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1등 먹는 형과 시합하기
오늘 우리 혜성이 활동 지원 선생님 오신 첫날이었다. 밤 9시까지 일을 하셔야 해서 남자 선생님을 원한다고 복지 센터에 말씀을 드리고는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조건이 딱 맞는 선생님 오실 때까지 내가 운동 데리고 다녀야겠다 싶었는데...
활동 지원 선생님 다시 신청한 지 1주일 만에 뜻밖에 소식이 왔다. 74년생 남자분이시라고 해서 나는 완전히 아저씨를 예상하고 있었으나 한 번 더 뜻밖의 미소년(?) 같은 분이 오셨다.
오늘은 첫 날이라 혜성이와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수영장으로 향했다.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선생님 참 좋은 분 같다.
작년에 오래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난 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몰아서 다 하고 계신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장애인 활동지원사'.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주 공부를 시작한 '숲 해설가'.
내가 가진 인간에 대한 좁은 편견(?) 중 하나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딱 선한 인상 만큼 자연을 공부하고 계셨다. 그래서 더더욱 안심.
게다가!!!!! 이분 차박러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꼬리텐트 치고 찍은 차 사진이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리고, 우리 동갑이라는 이야기는 안 했다. ㅋㅋㅋ
어제 전화 온, 중학생 아들 수영 시키는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아들 운동 시키는 데에 세상의 온갖 정보를 모두 흡수하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수영 대회는 내가 아이 선수 등록할 때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선수 세 명하고 뛰게 되었다. ㅠㅠㅠ 그래서 내가 이번 대회 안 내보내려고 했던 건데... 코치님이 어머님 장난하시냐고, 자유형 100미터, 50미터 풀에서 꼭 뛰어보고 5월 대회 나가야 한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으며... ㅠㅠ 출전. ㅠㅠ
"혜성이, 손**이랑 뛰네. 웬일이야. 언니, 손**이 고등학교 1위 선수예요. 언니. 작년까지 중등부에서 1위, 올해 고등학생 됐는데 기록 1위예요."
이 엄마가 이번 대회에서 혜성이 옆 레인에서 뛸 친구를 귀띔해준다. 미치겠네. ㅠㅠ 다른 선수들 다 100미터 마치고 들어왔는데, 혜성이만 뒤에서 첨벙첨벙 혼자 수영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미어진다.
"혜성이한테, 그냥 옆 레인 형만 따라가라고 말해줘요. 그럼 기록 나오지. 1초라도 줄일 수 있지."
수영이 사실 초 싸움 운동이라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한 바퀴는 쳐질 예정이라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운동 시작하고 첫 시합인데... 내가 왜 이런 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ㅠㅠ
"혜성아! 너 옆에서 수영하는 형아만 보고 따라가 알겠지?"
"왜? 나는 어린이랑 수영할 거야."
"(아아아 답답...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사안이라...) 혜성이가 초등학생 중에서 제일 잘해서(뻥임) 이번엔 고등학생 형아들하고 뛰게 됐어. 그러니까 그냥 져도 되니까 옆 레인 형만 따라가 알았지?"
"싫어. 어린이랑 수영할 거야"
"그냥 따라가기만 해봐. 이번엔... 다음 5월에는 어린이들하고 함께 수영해. 알겠지?"
"왜? 5월에 왜 또 수영해?"
ㅋㅋㅋㅋㅋ 아, 진짜....
모쪼록 이 글 읽으시는 분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혜성이 깔끔하게 100미터 완주할 수 있게 잠깐 멈추어 생각 한 번만 해주세요. 그리고 완연한 봄 기운 잔뜩 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