만큼 베트남에서 중요한 날, 바로 스승의 날이었던 것이다.
베트남 스승의 날은 1958년에 시작되어 매년 11월 20일에 기념된다. 이 날은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고, 교육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날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스승의 날 기념 판촉을 진행하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많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선생님이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다양한 활동과 행사가 열린다. 학생들은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준비해 선사하기도 한다. 보통 장미나 백합 같은 꽃이 주로 사용되며, 학생들이 직접 쓴 감사 카드와 함께 선물로 전달하며, 학부모들도 종종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많은 학교에서 특별한 행사를 마련하는데, 학생들은 노래, 춤, 연극 등으로 구성된 공연을 준비해 선생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학생과 선생님 간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한다. 많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노고를 칭찬하는 시상식이 열리며, 교장 선생님이나 학생 대표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이 날은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해 옛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인이 된 졸업생들이 찾아와 과거의 추억을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베트남 스승의 날은 단순히 선생님께 감사하는 날을 넘어, 교육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는 날이다. 학생들은 이 날을 통해 선생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선생님들은 자신의 가르침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느끼신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을 공동체 안에서도 이 날을 기념하고 함께 즐기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도 그랬다. 적어도 나 때에는. 스승의 날에 모교를 찾아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곤 했었다. 대학생 시절, 휴일에 선생님 댁을 찾아가 같이 고스톱도 치고 맥주도 함께 마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우리 동기 동창들도 만나기가 힘든데...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이미 하늘에 계시기도 하다.
지금 한국에서도 스승의 날(5월 15일)은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긴 하지만, 과도한 선물이나 접대 문화가 문제가 되어 간소화되었다. 심지어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거나 하는 불미스러운 기사들도 종종 접할 수 있다. 그저 마음 아프다고 속상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한 아이의 엄마가 챙겨 넣으려던 봉투가 촌지일까? 편지일까? 고민하는 내 모습에 나 자신도 씁쓸하다. 우리가 옛날에 간직했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 그 감정들을 베트남 아이들은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