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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17. 2018

손바닥을 간지럽히며

너를 깨운 11월 초

의성아, 가을이 왔나 싶더니 벌써 얼음이 언다. 네가 맞이하는 두 번째 가을이고 겨울인데, 올 해는 너랑 함께 즐길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많이 돼.


오늘 엄마가 네 덕분에 행복해 참 기분이 좋다. 엄마가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시험 준비에 바쁜 아빠가 널 혼자 돌보기 힘들까 해서 집으로 달려갔어. 집안은 잔뜩 어질러져 있는데 너는 보이지 않아 의성이는? 하고 물으니 낮잠 잔다고 하더라고. 서둘러 점심을 먹고, 네가 깰까 몰래몰래 정리를 하고. 엄마도 아빠도 이제 나가야 해서 널 깨워야겠다 하고 엄마가 네 방을 들여다보는데 아빠가 이미 네 방에 들어가 계시더라고. 아빠가 곤히 자는 네 옆에서 너를 들여다보고 있었어.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니?


아빠가 창가에 있는 네 침대 옆에 앉아서 네 손을 잡고 아빠 손가락을 네 손바닥에 살살 쓸면서 널 조금씩 깨우고 있었어. 널 보고 웃으면서, 의성아, 의성아 하고.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엄마도 옆에 들어가 앉아 네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니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네가 끔뻑 끔뻑 눈을 떴어. 엄마 한 번 보고 아빠 한 번 보고. 아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기지개도 쭉쭉 켜고. 그러다 우릴 다시 보곤 색 웃었다. 아기를 낮잠에서 깨우는 완벽한 방법이란 게 있다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 자다 깬 넌 너무 예쁘고, 그 옆에 엄마랑 아빠가 나란히 널 보고 앉아서 둘 다 마음이 따뜻했다.


의성아, 낮잠 잘 사줘서 고맙고 예쁘게 일어나 줘서 고마워. 오늘도 엄마는 널 만나서 참 행복하다. 너도 엄마 아들이라 행복했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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