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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Sep 15. 2024

너도 스타가 되고 싶어?

인생, 늘 망생으로 머무를 텐가

이 글은 한 1~2년 전쯤 써 놓았던 에세이 <나도 스타가 되고 싶어> (가제)의 에필로그다.

이 에필로그가 예언한 대로 나는 스타가 된 사람의 성공기를 쓰지 못하고, 결국 어쩌면 국내 최초의 '실패기'를 쓰고 있다. 3년 여의 드라마의 작업 일지는 영화 시나리오로 형태가 바뀐, 또 다른 작업 일지로 항해를 했고, 결국에는 모두 없던 일이 되었다. 즉,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분류가 된 것이다.

그래도 이 실패는 성공해 나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나 혼자 정신승리 하는 것도 함께 고생해 왔던 팀에게 미안한 일이다. 이 책을 쓰려고 그 3년을 드라마와 영화판에서 헤매었던가. 이 책을 위한 짜고 매운 빅픽쳐였단 말인가. 이럴 수도 없다. 그러면, 전국의 나와 같은 망생이(*작가 지망생을 줄여서 '망생이'라고 지칭한다)들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이것밖에 없다.


인생, 늘 망생이로 머물러 있을 텐가.

평생, 망생이어도 좋다!

지금, 포기할 힘도 없다.


그래서, 이 에필로그는 조금 더 다듬어서 살릴까 말까... 오늘도 껌뻑거리는 커서를 들여다보며 내 진짜 심정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에필로그>

요즘은 '스타가 되고 싶다'라고 하면, 특히 내 나잇대의 사람들은 못마땅해한다. 내가 대놓고 이런 말을 해본 적도 없지만, 분명히 '밉상'이 될 것이다. "뭐 하러 스타가 돼? 혹은 지금도 넌 스타야, 페북 스타…" 이러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할 것이다. 이는 모두들 각자도생 하면서 이미 실패 경험을 어느 정도 겪어봤고,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는 점을 알기에 스타 나부랭이 따위는 이제는 철없고 한심하게 느껴져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온 삶을 두고 갈고닦으며 한 점으로 지향해야 할 초월의 심리가 바로 ‘연연하지 않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데, 나 같은 철없는, 오십 넘은 앙팡 테리블은 여기에 작은 반기를 자꾸 들고 싶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어때? 유명해지고 싶으면 어때? 왜 사람들은 꼭 '은둔거사'만을 멋있다고 생각해? '낭중지추囊中之錐'만 근사하다고 생각해? 꼭 그 날카로운 송곳이 주머니 안에 숨겨져 있어야 하나? 그 멋진 촌철살인의 매력을 주머니 밖으로 꺼내서 만방에 알리면 안 되는 건가?


2018년 여름,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책 한 번 써보시겠어요?'

당연 무쌍한 일이었다. 당시 나는 작가가 너무 되고 싶었던, 끄적끄적 페이스북으로만 습작(?)을 매일 서너 편씩 내놓던 애송이였다. 칼럼니스트 교실이니, 푸드라이터 교실이니 백방으로 어떻게는 글쓰기의 연을 이으려고 쫓아다니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책을 써보겠냐고? 당연하죠!

그리고, 정말 끝내주게, 세상을 뒤흔들 책을 쓰겠다고 작정했다. 가능도 해 보였다.

기획안을 내고, 두세 번 회의를 거쳤다. 그리고 당연히 계약서에도 사인을 했다. 감격적이었다. 이제 나도 에세이스트로서 활약을 하게 되었구나, 내 책은 나오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읽을 거야. 안 읽으면 그 사람들이 멍청한 거라고... 이런 생각을 하며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정말 열심히 목차 짜고, 원고를 쓰던 어느 날, 비보를 접했다.

계. 약. 파. 기.


담당 편집자도 부서가 바뀌었다고 하고 두세 가지의 변명과 사유들이 전화기 너머 내 귀에 꽂혔는데 남은 기억이 없다. 이날 저녁, 지금은 사라진 을지로의 을지면옥에 가서 혼자 소주 마시면서 엉엉 울었다. 소리를 내지 못했으니 대신 어깨가 몹시 들썩였을 것이다.

한참을 코 풀고, 눈물 닦으며 울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울지 말라며 소주를 따라 주셨다. 괜히 부끄러워서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채로 눈물 어린 소주잔을 받아 들고 달게 마셨던 것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 뒤로 2020년 첫 에세이집을 낼 수 있었다. 남의 책을 써주는, 대필 알바를 하다가 출판사 대표님이 던진 질문 한 마디가 계기가 된 것이다.

“아니, 작가님은 왜 책을 안 냅니까? 왜 남의 책만 써주고 계세요?”  

그래서 나온 책이 <시나리오 쓰고 있네>다. 한동안 매일 아침에 글 하나씩, 한 달에 스무 편을 이메일로 보내고 만 원을 받는 '글 배달 서비스'를 ‘녹즙 칼럼’이라는 이름으로 한 일 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모아두었던 글 중 진액(?)들만 모아서 엮은 것이었다. 워낙, 그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놓고도 파기가 되는 불운을 겪었던 터라 트라우마가 남아서 책이 인쇄소에 넘어갈 때까지 조마조마했었다. 아니, 인쇄소에 종이가 걸렸는지까지도 몰라서 불안했던 나날들...

그 뒤로 지금까지 두 권의 에세이집과 한 권의 자서전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감사와 욕망은 영원히 평행선을 타는 것인가!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스타가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스타가 되는 길은 이미 그른 것 아닌가 싶다. 내가 저 위에 썼듯이 '스타 따위는 왜 돼. 그거 돼서 뭐 할 건데?' 이 질문을 받더라도 아마도 나는 계속 스타가 되고 싶을 것이다.

<죽기 전에 단 한 번 스타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된다면, 지금이 좋은 시기 아닐까. 나는 단 한 번도 남들이 이야기하는 대단한 ‘성공’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완이다. 내년에 내가 나이 오십인데(이 글을 다듬고 있는 현재는 이미 오십 살을 넘겼건만...), 아직도 수습 기간이다. 책을 내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고 크게 성공할 줄 알았지만 요원하다. 세상은 아직도 내 앞에서 고요하다. 태풍만 기다릴 뿐.


기어이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 붙어라!


너무나 많은 실패를 해왔기에 이제는 써도 덜 망신스러운 책이 될 것 같다. 찬란하게 성공해서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따따부따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얄미우니까. 지금은 2년이 넘는 시간, 드라마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 책은 그 '뒤집어라, 엎어라' 했던 시간들을 기록해 작업 일지다.

한 3~4년 전, 한 쇼핑 사이트의 내 배송지 정보에 만들어 붙인 이름도 '라이징 스타 황서미‘였다. 농담 반, 주술 반... 왜 이름도 계속 불러주면 그 이름값을 한다지 않는가. 그래서 새로 태어난 아기들 이름 짓기에 그리도 공을 들이는 것이기도 하고. 하루는 어느 술자리에서 이 '라이징 스타' 얘길 듣더니, 물론 술에 취하셨겠지만, 아주 시니컬하게 질문을 던진 분이 있다. 아니, 마음 같아선 분이 아니라 놈이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너가 뭔데요?"

그러나, 이 질문은 아직도 늘 구속과 구질을 조정해 가며 던지고 있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 이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다.


그래서 너가 뭔데?


추신: 대문에 건 그림은... 오늘 구매한 이모티콘의 일부이다. 그냥 요즘 내 모습 같아서, 짠하고, 귀엽고, 포기할 힘도 없는 그 모습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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