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레드는 인스타를 하다 보면 그냥 하게 되는(?) sns가 아닐까 한다. 지금 찾아보니 사용자 1억 명 가입을 달성하는데 5일 걸렸다고 한다. 인스타가 이미지와 동영상 위주인 것에 비해 스레드는 텍스트 기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트위터와도 약간 비슷하다. 나는 트위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인스타에서 스레드의 텍스트들을 미리 보기 하게 해주고 있어서 흥미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클릭하게 된다. 최근에 민희진과 뉴진스, 하이브건이 터졌을 때 스레드는 그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고, 대체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사안들을 솔직하게 적는 것 같다. 그리고 말은 주로 ‘반말’이라는 것이 신선하다. 아주 자연스럽다.
스레드 이야기를 인트로로 한 이유는 오늘 어쩐지 훅~ 다가왔던 한 덧글 때문인데,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 말인데, 진짜 이유 솔직히 뭐라고 생각해?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가 할 말이 있을 거다. 엄청난 덧글이 달렸다. 구구절절 각자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다. 그렇겠지.. 싶은 답글도 있고 -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다 경험한 입장에서 - 이거 너무 이기적이잖아 싶은 답글도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덧글하나.
“오은영과 슈퍼맨”
오!
정말 이거 아닌가. 그 두 방송 프로그램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는 수많은 이유를 응축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둘 다 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워낙 영향력이 컸고 모두가 이야기하는 인지도 높은 프로그램이니. 둘 다 육아가 기본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슈돌’의 경우 시청자들이 깊이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그들의 육아 환경이 그들만의 세상인 듯한 지점이 아닐까. 아이 키우려면 저 정도의 넓은 공간은 있어야 하고 육아용품의 브랜드의 급이 남다른데 저 정도는 내 아이한테 해줘야 될 것 같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방식과 장소도 집 앞 공원만은 아닌 해외여행은 기본으로 가줘야 하고. ‘나는 애한테 저 정도 못해줄 거 같은데 괜히 낳았다가 비교당하고 애도 소외될 것 같’은 그지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 수 있다. 그걸 전문용어로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하고, 그렇잖아도 자신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내 애한테까지 그걸 물려주는 건 싫다, 고 생각할 수 있겠지.
게다가, 오은영 씨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쪽이 (인가? 하는) 프로그램은 거기에 쐐기를 박으며 육아 자체를 향한 공포감을 심어준다. 물론 보통의 아이들과는 좀 많이 다른 케이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보다 보면 결국 아이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부모의 미숙한 육아나 가정환경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결혼과 출산 -> 치명적 공포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저것이 내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결론을 백 퍼센트 보장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나 역시도 생각하는 사람이고, 아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나쁜 것이라는 공공연한 진리를 나도 믿고 있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더 돌아보고 좋은 양육을 한 선배 양육자들의 글이나 말을 들어보면서 해나간다면 그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텐데… 하는 마음.
그러나! 나라가 존폐위기에 서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금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위기이므로 내가 아이를 낳아야겠다, 고 마음먹는 사람이 이 시대 어느 누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모두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고 그것이 죄는 아닌 오히려 권리인 시대에 살고 있는데. 지금 거주하고 있는 일본의 출산율은 1.26명(2021년)인데 한국의 출산율은 0.28명이라고 한다. 일본도 역시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높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명을 넘어가는 이유는 여기서 출산해서 17년째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느끼는 점이라면 한마디로, 배려? 가 아닐까 싶다.
일단 아이를 낳으면 모든 가정이 아동수당을 받는다. 태어나서 고3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아이가 월 만 엔~ 만오천 엔 정도 받는다. 또 고3이 될 때까지 병원비는 모두 무료다. 미용적인 수술이 아니면 모든 수술이 무료고 입원비도 물론 전혀 없다. 약값도 무료. 물론 세금은 - 무척이나 - 많이 내는 편이기는 하다. 몇 해 전부터는 보육원(어린이집) 수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방과 후 보육을 원하는 경우 대부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유모차(여기서는 베이비카라고 한다)를 동반하여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또 뭐가 있더라… 여하튼 이러한 뭐랄까 ‘실질적인’ 정책이 그나마 1명대를 넘어서는 출산율의 이유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서, ‘오은영’과 ‘슈퍼맨’으로 보이는 이 심각한 출산율 상황은 정책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번 정부에서 기대하는 건 기대하는 쪽이 바보겠지만. 길고 긴 이 시간이 지나가면 정치도 갱신되지 않을까? 비혼, 무자녀라는 추세를 꺾기엔 역부족일 테지만 1명대라도 들어서는 걸 목표로. 내 나라가 없어지는 건 서글프니.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