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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딩북 Dec 07. 2018

Scene1. 꿈이 궁금해지는 사람 _이끌림

웨딩북 매거진 『 이대로 결혼해도 괜찮을까 』



Jessie   X   웨딩북

웨딩북 웨거진 에세이

"이대로 결혼해도 괜찮을까?"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무엇부터 준비해야할 지 모르는 예신들에게

옆집 언니이자 결혼 선배의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웨거진 에세이 '이대로 결혼해도 괜찮을까?'는 매 주 1회 업로드 됩니다.






  

 3년 하고도 손가락을 펴 몇 번을 접어야 하는 시간동안 나는 호주의 서쪽 그러니까 사람들은 쉬이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퍼스’라는 도시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는 중이었다. 이따금 밀려오는 삶의 권태나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빈곤함을 제외하고는 매일처럼 달리는 스완강의 석양에서 삶의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였다. 쉽게 만나고 또 헤어지는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쉽게 가벼운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했고 종종 서럽게 밀려오는 지갑의 가벼움은 내가 선택한 삶의 댓가라고 느끼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반대하시는 부모님께 상의 하나 없이 새벽 4시 언저리에 집을 나와 비행기를 타러 가던 그 날의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허기가 되어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아빠는 그런 나에게 다시는 부모라 부르지 말라며 모진 문자를 보내왔고 나는 3년이 다 되어가도록 그 문자에 답장 한 통을 보내지 못한 채 호주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요하던 사무실에 큰 프로젝트 하나가 주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달 간 진행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인센티브투어를 위해 열 댓명의 사람들이 필요했고 학교를 마칠 때면 사무실에서 매일 새로운 얼굴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한 채 인터뷰를 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서비스업에 맞지 않는 인상과 언행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다른 이는 부정적인 대답들로 긴 인터뷰를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후가 깊어갈 때 즈음 들어온 파란색 니트의 남자를 본 순간 나의 심장은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커피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용기와 성실함만 있다면 현지인들과도 충분히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건냈다. (후에 그 것이 진짜 현실이 될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을 하던 그의 모습은 대표님의 마음에도 들었는지 나는 일주일이 지난 후 그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맡은 주요 책임자 역할은 나를 꽤나 열정적이게 만들었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뜨거운 땡볕, 사막의 한 가운데서 마이크를 끼고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몇 번이나 똑같이 사막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고 호주의 자연환경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어내던 나는 쉬이 지칠 줄도 모르고 다음 날이면 동 트는 시간에 일어나 스완강을 달리고 또 자정이 넘어 마치는 일과를 해내고 있었다. 10명이 넘는 남자들 사이에 홀로 여자 멤버였지만 그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씩씩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심장이 뛰고 있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나에겐 수십번의 사막이지만 그 분들에게는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험일지도 모른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으며 마지막으로는 사막으로 향하는 내내 이따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츠비시 사륜구동 차로 손님들과 사막으로 들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던 열 명의 동료들은 땀에 절은 채 차 한 켠에서 식어버린 점심 도시락을 먹던 나를 위해 에어컨을 켜둔 채 기다리곤 했다. 그에 대한 마음이 들킬까봐 다른 사람들의 차를 모두 거치고서야 마침내 그의 뒷자리에 올랐다. 머릿 속 수많은 질문 리스트 중에서 생뚱맞게 내가 던진 것은 “오빤 꿈이 뭐예요?”라는 한 마디였다. 사실 그는 꿈이 궁금해지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모습보다 내일이 더 반짝거리는 사람,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이따금 꿈 꾸던 이상형을 그대로 빚어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만큼 그는 내가 꿈꾸던 많은 조건들을 만족시키고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한 달간의 길고도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고 뒷풀이가 시작되던 그 자리에서 그는 깜빡이도 키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는 과감함을 보였는데 그가 나에게 두서없이 던진 “넌 나랑 결혼하게 될거야” 라는 그 한 마디를 시작으로 우린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Jessie   X   웨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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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결혼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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