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할게요

여럿이 일할 때 모두가 꺼리는 일에 먼저 나서는 말

by 수살롱

대학교 때 과제 조든, 꽃이나 요리 같은 취미 클래스든 지금 하는 바리스타 초급반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커피에 대한 대단한 취미보다는 시간 있을 때 아무거라도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스무 살부터 50대 중후반 어머님까지 이런저런 동기를 가진 13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나잇대는 다양해도 이것도 결국은 팀플이어서 무임승차하는 뺀질이도 있고, 하려고 하나 어설픈 사람도 있고, 항상 궂은일을 도맡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

가만 보니 남에게 잘 미루고 뒷정리할 때 하는 척만 하는 무임승차파 지현이의 행주는 늘 하얗다. 설리 스타일 도화살 메이크업을 한, 커피를 안 마신다는 스무 살. 엄마가 수업을 신청했단다. 반면 행주가 항상 얼룩져 있고 제과제빵을 이미 배워놓아 부산에 디저트 카페를 차리는 꿈을 가진 스물두 살 혜수는 늘 뒤통수를 많이 본다. 돌아가면서 설거지하기로 한 건데 어쩐 일인지 혜수가 매번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통 앞에 서 있다.

"혜수야. 가만 둬. 왜 매번 네가 설거지를 해?"라고 엄마뻘 팀원이 한다고 나서자, 혜수는 이런다.

저는 여기서만 하잖아요. 언니는 집에 돌아가시면 거기서 또 하시잖아요. 여기서는 제가 할게요.



도리 없다, 생글생글 웃으며 귀여운 얼굴로 이렇게 말하니.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사랑스러움.

지현아, 이성에게 인기 있고 싶으면 메이크업이 아니라 이런 말과 행동이 더 효과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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