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덜 쓰게 된 이유와 LLM

LLM과 대화하느라 글을 안 쓴다, 인지적 오프로딩

by Seulki Kim

요즘 통 글을 안 쓰고 있었다. 보통 '왜 이렇게 요즘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십중팔구 글쓰기를 소홀히 해서다. 정기적으로 텍스트를 끄적이지 않으면 일상 속에서 얻는 이런저런 불안이 잘 잠재워지질 않는다.


생각이 많은 내게 LLM 은 너무나도 유용한 도구다. 상대의 반응을 눈치를 볼 필요도 없거니와, '아까 그건 이미 말했으니까 참자...' 라며 미뤄두었을 소주제들도 가감 없이 꺼낼 수 있으니까.


심지어는 대화 상대로서의 역할, 말투, 주의사항까지 정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한창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그리 행동하라고 하였으니 마땅히, 너무나도 충성스럽게, 그저 그리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도 망각한다.


글감을 채팅으로 소모하다

LLM과 대화가 많아질수록, 글을 쓰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었다. 펜을 들거나 글의 초안을 쓰는 게 아니라 제미나이 앱을 켜고 '뭐라고 써야 얘가 좋은 답을 줄까?'라는 생각부터 한다.


나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LLM에게 좋은 프롬프트를 주기 위해 생각을 정리한다.

내 고유의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기보다, LLM에게 물어가면서 끊임없이 그 과정을 체크한다.


분명 LLM 은 내 일상에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내 고유의 이야기가 ChatGPT 나 Gemini와의 1:1 대화방에서 소주제거리로만 다뤄지고 휘발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 반년간 수없이 많은 주제로 그들과 대화를 했는데, 그 어느 것도 글로 써내지 않았다니... 반성의 여지가 다분하다.


이대로라면 어쩜 숏폼만 하루 종일 찾아다니는 상태랑 거의 비슷해질지도 몰라. 반성할 때다. 생각 중독에 빠지기 쉬운 나는 더더욱 주의가 필요해.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 내 안 깊숙이 자리잡기 전에 말이야...

작가의 이전글가족의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