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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로 Oct 06. 2022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모든 것이 달라지기를

네 번의 계절이 반으로 접혀 이제 단 두 번의 계절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세 달 뒤면 마감이다.


어린 시절엔 일 년이 참 길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뒤 갈수록 일 년이 짧아진다.

어느 날 새 해가 되어 있고, 어느 날 여름이 되어 있고, 그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365일이 아니라 36.5일 정도 되는 것 같다.


새로울 게 없어 하루가 짧다.

기억할 게 적어 하루가 기억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것들에 무뎌진다.


그럼에도 지낸다.

나는 같은 일상을 반복하느라 버거울 때도 아이들의 매일은 새롭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제의 저녁 반찬과 오늘의 저녁 반찬이 다른 것 하나로도 새롭다 한다.

그래서 일어나고, 집을 치우고, 밥을 짓고, 노트북을 켜 일을 한다.

큰 일 없는 하루를 보낼 가장 부지런해지는 것도 같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모든 것이 달라지기를'이라는 문구를 읽었다.

오늘은 별다르지 않은 날이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서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지루해질 때면 뭐라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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