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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Jun 22. 2020

Track.65 황금빛 세비야의 밤

스페인 세비야 Track.65 Turn it Up - Twice


2019.11.18 (월)
스페인 세비야
Track.65 Turn it Up - TWICE



황금의 도시, 세비야

분홍빛 하늘아래, 황금빛 건물, 여기는 황금의 도시 세비야입니다
여기 별빛들 가득히 쏟아지는 밤에,
어둠 속 빛으로 펼쳐진 밤하늘을 향해
I'm turn it up

- Turn it Up -

트와이스 팬 원스라면 트와이스의 모든 노래가 다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Turn it up을 뽑는다. 이 노래를 들으면 화려한 조명을 수놓은 밤하늘이 떠오른다. 이 노래가 오늘의 BGM으로 정하게 된 건 세비야에 도착한 첫날 도시로부터 느낀 느낌이 노래와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원스로서 트와이스를 향한 팬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도 있지만.


리스본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세비야에 도착했다. 오후 2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했기에 숙소에 짐을 맡기고 숙소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아봤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도시인 세비야의 규모와 크기는 유럽의 대도시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주요 관광지가 도보로 30분 거리에 몰려있기에 오히려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다니기 좋다. 내가 잡은 숙소는 관광지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이어서 우선 체크 인하기 전에는 숙소 주변 동네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세비야의 분위기 정도만 간보고 돌아왔다.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자, 체크인을 한 뒤 어젯밤부터 하지 못한 샤워부터 하고 멀끔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돌아다녔다.






화려한 낮과 밤에 커지는 목소리

제단이 빛난다면? 그렇다 황금이다


본격적인 세비야 탐방을 시작하면서 처음 간 곳은 살바도르 성당이었다. 세비야에는 세비야 대성당이 유명한데, 대성당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줄이 길다. 이 때 세비야 대성당, 살바도르 성당, 히랄다 탑 통합 입장권을 사는 게 이득인데, 대성당에서 사기엔 시간이 오래걸린다. 말라가에서 거주하는 아는 누나가 최근에 세비야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세비야 대성당 통합 입장권' 구매 팁을 알려주었다. 그건 바로 살바도르 성당도 동일한 통합 입장권을 판매하기에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는 팁이었다. 또한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 탑이 한 장소에 있기에, 살바도르 성당에서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고 살바도르 성당부터 관람하는게 이동하기 효율적이라는 점이었다.


누나의 조언에 따라 나는 살바도르 성당에서 통합 입장권을 구매한 뒤 살바도르 성당부터 구경했다. 살바도르 성당 안에는 예수님의 생애를 조각한 제단이 각 벽면에 크게 장식되어 있는데, 놀라운 건 모두가 금이라는 사실이다. 금과 은으로 화려하게 제련된 제단을 바라보며 머릿 속 세비야에 대한 사실이 떠오랐다.


이곳은 세비야, 황금의 도시라는 사실을.



죽어서도 땅을 밟지 않는게 바다사나이의 자존심아니겠는가, 스페인 왕들이 그의 관을 들고 있는 건 콜럼버스의 마도로스로서의 SWAG아닐까.
금으로 치장된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제단, 세비야 대성당 주교의 황금제단 FLEX


세비야 대성당으로 이동해서는 콜럼버스의 무덤을 보았다. 콜럼버스의 관을 스페인 왕국을 이루는 네 명의 왕이 운구를 하고 있다. 스페인이 무적함대로서 세계의 바다를 호령하던 그 시발점이 바로 콜럼버스란 인물이란 점을 칭송하는 듯했다. 콜럼버스 무덤이 땅에 묻혀져 있지 않고 운구되어있는 형태인 이유로 콜럼버스가 절대 죽어서도 스페인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유언으로 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거짓소문, 가짜뉴스다. 당시 콜럼버스를 비롯한 선원들은 절대 죽어서도 땅에 묻히지 않는 걸 진정한 바닷사람이란 의미로 여겼다고 한다. 그 예로, 포르투갈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묻혀있는 바스코 다 가마의 무덤을 보면 사자 조각상들이 무덤을 받히고 있는 형태로 죽어서도 땅을 밟지 않는 진정한 마도로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콜럼버스는 심지어 스페인 4국의 왕들이 운구하고 있으니, 그의 스페인에서 드높은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콜럼버스의 관을 지나치면 중앙제단이 철장 넘어로 보인다. 이 제단 역시 예수님의 생애를 표현하고 온통 금으로 치장한 거대한 제단이었다. 거대한 제단의 벽면을 온통 황금으로 제련한 조각들로 채워두었다. 예수님의 생애를 금으로 표현한 광경을 보고 있자면 제단의 가치가 종교적인 가치보다 금전적인 가치에 더 집중하게 되는 나를 보게된다. 그 뒤로는 세계에서 은으로 만든 가장 큰 장식인 후빌레오 제단이 서있다. 이를 보면 역시 입이 떡 벌어지면서 다시 머릿속으로 한가지 사실이 떠오른다.


이곳은 세비야, 역시 황금의 도시답다.


히랄다 탑에서 바라본 세비야 전경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다. 이로써 이번 여행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 Top3를 모두 방문했다. 1st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2nd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 3rd 세비야 대성당까지. 세비야 대성당은 원래 이슬람 모스크였으나 기독교 세력이 다시 세비야를 지배하면서 새롭게 성당으로 만든다. 아름다웠던 모스크 탑인 히랄다 탑은 유지하고 대신 탑의 윗부분만 기독교 양식을 추가해서 증축해 기독교 성당의 종탑으로 탈바꿈한다.


대성당과 연결된 히랄다 탑에 올라가면 세비야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좁디 좁은 계단의 연속이었던 피렌체 대성당의 조토의 종탑과는 다르게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 탑은 완만한 경사로로 되어 있어서 올라가는데 수월하다. 천천히 오랜 시간동안 걸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세비야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히랄다 탑에서 세비야의 광경을 바라본다면 황금빛 태양이 작렬하는 황금의 도시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탑의 하단은 이슬람 양식 + 탑의 상단은 기독교 양식 = 히랄다 탑만의 고유한 양식





츄러스 with 브렉시트

츄러스를 초콜릿에 찍어 먹는 스페인 스타일 츄러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도시가 황금의 도시란 사실을 자명하게 알려준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 탑에서 벗어나 동행을 만나기로 했다. 오늘 만난 동행은 영국 런던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여성분이었다. 히랄다 탑을 올라가느라 뱃속은 출출했기에 본격적인 저녁 이전에 간단히 요기를 하러 츄러스집에 들렀다. 스페인은 츄러스의 나라, 두꺼운 빵에 계피향이 솔솔 나는 츄러스를 진한 초콜릿에 찍어먹는다.


먹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브렉시트에 대해 어떤 정국인지를 물어보았다. 관광객으로 영국에 가서 느낀 브렉시트와 현지에 거주하는 현지인의 브렉시트는 좀 더 피부에 와닿을 것이기에 궁금했다. 그러자 금융업에 종사하는 그녀는 영국의 산업체계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직장에서부터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영국정부와 기업들이 이에 맞게 적응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브렉시트로 어려움을 겪을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얻으려는 이득을 영국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의외로 담담하며 브렉시트를 준비하는 영국사회에 놀랐다. 사회적 혼란이 클 것이라 예측한 것과 달리 이에 적응해나가는 영국의 모습이 의외였다. 브렉시트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우선 영국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브렉시트는 의외로 담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그녀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둠 속 빛으로 펼쳐진 밤하늘을 향해


브렉시트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 츄러스집에서 나와 동행과 함께 메트로폴 파라솔에 올라갔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옛 모습이 가득한 세비야에 가장 현대적인 모습의 건축물인데, 모습이 마치 와플이나 버섯처럼 생겼다. 세비야 대성당을 가기 위해서 메트로폴 파라솔을 지나쳤는데, 낮에는 파라솔이 만드는 거대한 그늘 밑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피하는 쉼터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나긴 입장권 줄을 구매한 뒤 파라솔에 올라가면 세비야의 전경이 보인다. 내가 올라갔을 땐 마침 해가 지는 시점이어서 세비야의 분홍빛 하늘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검푸른 하늘 밑으로 분홍빛 노을이 얇게 펼쳐진다. 세비야의 건물들에 반사된 노을빛은 건물의 조명들과 함께 반짝이는 광경을 보여준다.


해가 지고는 세비야의 밤이 찾아온다. 보라빛 달빛 아래로 도시의 조명들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한때 아메리카로부터 들어오는 황금이 넘처나던 도시답게, 도시의 조명도 황금빛이다. 조명이 켜지면 세비야의 밤은 황금의 도시로 비로소 변모했다. 황금빛 도시의 밤거리를 누비려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내려와 황금의 탑으로 향했다. 황금빛 조명을 비추고 있는 황금의 탑 옆에는 세비야를 가로지르는 강이 흐르고 있다. 강물에 비춘 황금빛 도시의 광경이 빛나고 있었다.


동행과 같이 황금의 탑 주변 타파스 집으로 가서 세비야 야경을 조금 더 즐겨보기로 했다. 스페인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오고가는 타파스 집에서 세비야 야경을 안주삼았다. 내일이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간다는 동행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세비야의 황금빛 밤을 눈에 담았다.


메트로폴 파라솔 위에서 바라본 황금빛 세비야
밤하늘을 향해 서있는 황금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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