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책임: 베트남 음식값 문화와 팁 이야기
이 번 한국 방문 때 오랜만에 대학 과의 선후배들 10여 명이 함께 모였다. 연말 송년회를 일찍 하려 했는데 내가 온다고 하니 날자를 바꿔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1차가 끝나갈 즈음 음식값을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지난번에 선배 한 분이 지난 모임 식비를 다 내셨다며 이번에는 선배들 세 명이 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모임에서 선배들이 비용을 나누자고 했지만, 모임의 성격상 제가 지불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느꼈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연장자 문화와 책임 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경험은 문득 베트남의 문화와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베트남은 공동체를 중시한다고 하는데, 연장자를 존중한다고 하는데 그럼 음식값 등을 지불할 때도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수긍이 갔다. 물론 내가 낀 자리는 내가 소위 대장이었고,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지불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가족들과의 모임 등에서 보이는 모습은 한국과 흡사하였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공동체 중심 사회로, 모임이나 식사 자리에서 음식값을 지불하는 방식은 한국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친구끼리의 모임을 가질 경우, 형편이 좋은 사람이 전체 비용을 부담하면 다음 모임에서는 다른 사람이 지불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부담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음식값을 더치페이(chia đều tiền)로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서양처럼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식으로 정밀하게 나누기보다는 단순히 참여 인원수대로 나누거나, 형편이 되는 사람이 먼저 일부를 내고 나머지를 나누어 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가족 중심의 모임의 경우에는, 연장자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젊은 세대는 이에 따라 감사의 표현을 하거나, 이후 다른 방식으로 보답하려 노력한다.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상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직 내 서열과 책임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 가지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출신 지역, 군대나 대학 등의 지연이나 학연 등이 중시되어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서열이 나눠지는 반면, 베트남은 개인적 인간관계를 더욱 중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일반적인 모임에서 한국과 같이 연장자 또는 선배가 먼저 지불한다는 식의 생각은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에서는 모임의 분위기와 구성원의 관계에 따라 음식값을 지불하는 방식이 달라지지만, 한국과 달리 서열에 의해 자연스럽게 비용이 정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친구들끼리라면 누구 하나가 전적으로 부담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분담하는 방식이 흔한 것이다.
베트남에 관광을 오거나,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식당 등에서 자주 팁에 대해 묻곤 한다.
우선,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하게 일반적으로 팁 문화가 없는 나라이다. 하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팁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인 식당이나, 전통적인 쌀국수집(phở), 길거리 노점에서는 팁을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 편,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받은 고급 레스토랑, 호텔, 또는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장소에서는 팁을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팁은 결제 금액의 5~10% 정도를 주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또한, 마사지샵이나 미용실에서도 직원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경우 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팁은 정말 말 그대로 '자기가 서비스를 제공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팁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사실 팁 때문에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 곳은 골프장일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이미 캐디피와 봉사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추가 팁을 요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오는 기대치의 차이로, 현지 문화를 이해하며 적정 수준에서 맞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팁 요구가 보편적이다. 특히 보트 투어나 현지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관광지에서는 가이드가 별도의 급여 없이 팁을 주수입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팁을 주는 것은 단순한 예의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결국, 베트남의 음식값 지불 방식과 팁 문화는 유교적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점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인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는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