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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젤닥 Apr 21. 2022

박사학위의 보편성

박사학위는 연구원에게만 필요한 것인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박사학위란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특정 분야의 창조적인 새로운 지식을 입증하고 생산해내는 능력을 검증 받고 수여받는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이론에 기반한 중요한 질문을 던질 줄 알고, 그 질문과 관련된 높은 질의 풍부한 문헌을 과학적으로 검토 및 고찰할 줄 알며, 그 질문을 입증할 적절한 데이터의 존재 여부와 적합한 통계 분석 방법론을 확정하고 분석을 수행 및 수행 후 글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 능력에는 보편적인 활용가치가 있다. 비록 특정 분야에서 박사 학위가 수여되고 관련된 능력이 입증되는 것이지만 명확하게 (연구)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이지만 심도있게 관련된 지식의 범위를 정하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더라도 관련된 능력을 적용하여 상당 수준 이상의 지식을 빠르게 쌓아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아래와 같이 SNS에서 ‘자전거 타기와 논문 쓰기의 공통점’이라는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

1. 처음엔 두렵고 무섭다.
2. 처음에 배울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3. 방법을 한 번 익혀두면 잘 안 잊는다.
4.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5. 잘 타는 것은 다른 문제다.
6. 속도를 내야 넘어지지 않는다.
7.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

정말 리스트 하나 하나가 너무 공감이 되었는데 우선 논문을 쓴다는 것이 처음엔 두렵고 무서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나이 마흔이 되기 직전에 석사 과정 입학을 했고 그 해 마침 석사졸업을 희망하는 대학원생들의 논문 계획 발표장에 참석을 해 보았는데, 첫 번째 드는 생각이 석사과정 2년 만에 그 많은 수업 언제 다 듣고 저렇게 논문 주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이었다. 말이 2년이지 3학기 지나면 논문계획발표를 하기 때문에 사실 이 시점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


또한 이렇게 논문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혼자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과연 이런 능력이 단순히 인터넷 강의 등을 수동적으로 청취하는 것으로 갖춰질 수 있는지 의문인데 이는 인격적으로 토론이 수반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선생과 집단이 있어야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특히 정책연구 분야에선, 박사학위는 연구책임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의 검증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복수의 논문저자들이 참여하는 논문에 보조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학위논문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완성해서 검증을 받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3번과 7번이 박사가 가진 능력의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인데, 나야 뭐 아직 박사학위를 수여 받은지 몇 년 되지 않아 단정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여러 문서 작성 과정에서 그 때 익혔던 구조적인 글작성 방법 등이 지속적으로 기억나면서 여러 상황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자신있게 이 항목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실제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가 박사학위를 받은 분야가 아니어도 다른 분야로 확장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건 결국 박사의 주된 능력이 보편성을 함의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엔 자기 분야 연구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못할 뿐이지. 따라서 박사를 아주 좁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리스트 5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능숙함와 결과물의 수준. 운전면허증 땄다고 바로 모든 차를 어떤 도로 환경에서든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선 사고도 자주 낼 수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는 장롱면허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면허증이 있는 사람만이 운전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장롱면허도 다시 운전교습 받으면 대부분 금방 운전을 할 수 있듯이 박사학위도 그 자체만으로 역할이 가능한 영역이 많고 최상급의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갖게 되는 독립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연구자에게 뿐만이 아니라 갈수록 새로운 문제들을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지식사회에서 평생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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