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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Jul 01. 2020

Track.69 '자유'를 품은 바르셀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Track.69 Volare - Gipsy Kings

2019. 11. 22 (금)
바르셀로나 캄프 누
Track.69 Volare – Gipsy Kings 



고민을 버리고 구름 속으로 날아가자

11월에도 나른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르셀로나



몇 년 전에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본 적이 있다. 자유로운 여주인공 인아(손예진)의 결혼관에 지금도 이해와 납득하지 못하겠지만. 그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영화의 발칙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녀가 두 남편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 ‘바르셀로나’였다. 영화는 오늘의 BGM인 ‘Volare’가 흘러나오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Volare라는 노래는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노래다. 영화, CF 등 미디어에서 자주 쓰이는 단골 노래이기 때문이다. Volare는 이탈리아 도메니코 모두뇨(Domenico Modugno)가 작곡한 이탈리아 칸초네 곡이다. "고민을 버리고 구름 속으로 날아가며 노래하자"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노래는 어쩌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인아의 결혼이란 제도를 벗어나 자유롭게 사랑을 추구하고 싶었던 마음을 대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결혼관에 동의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 그녀는 왜 하필 바르셀로나로 향했을까?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인아와 두 남편이 함께 캄프 누에서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여주인공이 FC바르셀로나의 팬이라는 설정 때문이라고만 하기엔 답변을 충족하기 힘들다. 영화에서는 분명히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지닌 이야기와 가치 때문에 주인공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본 영화 속 도시의 이야기를 알아보기로 한 결심으로 바르셀로나의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 바르셀로나가 품은 이야기를 찾아서

Welcome to Barcelona Camp Nou


앞서 언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마지막 장면의 장소로서 바르셀로나가 택한 이유를 찾으려 나는 캄프 누로 향했다. 캄프 누 (Camp Nou) 경기장에는 바르셀로나가 품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캄프 누 경기장은 세계적인 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으로서 9만 9천 명을 동시 수용 가능한 규모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6만 5천 명인걸 감안한다면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장이 캄프 누 경기장이다.


FC바르셀로나에서는 리오넬 메시, 수아레즈, 라키티치, 피케, 그리즈만, 부스케츠, 비달 등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축구선수들이 활약한다. 푸욜, 호나우딩요, 사무엘 에투, 요한 크루이프, 펩 과르디올라 등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이 뛰었던 축구클럽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스포츠로 유명한 국가의 도시에 방문하게 된다면 경기장을 방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직관'을 하는 게 제일 좋지만, 만약 비시즌이거나 일정이 맞지 않는다면 '스타디움 투어' 또는 밖에서 경기장 한 바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해보기를 권한다. 그 이유는 스포츠 경기장에는 그 팀을 응원하는 지역 사람들의 에너지가 응축된 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이란 1도 없는 공놀이에 사람들은 몰입하고 집중하여 응원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전하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택한다. 지역 주민들과 동거 동락하면서 시간을 보내온 스포츠 클럽팀은 역사 속에서 나름의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을 가져왔다. 


한국에서도 지역별로 특색 있는 야구장, 축구장 등에 방문해보면 안다. 지역 특징에 맞게 경기장 그라운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다. 축구에 미쳐있는 유럽에서는 도시별 축구 경기장들이 그러했다. 영국, 독일 등의 축구경기장들에서도 느꼈지만,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 '캄프 누'는 더욱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래에 적어두었다.


FC바르셀로나 캄프 누 스타디움 투어는 FC바르셀로나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부터 시작한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순간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인아'가 한국을 떠나 정착한 장소로써 '바르셀로나'가 택한 이유를 나름대로 답변하자면 바르셀로나가 ‘자유’라는 가치에 걸맞은 장소라 생각했다. 도시 곳곳에 들리는 카탈루냐어는 스페인과는 다른 ‘카탈루냐’ 지방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며, 건물 창가에 걸려있는 카탈루냐 국기와 노란 리본은 그들의 자유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란 가치는 축구란 매체를 통해 FC바르셀로나로 응축되어 표현되고 있었다.


FC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영국과 독일에게서 축구가 일상이고, 이탈리아에선 축구는 종교라면, 스페인에서 축구는 국가이자 정체성이다. 마드리드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FC바르셀로나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역사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이다. 


정치적 - 행정적 수도로서 스페인 제1의 도시 마드리드의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

경제적 영향력을 뽐내는 스페인의 대표 경제-문화도시 바르셀로나의 축구팀 FC바르셀로나.

스페인 중앙집권을 상징하는 레알 마드리드, 스페인의 지방 자치권을 상징하는 FC바르셀로나

프랑코 군부정권의 힘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 카탈루냐 민족의 항거를 나타냈던 FC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있어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역사적으로 대립을 이룬 마드리드에 대항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축구였다. 축구는 카탈루냐 인들에게 프랑코 군부정권에 저항이자 항거였으며 카탈루냐의 자존심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축구라는 방식으로 카탈루냐의 자유와 정통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인아'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인 이유와 바르셀로나로 향했던 이유가 여기서 나타난다. 기존의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픈 '인아'의 '사랑의 자유'를 바르셀로나가 지닌 '자유'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지닌 '자유'란 가치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지니듯이, '인아'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과 결혼하는 자유'를 지닌 결혼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인 것도, 그녀가 한국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향한 이유도, 바르셀로나라면 '자유'가 보장되는 도시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바르셀로나를 거닐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카탈루냐 독립의 상징 '카탈루냐 주기와 노란 리본'







나른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바르셀로나의 해변

바르셀로나의 대표 해수욕장, 바르셀로네타



캄프 누에서 나와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가보았다. 바르셀로나의 대표 해변인 바르셀로네타에서는 스페인의 지중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가을의 날씨였지만, 그래도 나른하게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11월 가을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여름에는 어떨지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건조한 바람으로 가득 찬 해변을 대신 상상해본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중해 해변을 많이 다녀봤는데, 대도시에 해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의 부산 해운대와 같이 대도시와 해변이 결합된 휴양도시의 매력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배로 만들어준다. 만약 여름날의 날씨였다면 휴양도시로서의 바르셀로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 비하면 바르셀로나는 제법 따뜻한 날씨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따뜻한 날씨는 사람의 마음이 괜히 붕 뜨게 만든다. 거기에 푸른 지중해 바다와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면 사람의 마음은 말랑말랑해져 마음의 폭은 넓어지고 관용의 범위는 넓어진다. 


바르셀로나가 자유의 가치를 품은 도시가 된 이유도, 

사랑의 자유를 찾아 ‘인아’가 이 도시로 날아온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이유도


어쩌면 바르셀로나의 도시와 날씨와 도시가 품은 이야기가 주는 분위기 그 자체 때문이지 아닐까.



Volare ~~ Oh Oh~,  Cantare ~~ Oh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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