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계절이 반으로 접혀 이제 단 두 번의 계절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세 달 뒤면 마감이다.
어린 시절엔 일 년이 참 길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뒤 갈수록 일 년이 짧아진다.
어느 날 새 해가 되어 있고, 어느 날 여름이 되어 있고, 그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365일이 아니라 36.5일 정도 되는 것 같다.
새로울 게 없어 하루가 짧다.
기억할 게 적어 하루가 기억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것들에 무뎌진다.
그럼에도 지낸다.
나는 같은 일상을 반복하느라 버거울 때도 아이들의 매일은 새롭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제의 저녁 반찬과 오늘의 저녁 반찬이 다른 것 하나로도 새롭다 한다.
그래서 일어나고, 집을 치우고, 밥을 짓고, 노트북을 켜 일을 한다.
큰 일 없는 하루를 보낼 때 가장 부지런해지는 것도 같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모든 것이 달라지기를'이라는 문구를 읽었다.
오늘은 별다르지 않은 날이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서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지루해질 때면 뭐라도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