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채널의 소거가 새 놀이를 만들어왔다.
인간은 5개의 감각을 통해서 외부 환경을 지각한다.
게임(놀이)는 최종적으로 인간이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감각을 통해서 분류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새로운 놀이의 발명이 그 놀이에 필요한 감각을 소거해 나가는 과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을 사용한 놀이에는 여행, 모임, 파티 , 축제 같은 것이 있다. 그 지역 고유의 냄새와 독특한 식문화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미각으로 맛보고, 그 지역에만 있는 랜드마크나 자연 지형따위를 만지고 보고 듣는다. 후각, 미각, 시각, 청각, 촉각을 모두 활용하는 셈이다. 비용도 크고 번거롭다.
여기서 후각과 미각이라는 섬세한 감각을 제거한 놀이는 좀 더 덜 번거롭고 비용도 저렴해진다. PC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세 감각은 모터와 버튼,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스피커와 마이크등의 입출력 장치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디지털 미디어로 쉽게 구현할 수도 있다.
최근의 모바일 게임은 여기서 촉각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애초에 모바일 게임은 물리 버튼이나 오락실의 에이스인 조이스틱 같은 입력기를 준비하기 힘든 환경에서 구동하므로, 초기의 모바일 게임들은 촉각 피드백을 진동이나 효과음으로 구현하는 등 우회를 시도했었다.
최근의 트렌드인 일명 방치형 게임은 이 같은 시도와 실험 끝에 얻은 모바일 게임 제작자의 최선답이다. 유저의 시청각 관람과 촉각적 입력의 구간을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다른 플레이 흐름을 만들었다. 결국 촉각을 최대한 걷어내고, 시각과 청각을 위해 자리를 내준 꼴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지금도 있는 현상이지만, 방치형 게임은 유저 입장에서 다른 일이나 상황과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청각의 자리도 꽤 위협받고 있다. 이제 청각도 몰아낼 방법을 유능한 게임 기획자들이 찾아 낸다면, 최소한의 청각 자극만으로도 몰입과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여행과 스포츠는 예나 지금이나 흥미진진한 놀이이다. 새로운 놀이의 형태가 생긴다고 해서 기존의 놀이가 위협받는 일은 좀처럼 적다. 단지 선택의 영역과 놀이에 접근성이 있는 사람들이 확장될 뿐이라고 본다.
새로운 놀이의 형태가 구축되는 것은 인류의 쾌거이자 축복이다. 즐기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머신러닝이 가져다 줄 게임과 놀이의 형태에 대해서 즐거운 상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족이지만,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놀이는 이미 꽤 많이 나왔다. 시계 수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