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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킴 Mar 29. 2022

집에 대해서 네 가지 질의응답 시간

홈 스위트 홈~

다음 주 월요일에는 서울의 S대에서 강의가 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나의 작품 세계는 어떠한지 소개하는 자리이다.

두근두근. 작년에도 했었는데 올해는 또 처음이니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항상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떨린다.

 PPT 파일을 정리하다가 다시금 내가 썼던 <home sweet home> 연작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home sweet home>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일상의 조각들은 예술이 된다. 화가란 그리스어로 ‘삶을 그리는 자(Someone who draws life)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하나의 개인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일상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오브제들, 이 모든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을 말하는 동시에 동시대성을 지닌 문화적 오브제로 작용하고 있다. 기록된 크고 작은 오브제들은 각각의 사적인 히스토리를 가지고 상황과 시대적 배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연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을 반복하고 작업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삶에 대한 고찰과 인식을 상기시키는 행위를 작업으로 표현한다. 

이전에 작성했던 작가노트이다. 당시에는 꽤나 마음에 들게 썼고 지금도 나쁘다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 더 이 작품 세계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글을 써본다. 

사실 작가들은 작가 노트를 한번 써놓고 하나의 작가노트로 20점 50점 100점 작업하기도 하는데

성격이 INFP라 예상치 못한 질문은 못 견뎌해서 오늘은 내가 놓친 부분이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자 하는 시간이다.





Q. 집이라는 소재를 그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

우선 <home sweet home> 연작은 2021년 1월부터 시작이 되었다. 음. 당시 1월부터 투병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삶의 지속성과 영원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 동시대 상황을 그리게 되었다. 국내 '주거학 개설'에 따르면 집은 9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9가지 집의 의미 중에서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을 떠나 'home as self identify'인 작가 세계를 중심으로 개인의 가치와 삶의 철학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만 해도 정말 죽음을 코 앞에 뒀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낭만적이거나 추상적 담론을 잔뜩 야기하는, 나의 현실과 동 떨어진 그림을 그려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아직 살아있기에 내 목소리와 삶의 현장을 기록하여 차가운 현실에 대비되는 어쩌면 따뜻한 유토피아적 시선이 담겨있는 주관적 차원의 기록이다. 계속해서 이 삶에 머물고 싶은 순간을 그려냈다. 


마침 어떠한 글을 읽다가 그리스어로 '화가'란 삶을 그리는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주로 일상을 보내야 했고 거주하는 집 안을 그려내며 동시대 젊은 세대의 주거 형태와 현대 기기들 여행을 하며 모았던 각 나라의 오브제들과 토템 그리고 개인의 상황을 담은 시선들을 담아내었다. 


*이경희, 윤정숙, 홍역옥 공저,『주거학 개설』, 문운당, 1993, pp.6-7.






Q. 작품이 점점 밝아진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내가 그리는 밝은 그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나의 내면세계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불안과 상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SNS 시대에 들어서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 조금 다른, 하나의 과장된 연출과도 같은 이상적인 장면들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다. 

이 시대에서는 보여주는 것과 현실은 극명한 괴리가 존재한다. 내 작품도 그런 시대상을 반영했다. 

개인이 겪고 있는 극한 상황과 내면을 조명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심리가 작품 속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내가 뭉크였다면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의 삶을 조명하며 본인이 살아가는 혼란스러운 시대의 내면을 비췄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개인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기 거부하고 작품에는 꿈같이 예쁘고 밝은 장면만 남긴다. 괴리가 있겠지만 그로 인한 결과물로 만족을 가지게 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2. 컬러에는 힘이 있다. 밝은 컬러는 특히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고 믿는다. 색채가 중요하고 밝아지는 이유는 작품 활동을 할 때 둘러 쌓여있는 색채가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색체 외에 심리적 요인을 함께 포함해 동화 작용하여 같은 물체도 다르게 느껴지고 표현이 된다. 

로웬펠드(V.Lowenfeld), 알슐러와 헤트윅(Alschuler and Hattwick) 그리고 아사리(淺利)등의 연구에서도 색채의 의미와 인간 감정 사이에는 보편적인 연합(聯合)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무의식의 세계가 색채를 통해 표출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철학은 밝은 색채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고 믿는 것이고 이는 곧 자극적이지 않은 컬러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내가 살아가고 싶은 긍정적 삶의 태도가 밝은 작품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To do list , Acrylic on canvas 2022


Q. 작품에 텍스트들이 유치하다 생각되지는 않을까?

아마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 속 텍스트는 유치하고 유행을 따라간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분명 작품 속 텍스트들이 작년만 해도 많이 보이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올해 들어서 더욱이 보이는 작품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텍스트가 들어가 있다. 유행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는데 마치 하나의 파로 분류가 되어있는 기분이다. (아, 이 작가는 텍스트를 작품에 넣으니 텍스트파! 같은 것 말이다.) 

우선 내가 텍스트를 사용하는 배경에 대해선 광고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광고 디자이너로 꽤나 오랫동안 일을 하셨고 원래는 내 첫 번째 꿈이 광고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애초에 텍스트 레이아웃이나 편집디자인, 이미지 구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직관적으로 내용을 전달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의 매력을 예술에 투합해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던 작업들이 2016년도에 시작한 콜라주 작업들이다. 이걸 2021년도에 캔버스에 옮기는데 까지는 스스로 꽤나 많은 고민을 했었다. 


작품이 한눈에 봐서 직관적이기보다는 보다 2차, 3차로 보는 이가 생각하게 만들고 해석의 여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었다. 내 작품 속 텍스트들은 단순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 가족과 통화했나요?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게 행복한 삶이죠. 등의 내용 말이다. 


이 전과 다르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작품 앞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당장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휘트니 뮤지엄을 가봐도 피카소나 앤디 워홀의 작품 앞에서 공감하거나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기보단 두어 장 사진을 찍고 1-2분 묘사된 기술을 감상하다가 빠르게 지나쳐버리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내 작품 이미지들도 그중에 하나이다.

그렇기에 내 작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지 못하는 대부분의 감상자들을 위해 보다 직관적이고 쉬운 문구들로 삶의 의미와 철학을 담아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의 광고의 예술화가 이런 걸까?라고 때로 생각하기도 했다. 


기존의 정통 회화의 개념을 뒤집는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 같은 것 말이다. 이전의 정통 예술가들이 다양한 노동과 표현 기법을 통해 철학과 아름다움을 전달했다면 이 시대에서는 직설적이고 보다 쉬운 공감대를 기반으로 짧은 순간에도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보는 이에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면 이도 새로운 아름다움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텍스트를 보면 오늘의 기분을 묻거나 당신의 삶에서 어떤 게 중요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한다. 소장자들은 내 작품을 매일 볼 것이고 작품 속 텍스트를 통해 스스로에게 응원이 되는 메시지나 어떠한 삶을 사는지에 대해 묻고 그로 인해 살아가는 삶을 사고하는 장치로 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는 정말 선 하나와 면 하나에 감동을 느끼고 예술이 말을 거는 삶의 철학에 대해 고찰하고

아름다움에 고민하며 우주는 담았다는 붓터치에 진리를 찾고 살아가는가? 물론 어떤 예술가는 그렇게 살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을 하고 싶었다.

'작품을 거짓된 표면으로 감싸고 싶지 않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내 작품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내가 자주 읽는 책에서 하는 말이 있는데 인용해서 하자면,

현대 미술이 쉽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바탕이 되는 개인의 경험은 서로 같을 수 없고, 서로 알려고 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현대 미술은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미술 작품이란 곧 개별적 자아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혼자의 우주'이다


*혼자를 위한 미술사, 정홍섭 


Q. 본인 작품을 미술사조에서 굳이 분류를 한다면?

이건 사실 아무도 물어볼 것 같지 않지만 내가 종종 생각해봤던 좋아하는 질문인데

내 작품을 분류한다면 '작가주의'이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도 에두아르 마네이다.

작가주의 작품에서 가장 재밌는 관람 방법은 바로 예술가로서 그의 삶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점이다.

작가의 세계관이 어떻게 구축이 되었는지 들여다보면 작가의 삶이 보이고 작품에서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실 마네를 좋아해서 같은 분류에 묶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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