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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얼 Aug 03. 2019

삼수 끝에 구글 엔지니어 되기

인터뷰가 끝나면 복기를 하자

나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다. 미국에서 구글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구직을 할 때 당연히 염두에 두는 회사다. 그런 구글은 나에게 미국에서의 3번째 직장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처음 2번은 구글 인터뷰에서 떨어져서 다른 회사에 갔고, 3번째 인터뷰에서야 비로소 구글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첫번째 직장으로 구글에 들어온 사람들이 가장 똑똑하다는 것이 내가 구글에 들어가자마자 금방 느낀 점이었다. 그 다음으로 똑똑한 사람들은 졸업 후 다른 회사를 한 군데만 거쳐서 2번째 직장으로 구글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 다음으로는 나같이 삼수 끝에 3번째 직장으로 구글에 들어온 사람들이 3등급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패턴은, 인터뷰를 쉽게 통과한 사람일수록 업무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운이 좌우한다, 인터뷰 잘 보는 것과 실무 능력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인터뷰를 쉽게 통과한 사람이 실무 능력도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뷰를 쉽게 통과한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잘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기가 쉽게 하는 일은, 잘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하는 방법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나 수영을 배울 때, 처음에는 그렇게 안되더니, 할 줄 알게 되고 나니까 그것이 너무 당연해져서 하는 방법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냐고? 넘어지기 전에 열심히 패달을 밟아."라거나, "수영을 어떻게 하냐고? 물에 가라앉기 전에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자전거도 수영도 둘 다 못해서 이해가 안간다고? 그렇다면 숨쉬기는 어떤가? 물 밖에 나와서 헐떡거리며 죽어가는 물고기가 "인간이여, 그대는 물 밖에서 어떻게 그렇게 숨을 잘 쉬는가?"라고 물어온다면 우리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숨을 어떻게 쉬냐고? 숨막혀 죽기 전에 막 들이쉬고 내쉬어"라고 말하지 않을까? 인터뷰를 쉽게 통과한 사람들도 "인터뷰 준비를 어떻게 했냐고? 인터뷰 보기 전에 열심히 공부했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여러 번 떨어져서 (구글만 2번 떨어졌고 다른 회사까지 합치면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다.) 할 말이 정말 많다. 나의 대답을 들은 인터뷰어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본 경험이 무수히 많다. 그런 표정은 적신호다. 하지만 운전할 때 청신호만 있어서 단번에 목적지까지 갔을 때보다, 적신호에 자주 자주 멈췄을 때 오는 길에 본 것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인터뷰를 정말 어렵게 통과했기 때문에 그 고비 고비에 있었던 일들이 다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직은".


그래서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두고 ‘공유’하려고 이 글을 쓴다. 여러 사람들과 내 글을 공유하게 되면 보람있겠지만, 최소한 미래의 나와 공유할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평균 4년마다 직장을 옮긴다. 그러니 구글이 나의 마지막 직장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인터뷰를 봐야 할 미래의 나는, 분명히 현재의 내가 가진 인터뷰에 대한 기억을 다 잊어버렸을 것이다. 이 글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타임캡슐이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니 할 말 못 할 말 가릴 것도 없고 쪽팔릴 것도 없다.


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인터뷰 tip이 나간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미래의 나와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 후기를 꼭 적어 놓아라. 인터뷰어의 질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대답도. (시간이 지나면 나 자신이 한 말도 다 까먹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인터뷰어의 얼굴에 떠올랐던 경멸의 표정도. 페이스북은 인터뷰 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더니 로비에 화장실이 없어서 힘들더라 같은, 사소한 불만사항까지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다 기록해라. Glassdoor에서 본 인터뷰 경험담이나 지인으로부터 어렵게 얻은 정보보다, 나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해 놓은 것이 나중에 보면 구체적으로 더 와닿는다. 같은 과목을 듣는 친구의 노트 필기를 빌려보는 것보다, 내 공책에 내가 직접 쓴 나의 필체를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 저는 노트 필기하던 세대다. 고령의 엔지니어도 노구를 이끌고 입사할 수 있는 것이 미국 회사다.) 이번이 이 회사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아니다. 오늘 인터뷰를 잘 본 것 같아도, 오퍼를 받지 못하고 인생이 흘러흘러 몇 년 후에 또 비슷한 회사의 비슷한 팀과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그 때를 대비해서 잘 적어 놓자. 자고로 적자생존, 적어놓는 자가 생존한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자, 인터뷰를 마쳤으면 이제 복기에 들어간다. 바둑 기사들이 대국이 끝나면 복기를 하듯이, 개발자들이 에러 분석을 위해 로그를 남기듯이, 나의 인터뷰 경험을 기록한다.


인터뷰 tip 요약:  

인터뷰에서 각 라운드 별로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를 복기하여 반드시 기록해놓는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과, 그 대답에 대한 인터뷰어의 반응이다. 최대한 자세히 적어놓는다.  

인터뷰 중 처음 들어본 용어가 있으면 적어놓고 찾아본다.  

인터뷰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인터뷰어들은 보통 화이트보드를 사진으로 찍는다. 인터뷰 피드백을 써서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그 인터뷰어보다는 내 인터뷰에 대해서 더 많이 기록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터뷰는 인터뷰어보다 인터뷰이에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나도 인터뷰이였을 때 화이트보드를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회사 내부의 사진을 외부인인 인터뷰이가 찍는 것을 금하는 회사도 많기 때문에 찍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쓸 말이 많을수록 인터뷰를 잘 본 것이다. 인터뷰어의 말(질문, 힌트, 토론 내용)을 잘 알아들으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인터뷰어가 한 말이 다 기억이 난다. 내가 맞는 말을 한 경우, 즉 원래 알던 지식에 기반해서 근거가 있는 말을 논리적으로 한 경우에는 내가 한 말도 다 기억이 난다. 모르는 질문에 횡설수설하고 어떻게 때워보려고 임시방편으로 한 말은 내가 해놓고도 금방 까먹는다.


그리고 앞으로 쓸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일부일처제와 잡 인터뷰의 공통점: 잡 서치가 결혼만큼 어려운 이유는?  

제철 과일같이 적기에 인터뷰 보기: 인터뷰는 언제가 제철일까?  

좁고 깊게 보다는 넓고 얕게: 일단 인터뷰어와의 접점을 찾아라

한국의 면접관과 미국의 인터뷰어의 차이점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언어'가 문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인터뷰 책 리뷰

책을 봐야 할까, Leetcode 문제부터 풀어야 할까?

Leetcode의 무어의 법칙: Leetcode의 문제 수는 6백일마다 2배가 된다  

Leetcode의 파레토의 법칙: LeetCode를 정말 다 봐야 할까? 회사 별로 자주 나오는 문제는?  

코딩 인터뷰 준비는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 Leetcode의 1천 문제를 다 풀다 흰 머리 날 때까지?  

붉은 여왕의 법칙: 인터뷰어와 인터뷰어는 함께 진화한다. 피식자와 포식자처럼  

링고 스타 신드롬과 임포스터 신드롬: 턱걸이로 인터뷰 통과하기  

용 꼬리, 뱀 머리, 이무기의 허리 중 나에게 맞는 전략은?  

Generalist v.s. Specialist: 팀에서 뽑는 인터뷰와 회사 차원에서 뽑는 인터뷰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  

인터뷰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법  

떨어졌을 때와 붙었을 때의 준비 방법의 차이점

이거 떨어졌다는 신호인가요? 미래를 딱 일주일 전에 미리 알 수 없을까?

오늘도 나는 떨어졌지만 지난 번보다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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