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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ul 05. 2023

다시, 多试일까

엄마에게 7월 5일 자

엄마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지? 엄마가 학생들 가르치면서 항상 하던 잔소리, 레퍼토리에서 한번 즈음은 해본 적이 있을 거야. 그럼 엄마는 그랬지, 작심삼일이면 4일 자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그리고 또, 또, 또 그러다 보면 작심삼일이 삼백일이 되는 날 이 있다고 했지.


나도 엄마에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람으로 서, 작심삼일이라는 소리가 나에게는 다르게 들려왔어. 작심삼일, 그리고 오일, 그리고 삼백일이 되는 동안, 그 주인공은 얼마나 다시 마음먹기가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다시 굳세게 잡으려 얼마나 힘든, 어쩌면 짜증 나는 시도들을 했을까.


그래서 다시,라는 말이, 많을 다, 시도 시로 들리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아였어. 


엄마 우리도 다시, 정말 많이도 했지. 


다시 새로운 삶, 다시 시작, 다시 일, 다시 쉼, 다시 또 약.


우리는 아, 지겨워라는 소리를 다시랑 함께 짝꿍처럼 많이도 사용했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지겨웠는지 몰라, 어쩌면 이 "다시"에서는 결과물이 다를지도, 아니면 똑같을지도 모르는 그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엄마도 그렇겠지만, 난 정말 지겨웠어.


이런 삶을 계속할 바에는 그냥 pause, 아니면 stop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도 했지.

옆에서 지켜본 엄마도 그랬을 거라 확신해.


그래도 다시 또, 를 시전 하면서 이제껏 엄마보다는 훨씬 적은 삶이지만, 지금껏 살아보니, 뭔가 다른 것들이 나에게 찾아왔어, 그래서 엄마도 어쩌면 백인사위에 영국사위를 얻었는지도 몰라. 그사이에 학생들이 대학을 가고 그사이에, 엄마는 제주도살이도 해보고, 그사이, 개똥이는 잘살다 스카이라는 고양강아지(?) 친구를 만나 무지개를 건너고, 또 엄마는 여행이라는 걸 다녀보기도 하고. 


어쩌면 지겹기도 한데, 그 사이사이 잠깐씩 오는 재미들이 우리를 지겨운와중에도 "다시"로 발을 옮기게 하는 걸지도. 


약을 여 댓 번을 바꿔대고, 부작용으로 살이 10킬로씩 왔다 갔다, 미친년처럼 감정이 소용돌이를 치는 그 와중에 정말이지 지겨워 그냥 다 멈추고 이렇게 살다 죽겠다 하는 와중에도, 엄마가 보이고, 대니가 보이고, 그래도 누나라고 동생이 보이니까, 말도 안 되는 NHS시스템에 전화기 붙잡고 우는 와중에도, 나는 의사 선생님을 바꾸고, 약을 바꾸고, 세러피를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내 과거를 "다시" 바라보기로 했어.


전화로도 계속 말했듯이, 너무 많은 인생의 "다시"를 시전 한 와중에 돌아보지 못했던, 내 슬픔을 다시 보고, 애도라는 걸 해보고 있는 중이야. 


엄마도 같이 하자, 우리가 이제껏 겪어왔던 심적인 슬픔과, 힘듦을 우리는 동정심이 아니라, 멸시로 바라보고 살았잖아. 이딴 감정이 우리에게 밥을 먹이나, 돈을 주나 하면서. 


릴스나, 유튜브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동물들이 아프고 힘든 삶을 사는 모습을 바라보면 저절로 나오는 그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우리는 한 번도 우리 자신에게 하지 않았어. 깨름찍하다는 이유로. 


슬프면 울고, 힘들면 아이고아이고 좀 해주고, 광광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고, 하면서 그렇게 애도를 표하자. 그러면 매듭이 보이고 그렇게 다른 시작점이 보일 거야.


나는 아직이야 엄마, 아직 애도중이야. 허밍버드를 보며 엉엉 울었듯이 엄마도, 그렇게 울고 불고 다시 시작해 보자. 그렇게 울려면 밥도 잘 먹고, 스트레칭도 해주고 해야 돼, 은근이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밥 잘 챙겨 먹고 엄마,

그럼 내일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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