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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젤닥 Apr 19. 2022

아직도 20년이나

서른 후반에 박사 도전은 너무 늦은 것일까?

사실 나는 이미 박사학위를   전에 끝내고 현재 국제금융기구에서 Investment Officer 일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금융기구는 유엔기구와 함께 국제기구의 양대 축이라   있고,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국제투자공사(IFC) 등이 있다. 삼십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석사, 박사를 하며 느낀 바들을 기억하기 위해 쓴다.


우선, 무엇보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늦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한 UN기구를 다니던 중에 지금 다니는 회사를 지원할 때 고용계약서를 받아 들고 별 생각없이 정년까지 몇 년 남았는지 계산해 본 기억이 난다. 대충 20년 남았더라. 뭐야 얼마 안 남았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생각해 보니 학부 졸업 후 그 때 까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즉, ‘나는 이미 늙었고 내 인생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하는 느낌과는 다르게 아직도 나에겐 대학 졸업 이 후 그때까지 지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년까지 일 할 수 있다면. 혹은, 정년까지 일 해야 한다면.


20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나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기 위해 한국, 홍콩, 싱가폴 등에 살아보았고, 십여 년을 다녔던 투자은행 들의 본사는 한국,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었으며, 창업을 하였고, 폐업하였고, 멋진 여성과 결혼을 했고, 사랑스런 두 딸을 낳았고, 다시 전업 학생이 되어 내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달라 보이는 보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또 다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심지어 박사후연구원도 하고, UN이라는 의미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20년이 짧다고 생각했으나, 그보다도 짧은 시간 동안에 나는 저 많은 것들을 다 해 치웠던 것이다.


그래, 살고 보니 인생은 정말 긴 것이었다. 단순히 기대수명, 은퇴연령 등을 계산해서는 실제로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직접 인생을 살면서 돌이켜 볼 기회가 되어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순간 순간 부렸던 조급함들이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인생은 많은 기회와 성취와 후회로 가득차 있었다. 조급함은 종종 기회를 후회로 만들어 놓았고, 예상못한 단절은 많은 경우에 더 나은 기회나 활력으로 찾아오곤 했다. 사십대 중반이 되어 입버릇 처럼 이제는 늙었다고 얘기하고 다녔고, 이제 고작 정년까지 이십년 밖에 남지 않았구나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반도 살지 않은 것이었다. 초고령화시대를 맞이하여 심지어 나는 아직 절반도 못 채웠을 가능성도 높을 것이었다.


서른 후반에 시작하여 사십대 중반에 받은 박사 학위는 아직도 절반 혹은 그 이상 남아있을지도 모를 나의 의미있는 인생을 위한 중요한 투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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