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선 Jun 14. 2024

나라의 안보와 평화를 수호하려면

데일리 임팩트 <세상 돌아보기> 칼럼(2024.06.12)

나라의 안보와 평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적대관계가 악화되어 신냉전 상황이 조성되었다. 특히 이는 미중 대결 구도와 얽혀서 고립되었던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동맹·협력관계를 확대할 기회가 되었다.


더구나 북한 주사파 왕조의 김정은은 전술핵을 완성하고, ICBM과 정찰위성을 포함한 다양한 비대칭 무기체계 개발을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민족이 아닌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핵무기 사용을 공언했다. 최근에는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는 비군사적 도발과 상스러운 협박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나라의 안위를 책임진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정쟁에 여념이 없다. 국민도 대부분 ‘설마 전쟁이 나랴’ 하는 생각인 듯하다. 1953년 휴전 이래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70대 미만은 전쟁이 초래하는 큰 고통과 불행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니 당연히 지난 70년 이상 누려온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며 그 시간 동안 우리가 구축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번영하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감사도 없다. 도리어 ‘헬조선,’ ‘이게 나라냐!’ 하는 자조와 상호비방으로 서로를 겨누고, 팬덤으로 몰려다니며 사탕발림하는 정치인들의 호위무사처럼 구는 걸 애국인 양 자랑한다. 정치인들은 이를 권력 차지 수단화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당연히 정상배는 많은데 나라의 안위를 짊어질 정치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짜인 신선한 공기와 맑은 생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과 평화도 그리 여기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다.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와 국민에게 자유와 번영과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안이한 현재의 인식을 쇄신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할 것은 평화가 협상을 통해서 보장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힘의 우위와 균형을 통해서만 보장됨이 역사가 증거하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주 중국이나 일본의 정복이나 지배 대상이 되었던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민족은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다른 민족을 상대로 한 정복전쟁에 나선 적이 없다. 기껏해야 이따금 침략한 적들을 겨우 물리쳐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매우 특이한 일이다. 우리보다 미개하거나 미미했던 거란·여진·몽골족도 이렇지는 않았다.


물론 대북관계는 무력 대치뿐만 아니라 협상도 중요하다. 그러나 협상은 힘을 배경으로 하지 못하면 항상 상대방 요구를 들어주는 것 외에 할 게 없다. 특히 공산주의자들은 불리할 때는 통일전선 전술을 통해 자신들의 열세를 모면하고, 유리할 때는 전쟁 불사와 타협 불가를 외친다. 사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들도 역사의 눈으로 보면, 이런 북의 통일전선 전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협상 주도자들은 아직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해서 그들이 정말로 위대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을 주도한 전직 대통령과 그 일파들은 총체적 실패로 드러난 그 협상을 “그 협상으로 평화가 지켜졌다.”고 떠벌이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정치 파트너인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여당은 적과 같이 대하면서,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나라의 주적 김정은의 발언을 믿는다고 회고록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정권을 담당했을 때는 국군이 손발을 묶은 것처럼 훈련도, 정찰도, 대비도 없었다. 그러니 김정은이 핵 공격 위협을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을 민족이 아닌 적국으로 규정하는 지금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게 비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러나 북한이 대남협상에서 이 통일전선 전술에서 벗어난 일이 있었는지 어떤 전문가도 입을 열어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남북대화의 역사적 경험은 힘의 우위에 입각하지 않으면 협상에서 아무것도 진전시킬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다.


사실 6.25 이후 지난 70년 이상의 평화와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자유는 이 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힘의 우위에 기반한 균형 덕분이다. 만일 한미동맹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북한 주사파 군사집단은 수십 번도 더 전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일본과 중국도 우리를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러면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만일 금년 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이 대한민국 방위에서 빠지거나 현 수준의 적극적 동맹관계 유지를 꺼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우리가 가진 순수한 자주국방 능력은 얼마나 되는가? 대통령과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안보 및 국방 전문가들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나? 나는 이즈음 국회에서 여야와 정부가 이런 논의를 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적을 제어하거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궁극적으로 자주적 국방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미동맹으로 힘의 우위와 균형을 유지한다 해도 국제정세는 항상 변화하고 이는 동맹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 리스크는 그 전형적인 사례다. 그런데 사실은 한미동맹과 같은 쌍무관계에서는 동맹을 유지하려면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이익이 충분해야 한다. 이익이 충분하면 지금 동맹이 아닌 나라들을 동맹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떤 불확실성하에서도 대북한 안보 역량 우위 내지 균형의 핵심인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면, 우리의 자주국방 능력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충분한 이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또한 일본과의 안보협력 견인은 물론, 대 중국 관계에서도 보다 원만한 교섭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이러한 안보역학 관계 인식에 기초해서 자주국방을 생각하고 있는가? 현재의 안보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고 방략을 체계화하여, 현재의 증폭된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비한 공고한 자주국방과 동맹 강화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는가? 진정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지도자들이 당리당략 차원의 치졸한 정치게임을 집어치우고 당면한 난국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게 나 하나만의 바람일까?

작가의 이전글 둘째 아들 내외와의 교토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