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온도 Jun 14. 2021

태국, 뙤약볕과 우기 그 어드메쯤

태국 - 몰아치는 이상기후와마지막 날몰아치는 내 잔금..

8월은 태국의 우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다녀와서야 알았지만 8월에 태국을 가는 건 보편적인 선택은 아니라고. 우리나라보다 덥고, 비도 내리기 때문. 그렇지만 대구의 38도보다 태국의 35도가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위안으로 나를 달래 보았다. 잘 달래 지진 않았다. 다신 여름에 동남아시아를 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셋째 날 아침, 택시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은 짧은 반바지를 못 입게 해서 근처에서 치마를 빌려야 했다. 다행히 입구 바로 옆에 치마 빌려주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도 어마어마해서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충 눈치껏 빌려서 시선 피해 치마 두르고 나와 왕궁으로 들어서야 했다.


황금칠이 되어있는 왕궁은 뙤약볕과 어우러져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게 했다. 어마어마했다 빛 반사가. 구경은커녕 그늘만 보이면 쪼르륵 뛰어가 그제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넘쳐나는 사람 때문에 대충 왔다! 나 여기! 정도의 기록만 남기고 폰도 더 이상 쓰지 않았다. 친구와 둘이 갔으니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찾았지만 그때의 나는 생각보다 소심하고 남에게 말 걸기를 많이 주저했으므로 결국 각자 찍어준 뒤태 정도만 남았다.


그렇게 왕궁에 신발 벗고 들어가 구경하는 곳에는 들어가서 구경도 좀 하고. 그 당시 발 냄새가 장난 없었다는데 나는 코가 없어서 (찐이다. 농담이 아님. 비염으로 후각기능이 좋지 않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대충 구석구석까진 아니고 큰길로 한 바퀴 돌고는 왕궁 구경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일정은 바로 옆에 있던 시장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복통이 시작된 게. 



파란 천막이 많던 짜뚜짝 시장이었다. 픽사 베이엔 없네. 아무튼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이라는데 엄청 커서 둘러보는데만 한나절 걸릴 것 같았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았지만 나의 건강이 많지 않았다. 원래도 부족한 건강 쥐어짜 다닌 여행이었는데 하필이면 월간 피바다가 시작되고 말았다. 생리가 시작되었단 말이다. 아이고 자궁님. 어쩌자고 저에게 이러한 시련을. 어릴 때는 생리통으로 쓰러진 적도 있던지라 약도 야무지게 챙겨 여행 왔는데 가방에 없었다. 이 무슨 집에 둔 금두꺼비 실정이란 말인가. 친구에게 나 배 아픈데? 하고 시동을 걸다 한 걸음 한 걸음 수척해지는 날 보더니 친구가 약,, 약 사 먹자!! 하며 약국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의자였던가 벤치였던가 바닥이었던가 주저앉아서 친구를 기다렸고, 이내 친구가 약국을 찾아왔다. 흐려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도착했는데, 아뿔싸. 나는 태국어를 못한다. 근데 생리통 영어로 아는 사람? 손 내려주길 바란다. 나는 몰랐으니까. 

걸스.. 엄.. 블러드.. 시킄,, ㅎ,,ㅎ,,, 거리며 배를 부여잡으니 맨스^&*? 라고 되물었다. 어! 마저 맨스! 그랬더니 생리통 약을 줬다. 귀신같지, 나의 콩글리쉬. 근데 결국 단어 검색을 했던가..? 이때 로밍을 해갔던가..? 로밍을 해갔는데 데이터를 다 썼던가 그랬던 것 같다. 모르겠다. 내 기억 돌려줄 사람..?

아무튼 약을 받아 들고 먹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근데 짜뚜짝 시장이 오후 여섯 시에 닫더라. 정신을 차린 시간은 아마도, 마감을 앞둔 30분쯤이었던 것 같다. 다급하게 선물을 고르고 원피스도 하나 챙기고 떠밀리듯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숙소 근처 마사지하는 곳으로 향했다.

어둑한 보랏빛 조명이 있는 무서운 곳이었는데, 다시 한번 상기하지만 어려서 용감했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너무 무서운 곳이었음. 아무튼 2층인가 올라가서 마사지를 받는데 이전 마사지보다는 약간 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와 아마 근처 가게에서 푸팟퐁커리 같은 걸 먹었었다. (픽사베이에서 비슷해 보이는 그림을 찾아와 봤다.) 정확하지 않은 이유는 그 가게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친구가 메뉴판을 들고 beef? pork?라고 물었는데 사장님 안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우리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여러 번 되물었다. 예? 에?? 하고 묻는 제스처를 여러 번 해서 친구가 cow, pig?라고도 물었는데 pig를 알아들어줬다! 그래서 무슨 요린진 모르겠지만 돼지고기와 이미지로 맛있어 보이던걸 하나 시켰다.


2개 메뉴를 어림짐작으로 시켰는데, 대충 때려 맞춘 것 치고는 너무 달콤하고 맛있어서 찾아보니 하나는 아마도 푸팟퐁커리였던 것 같다. 게가 있었거든. 하나는 그냥 돼지볶음.. 맛있었다. 태국은 정말 먹거리가 너무 맛있다.


그렇게 숙소로 들어가, 또 나는 숙면을 자고 (머리만 대면 자는 타입. 30분 내 숙면 아님, 3분 내 숙면임) 친구는 내 코골이에 이어폰을 틀어막고 자고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마지막 날은 사실 크게 일정이 없었다. 비행기 시간은 넉넉했으나 마지막 날까지 쥐어짜 놀 정성이 우리에게 없었다. 그래서 돈도 그냥저냥 배분해서 썼는데, 첫 여행이었던 나는 조금 소극적인 소비를 했고 결국 마지막 날 보증금 500을 돌려받으니 1200밧인가 정도 남아버리고 말았다. 식사는 100밧이었나 그랬음. 제일 크게 쓴 돈이 마사지 1500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결국 친구와 한 끼 식사에 500밧하는 밥집으로 가서 제일 비싼 거 시켜먹고 귀국해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했다...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다음 여행부터는 최소금액을 환전하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긁었다. 그러다 두 번째 여행 다녀와서 약 5개월 동안 거지였던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비밀..


이렇게 약 10년 전 여행을 흐릿한 기억을 뒤적거리며 써보았다. 첫 번째 여행의 묘미는 단연코 클럽, 그리고 마사지, 버블티! 다. 태국은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을 만큼 기억이 좋았는데 갈 곳이 많아 다시 재방문을 해보진 않았다. 가고 싶은 곳 다 가고 나서 다시 재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여행기를 쓸 건데 바로 프랑스 파리, 그리고 벨기에의 브뤼셀이다. 이번엔 그나마 좀 괜찮은 사진과 함께 여행기로 찾아오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여권, 첫 비행기, 첫 해외 태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