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도계읍 무건리에는 이끼폭포라는 아주 기가 막히는 폭포가 있다. 말 그대로 폭포인데 이끼로 덮여있는데 영화 아바타(사실 안 봄)가 생각 나기도 하고, 무릉 도원이 이곳인가, 극락이로구나.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야 말로 절경이 따로 없다. 물론, 올라가는 길이 험하고 밧줄을 타고 관람을 해야 한다기에 미뤘다가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더니 자연 보고 기간이라서 입산이 막혀서 못갔다. 그렇게 몇 번의 기회를 날려먹다가 계획도 없이 이끼폭포를 보게 되었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물병 하나 들고 산을 탔다. 전날 소나기가 몇 차례 쏟아져서 길이 질퍽 질퍽했고, 올라갈수록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절벽에 소름이 돋았다. 말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땀 좀 흘리고 올라가다 보니 어머님이 어렸을 때 다녔던 분교 터가 나왔다.
분명 무건 분교 옛터라고 되어있지만 도무지... 도저히...어디가...그런데 이 깊은 산속에 학교가 있었다니. 걸어서 와도 한 시간이 넘는데 여길 어떻게 맨날 다녔는지 정말 엄마가 다시 보였다. 버스도 없는 산골을 편도 1시간 30분 걸어서 등하교를 했으니, 기숙사에 살면서도 학교가기 싫다고 칭얼대는 딸래미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여전히, 그저 표지판만 세워놓은 게 아닐까 싶은 분교 옛 터를 지나서 계단을 따라 한 참을 내려가니 이끼폭포 제1 폭포가 나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잘 되어 있었다. 우선 내려오는 계단도 그렇고, 데크라고 해야하나 작은 평상도 있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커다란 시계도 가져다 놓고, 안전모도 구비를 해놓았더라. 혹시나 싶어서 밧줄이 어딨다는 거지? 하고 주변을 두리번대는데, 밧줄이 없어서 아빠한테 물어보니.
공사가 되어서, 밧줄을 타고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루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놓치고 말았다. 공사 전에 왔어야 했는데, 그래서 밧줄을 한 번 신나게 타고 올라가본 뒤 야~ 라떼는 말이야. 밧줄을 타고 올라갔어. 어찌나 미끄러운지 까닥했다간 냇물이 삼도천될 뻔 했다. 니들이 그걸 아니? 세상 참 좋아졌다. 드립을 칠 수 있었을텐데. 분하다.)
어찌되었든 덜 힘들게 1폭포, 2폭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정말 우리밖에 없었다. 1등의 맛은 짜릿하구나, 하고 사진을 찍고 제 2폭포를 보러 올라가는데, 와... 벌써 온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혼자 온게 아니라 왠 개를 데리고 왔더라.
바로 요 녀석이다. 그래서 먼저 와계시던 아저씨한테, 키우시는 걔냐고 여쭈어보니, 처음 만난 개라고 하셨다.
아니 처음 만났다고 하기에는 두 분(?!)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는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저씨는 사진 작가셨고, 무건리에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부터 혼자 산을 탔다고 했다. 등산객이 많아지면 마음 놓고 사진을 찍기가 힘들어지니 제일 먼저 도착하려는 마음에 해도 뜨기전에 산에 올랐다고.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맞다. 나는 내가 1등인 줄 알았지;)
아무리 건장한 아저씨래도 캄캄한 산골이다 보니 산짐승이 갑자기 나타날까봐 무서웠단다.
그런데 갑자기 요 녀석이 튀어나와선 꼬리를 흔들어대고 아저씨와 함께 걸었다고 했다. 함께 걷다가 앞서 가다가 아저씨가 힘들어서 쉬어가면, 저도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아저씨를 기다리고, 아저씨가 물을 마시면 저도 달라고 하고, 아저씨가 김밥을 먹으면 자기 몫도 내놓으라고 컹컹 짖었단다. 그렇게 같이 간식도 나눠먹으면서 폭포에 올랐다고 했다. 기특한 녀석이다. 아저씨도 요 녀석이 있어서 캄캄한 산행길이 무섭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다 가슴이 뻐렁차 올라서 녀석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는데 목걸이가 달려있었다. [이끼폭포 안내 '다래']라고 쓰여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닉값을 하는구나.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었다. 미친 귀여움과 기특함 그리고 영특함 내가 이래서 동물을 사랑한다. 아아아아아악(좋아서 내지르른 비명)
그래서 다래와 함께 이끼 폭포를 구경했다.
이 폭포가 바로 제 1폭포(보정을 함)
요기가 바로 제2폭포, 정말 그림같지가 않은가? 어차피 여기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서 사진만 찍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했다. 그리고 우리 아부지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안주삼아 아침부터 소주를 드셨다...정말 못 말린다...사진사 아저씨랑도 어느새 친구를 먹고 소주를...하...그렇게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한 병이 되는 매직이 벌어지는 사이 등산객들이 폭포를 보러 올라오셨다.
일 잘하는 다래는 그들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인사를 했고,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아빠는 "좋은 날 오셨소. 요즘 가뭄이었는데 어제 소나기가 내려서 폭포에 물이 많소." 라고, 인사를 건넸다.
누가보면, 여기 관리하는 사람인 줄 안다구. 아무튼 챙겨 온 소주를 한 병 끝내고 돌아가기로 했다. 다래는 사진사 아저씨를 배웅하고 싶었는지 사진사 아저씨 앞에서 걸었다.
우리도 아저씨를 따라 하산하고, 아빠는 올라오는 사람들 마다 인사를 건넸다. "좋은 날 오셨소.", "조금만 더 가면 폭포가 나옵니다. 힘 내세요."(힘들다는 소리도 안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오시다니.", "마침 비가 와서 폭포가 더 이쁩니다. 운이 좋군요."의 멘트를 쉬지 않고 건넸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좋은 말 건네는 것은 매우 좋지만, 나는 아빠와 다섯발자국 떨어져서 걸었다. ^^ 불효녀는 어쩔 수 없구나.
아무튼 그렇다. 이끼폭포는 아름답다.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데, 우리가 망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이끼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어렵게 구한(?!) 예전 폭포 사진이다. 저 무성한 이끼를 보라. 이 사진을 보니 예전에 와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로웨이스트(잠시 잊고 있었던)와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야겠단 다짐을 다시금 했다. 사실 다회용 배변패드나 소창 손수건 사용은 요즘 시들해졌다. 배달 음식도 좀 시켜먹었고...하지만 텀블러는 정말 열심히 쓰고 있고, 나눔 용기 적극 사용하고 있다. 후.
아무튼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자연을 보호합시다. 캠페인 적인 멘트를 마지막으로 이번 글은 여기서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