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혼잣말은 무죄, 듣는 사람은 유죄

기빨리는 무인카페

by 국화

무인 이지트 커피

후기가 좋아서 친구랑 만나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무인 이지트 커피.

미정이보다 먼저 도착한 선희는 자판기 앞에서 잠시 멈췄다.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아… 캡슐을 먼저… 오케이. 그리고… 아이스…’

카페 한쪽에서는 영어 과외가, 다른 한쪽에서는 수학 과외가 진행 중이었다.

그때 미정이가 들어왔다.

“와, 한 시간 반이나 걸렸어. 아, 여기 좀 춥다. 음료는 어떻게 주문하는 거야?”
“맞아. 약간 춥다는 후기도 있긴 했어.”

둘은 이번 주까지 마무리해야 할 디자인 작업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학을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대화를 들어보니 아들과 함께 온 모자 관계였다—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들이 콜라를 사러 나간 사이, 책상을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아이씨, 아이씨… 수학문제를 풀 수가 없어. 너무 시끄러워.”

누군가를 째려보는 듯하더니, 아들이 돌아오자 목소리를 더 높였다.

“양심이 없어, 아주.”

선희는 모니터를 보며 속삭였다.
“우리 보고 그러는 거야?”

아주머니는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도 많은데 왜 이런 데서 수업을 해?”

아… 옆의 영어 과외 테이블을 향한 말이구나.

“학생들이 불쌍해. 고액 과외를 왜 이런 데서 해? 돈도 많이 벌 것 같으면서.”

영어 수업을 받던 세미는 선생님을 보며 입모양으로 물었다.
‘저희요?’

영어 선생님은 아주머니가 떠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미정이와 선희는 눈치를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 옆 카페로 옮길까?’
‘이것까지만 마무리하고 가자.’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던 중, 영어 과외 테이블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나가자 영어 선생님이 수학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여기는 세미나도 가능하고 스터디도 가능한 공간이에요. 대화가 가능한 곳이죠. 옆에서 계속 시끄럽다고 한숨 쉬시면 안 되죠.”

“제가 뭐라고 했나요? 한숨도 못 쉬어요? 이런 데 와서 상업 행위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카페 주인이랑 얘기 되신 거예요?”

‘뭐야… 왜 저렇게 급발진이야.’
‘날짜 잘못 잡았다.’

“카페 주인한테 무슨 얘기를 해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과외하시는 거 말이에요. 학생들도 많으면서 이런 데서 그러면 안 되죠.”

‘자기도 과외하면서…’
미정이는 그 말을 컴퓨터에 쳤다.

“학생이 많긴 뭐가 많아요. 그리고 고액 과외라니요? 당신도 수업하면서 계속 말하셨잖아요.”

“난 달라요. 난 내 아들을 가르치는 거예요.”

‘모자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요…’

“댁이랑 말하고 싶지 않아요.”

“먼저 불만 표현하신 건 당신이잖아요. 당신 때문에 여기 대학생 친구들이 눈치 본 거 몰라요?”

“난 혼잣말한 거거든요. 말시키지 마세요.”

“어쨌든 전 화, 목마다 여기 올 거예요.”

와…
그렇게 두 아주머니의 대화는 끝났다.

수학 아주머니는 아들에게 뭔가를 쑥덕거리며 말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버린 줄 알았던 영어 선생님이 다시 들어왔다.

“저기요. 제가 설명을 좀 해드려도 될까요?”

‘가던 길 계속 가지… 왜 다시 와. 꿀잼이긴 한데.’

“아니요. 저랑 왜 얘기하려고 하세요? 전 당신이랑 말하기 싫다고 했잖아요.”

“수업 중에 계속 양심이 없다느니, 돈을 쓸어 간다느니, 학생들이 불쌍하다느니 말씀하셔서요.”

“제가 직접 말했나요? 째려보기만 했지.”

“들으라고 한 말이잖아요.”

“내 입으로 말도 못 해요?”

“그럼 앞으로 수업할 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내가 뭐 하라마라할 권리가 있나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오케이.
그렇게 영어 선생님은 다시 자리를 잡았다.

10분쯤 지나자 영어샘의 친구로 보이는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누군가의 뒷담화—아니, 앞담화가 시작됐다.

“지가 하고 싶은 말 지 입으로 하는 거래. 신경쓰지말래. 고액 과외? 내 사정이 뭔지 지 생각하고 싶은데로 한다는데, ., 그렇게 보이면 그런 거래 . 그럼 나도 묻고 싶네. 그 여자는 왜 집에서 아들이랑 공부 안 하고 무인 카페까지 나와서 저럴까? 남편한테 쫓겨났나? 친구도 없을꺼야. 하루 종일 아들 옆에 붙어 있고, 연락 오는 데도 없고. 딱 보면 알잖아. 한 번도 제대로 일 못 살아본 사람 같아. 사회성 제로.

피해망상에 빠진 것들 특이 내로남불이야. 지금도 속에서 부글부글하겠지.”


그 말을 듣고 있던 수학 아주머니는 갑자기 책장을 빠르게 넘기더니, 히죽거리며 웃었다.

아…
두 아주머니 다 힘들다. 기 빨린다.

“열받아도 할 수 있는 게 책장 넘기는 것뿐인가 봐.”

더는 못 있겠다. 나가야겠다. 미정이와 선희는 소리나지않게 살살 물건을 챙겼다.

수학 아주머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열 살은 더 늙어 보였고,
영어 선생님은 여유 있는 척, 우아한 얼굴로 독을 뿜고 있었다.


"똥이 더럽다고 피하는거 아니야. 치워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