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ana Jan 25. 2023

청개구리가 여행에 솔깃한 순간

3n년 만에 처음으로 떠나 본 여행일지 

ⓒ오전

다모임을 지나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유행하는 SNS라면 다 해봤다. 일상을 공유하는 행위는 나에겐 아주 익숙한 일이다. 친구, 친구의 친구, 불특정 다수의 피드를 보는 것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뭐, 영혼 없이 턱 괴고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는 정도?

그럼에도 SNS를 아예 끊을 순 없다. 하루 중 가장 그럴듯한 순간으로 꾸며진 피드는 질투를 유발하니까. SNS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을 추려내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사람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 독특한 구도로 찍은 사진을 보면 ‘엇, 나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충분히 아름다운 건 알겠으나, 비행기 표를 결제할 만큼 마음이 동하진 않았다. 대학 때 전공이 문화콘텐츠학과라 다른 국가(특히 유럽) 문화에 쉽게 노출됐음에도 그랬다. 빅벤의 역사나 루브르 박물관에 좋은 작품이 있다 해도 글쎄... 나에겐 학점을 위한 수업이자 공부였을 뿐이었다.


그런 내가 여행에 혹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전 세계가 뒤집어진 ‘코로나 19 바이러스’. 세계적으로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규범이 생길 만큼 큰 사건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후 우리 일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마냥 편리하던 지하철과 버스·대중교통은 비위생적으로 느껴졌고, 소박하고 정겨웠던 나의 단골 술집은 조심해야 할 장소가 돼버렸다.


통제가 당연해진 그 시국에, 해외여행은 금기시됐다. 법적으로 금지된 건 아니었지만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엔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부럽다’가 다수였지만, 요즘은 ‘지금?’, ‘아, 거긴 괜찮대?”라면서 우려 섞인 시선과 지금 꼭 떠나야 하냐는 반응이 많더라.

ⓒ오전

그렇게 해외여행과 나 자신이 더더욱 멀게 느껴질 무렵,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을 ‘안’ 간 거지, ‘못’ 간 건 아니잖아?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한 순간이었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앞으론 해외여행을 영영 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떠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2020년엔 꿈도 못 꿨다. 행여 코로나라도 걸려봐, 국내 상황도 이렇게 심각한데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개고생 할 순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생길 피해도 걱정됐고. 사회가 경직된 상태에서 나만 편하자고 자유롭게 훨훨 여행을 떠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나랑 같이 여행 갈 사람?” 30대를 넘긴 나이에 여행 갈만한 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찍 결혼을 해 육아를 시작한 친구,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해 휴가는 엄두도 못 내는 친구, 공기업을 준비 중이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친구. 공부하기 바빴던 10, 20대 때보다는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럼 어떡해? 홀로 떠나는 수밖에. 혼자서 국내 여행도 떠나본 적이 없는 나에겐 대단한 도전이었지만 그리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6년 넘게 다닌 회사도 지겨웠던 참이었고, 2년간 여행 가고 싶었던 마음을 참았더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리고 2022년 8월, 첫 해외 여행지인 몰타로 떠났다. 둥지를 떠나는 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