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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Oct 30. 2018

부모는 원하는 게 많아진다

아가의 엄마 사랑이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의성이가 익숙해지는 지금 우리 육아의 많은 부분이 내게 옮겨오고 있긴 하지만, 신생아 때 의성이는 정말로 남편이 키웠다. 일하는 날 보며 사람들이 힘들겠어요, 할 때 정말 괜찮았던 이유는 든든한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먹이고, 재우고, 달래고, 돌보는 모든 것에서 남편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뒤집기도 배밀이도 기기도 함께했는데 의성이가 입을 떼기 시작하니 남편은 이것만은 함께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엄마, 는 해도 아빠, 는 안 하니 아가에게 하루 종일 불리는 그 기쁨을 어떻게 알까.


야, 내가 널 얼마나 먹였는데..! 내가 너 기저귀도 다 갈아줬는데! 너 너 아빠 옷에 얼마나 토를 한 줄 알아? 너 이렇게 배신하기가 있어? 섭섭한 남편이 의성이를 콕콕 찔러가며 항의를 한들 의성이는 고개를 모로 돌리고 모르쇠 일관이다. (의성이가 모르쇠 할 때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모르는 척, 딴 데 보는 척은 본능인가) 하루 종일 아빠랑 잘 놀다가도 엄마만 퇴근하면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며 엄마만 찾는 의성이. 돌 전후로 시작한 의성이의 엄마 사랑에 남편의 서운함은 섭섭함이 되고, 섭섭함이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이 속상함이 되어 이제 남편은 부루퉁하다. 괜찮아. 이제 의성이가 엄마만 찾으니 아빠가 편하지 뭐. 아니 입은 댓 발 나와서 괜찮은 척은...


의성이 13개월. 이젠 아장아장이 아니라 성큼성큼


얼마 전 날씨가 좋아 회사 점심시간을 빌려 잽싸게 피크닉을 나갔다.  그동안 나가봐야 유모차에 앉아있는 게 고작이던 의성이를 걷게 해 보니 신나서 여기도 기어오르고 저기도 밟아보며 바쁘다. 여보야, 벌써 의성이가 저렇게 걷네. 남편을 돌아보니 만면에 미소가 가득이다. 손을 잡고 걷는다고 가는데 의성이가 아빠 손을 잡고 이리저리 헤매다 주저앉았다. 일으켜주는 얼굴에 어찌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지.


엄마, 엄마 부르는 의성이를 나는 이제 살살 달래 본다. 의성아, 아빠도 해 줘. 아-빠, 아-빠. 아빠 사랑한다고 해줘. 13개월 아가가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리 만무하건만. 눈에서 꿀 뚝뚝 떨어지던 남편의 모습이, 아빠! 목소리 들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하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이 작은 입에서 아빠 소리가 나오길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의성아,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더니 엄마 아빠가 요구하는 게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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