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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온도 May 31. 2021

헌 여행 줄게, 새 여행 다오

예전 여행곱씹다 보면 새 여행갈 수 있겠지..?

어릴 때 미래를 상상하는 상상화 그리기. 수업이 기억나는가? 요즘 애들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라떼는 말이야. 크레파스만 잡았다 하면 날아다니는 자동차부터 그려댔다. 한 번 수업에 내가 이렇게 기억할리 없으니 적어도 두 번 이상은 그려왔던 것 같다. 한 번은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그리고 한 번은 움직이는 아스팔트 도로를 그리고. 그렇게 그린 미래 상상화, 2020에는 그 어디도 전염병에 대해 그려본 적 없었다. 그때가 되면 지금 불치병인 병들도 다 치료법이 나와 하하호호 같이 살 줄 알았지. 그렇게 2020년에 당연히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씽씽 다닐 줄 알았던 나는, 닥쳐온 2020에 냅다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최초 발병지는 있으나 근원지는 없는 코로나 19 때문에 말이다.


2000년도 아니고 2010년도 아니고 2020에 전염병이라뇨. 아포칼립스물에도 좀비는 나와도 독감 같은 감기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이야긴 없었다고요. 살점이 뜯기면 옮는 거 인정. 그렇지만 말 좀 같이하고 밥 좀 같이 먹었다고 걸리는 전염병에 2020년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정말 '나는' 그려본 적 없던 미래다.


그렇게 내 뒤통수를 후려치며 코로나 시대가 왔다. 


처음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월이 생생하다. 큰 보고회를 앞두고 있어 청심환을 씹으며 출근했더니 보고회가 취소되었단다. 왜요? 대구에서 200명의 확진자가 나왔어. 예???

대구에 사는 우리 엄마는 그때를 그렇게 회상한다. 도시가 망한 것 같았다고. 개미새끼 하나 없고 사람 하나 없던 거리를 회상하며 아직도 몸 서림을 친다. 


아무튼 그런 작년을 지나와 올해, 솔직히 2월에도 올해 안에는 백신이 나오고 내년엔 정상화되어 여행은 가겠지 했다. 하지만 여행은 언감생심. 200명은 무슨, 확진자가 하루에 7~800명씩 나타나며 외출조차 줄이고 외식도 줄여가는 모양이 되었다. 언제 여행 갈 수 있어? 미국 갈래? 미국 가면 백신 맞게 하고 방생한대. 이 말을 노랫말처럼 이어 말하고 있으니 나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아아. 찬란하던 공항이여, 비행길이여, 면세품들이여..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을 저격하여 여행 전시회도 나오고 비행기를 탔다가 내리는, 인천 출발-인천 도착이라는 여행상품도 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근데 잠깐, 그것도 인천에서 인천으로 가는데 돈을 몇십을 쓰기엔 내 간이 너무 작더라. 결국 나는 그냥 방구석에서 손목 터널 증후군이 악화될 때까지 폰이나 만지며 시간을 죽이던 중이다.


그렇게 고향은 대구인데 서울에서 몇 번 가보지도 않은 유럽의 향수병에 걸려 골골 앓던 중, 여행기를 써야겠다! 다짐했다. 2011년도부터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가왔으니, 그걸 곱씹다 보면- 곱씹던 와중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해외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달력처럼, 숨겨둔 초콜릿이 아닌 여행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새 여행기를 쓸 수 있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매거진을 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무튼 이 시리즈의 목표는 내가 새 여행기를 쓰게 되는 것. 목표를 향해 한 번 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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