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축 위에서 밝혀지는 글의 정체
이야기는 과거에 있었던 것에 관한 것이다. 기억에 기반하는 것이고, 기억은 허구와 사실이 한 몸이 된 것이다. 지난 일을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는 배울 수도, 사냥할 수도 , 채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세상에서 지워졌고, 이야기하는 것과 듣는 것을 즐기는 이야기꾼들만 남은 세상이 지금의 세계이다.
시는 현재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선 시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는 오히려 동영상이나 한 폭의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것이다. 흐르는 것이고, 역동적인 매체다. 시의 화자 역시 이야기꾼이지만, 지금 겪고 있는 일을 즉석에서 내뱉는 참을성 없는 이야기꾼이다. 써서 남긴 것이라기 보다는, 화자라는 이름 그대로 말하는 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눈 먼 독자에게 눈 내린 산의 절경을 손을 잡고 설명해주는 절친한 친구다.
계획과 전략, 전술, 프로그래밍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거나,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대응을 걸거나, 목표를 잡고,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온갖 변수와 위험에 대응하는 능동적인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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