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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살롱 Mar 25. 2022

다정한 매력부자가 되고 싶어

매력과 평판이라는 인생자산이 중요한 이유

"가수는 실력보다 매력을 끌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의 시조새 격인 가수 윤종신이 <슈퍼스타 K>가 7개의 시즌 내내 강조하던 말이었다. 가창력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이 있어야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이미 완성된 인물보다 매회 발전하는 게 보이는 성장형 인물이 우승을 하거나, 2위로 프로그램을 마감해도 실제 데뷔해서는 1위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가수가 나오면서 입증되곤 했다.

매력. 내가 참가자라면 도무지 ‘매력을 어떻게 발전시키라는 거지?', '그걸 어떻게 측정하고 매길 수 있지?'하고 무척 난감해했을 것 같다. 매력을 글로 배워 의미가 있겠냐마는 사전적 정의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다. 더 난감하다. 그냥 잡는 것도 아니고 사로잡고 끌어내는 힘이라.




끌림, 쏠림, 꼴림, 홀림=매력. 그리고 평판이라는 자산

매력이 에로틱하게 작용할 때는 끌림, 쏠림, 꼴림, 홀림 네 단계로 흘러간다. 미국 라이선스 걸 매거진에서 일하던 시절, 번역 기사 중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 있는지 알아보는 신호의 하나로 대화할 때 상대의 토르소 부분 그러니까 몸통이 나를 향해 있다면 시선이나 팔다리 등은 다른 곳을 향해 있어도 호감이 있는 거라는 내용이 있었다. 어린 나이였던지라 대단한 심리학의 비밀을 안 건가 싶어 뿌듯해하며 주변에 참도 많이 이야기하고 다닌 기억이 난다. 하지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관심이 가면 몸이 그쪽을 향하게 되고 한번 더 찾아보게 되고 이미 말 걸고 있고 괜히 더 관대해지고 그런 거 모르겠는가. 일본 속담에 (사랑하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는데 사람이라면~.


경영학에는 평판 자산(Reputation Asset)이라는 개념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출신의 저널리스트 찰스 리드비터는 '20세기의 신용등급(Credit Rating)에서 21세기에는 평판자본으로' 협업과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야기한 바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크레이그 뉴마크는 "21세기의 힘과 영향력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최상의 평판과 신뢰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이동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고객이 직접 나서서 독립운동 후원과 착한 일, 잘한 일을 마케팅하는 LG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역풍을 맞은 두산, 갑질 경영과 오너가의 부정적 사건으로 아예 매각에까지 이른 남양유업까지 기업에 있어 평판 자산, 평판 리스크는 최근 몇 년 간 눈에 띄게 큰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건이 많았다.


평판은 기회도 되고 위기도 된다

가수 윤종신이 말한 매력이라는 자산 안에 사실 이 평판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나의 본질은 가만히 있지만 주변과 타인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평판. 이직을 경험해봤다면 알겠지만, 동종업계에서 자리를 옮기는 거라면 반드시 이전 회사의 동료나 상사 또는 경쟁사의 지인을 통해 '레퓨테이션 체크'를 한다. 그 과정에서 썩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리면 아무래도 성사가 쉽지 않다. 지난해 블라인드 앱에는 카카오 인사평가 시스템 중 동료평가 때문에 삶이 지옥이라는 임직원의 글이 올라와 이슈가 되었다. 카카오는 모든 직원이 동료, 상사, 후배에게 평가를 받고 또한 다시 평가를 하는 인사평가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문제였다. 좋은 답을 얻지 못하면 곧 직장 내 왕따처럼 느껴져 죽고 싶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IT기업인만큼 실리콘밸리의 기업 다수가 택하고 있는 이러한 360도 다면평가가 어떻게 보면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적응하기 힘들거나 보완이 필요한 면이 있겠다 여겨졌다. 결국 기업만 평판이 자산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성과 측정 기준으로서도 평판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살아남은 것은 다정한 것들이었다

듀크대의 브라이언 헤어 교수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평판과 매력 자산의 힘을 진화인류학적으로 알려준다.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었을까? 매일 반려견과 함께 눈 맞추고 교감하는 사람이라면 답은 너무 쉽다. 귀여워서. 곁에서 다정하게 전해주는 그 행복감을 늘 느끼고 싶으니까. 그리고 개는 귀여움을 받아 번영하는 길을 선택했다.

같은 유인원이어도 침팬지는 치열하게 싸워서 서열 1위가 된 수컷이 무리의 암컷을 모두 차지하는 것과 달리 보노보는 암컷이 무리를 다스린다. 보노보들은 서로 죽이지 않고 섹스를 하며 음식을 나누기를 즐긴다. 집단 중 가장 전투적인 침팬지와 가장 다정한 성격의 보노보를 비교하면 정반대 성격의 침팬지보다 다정한 침팬지가 훨씬 많은 새끼를 낳고 성공적으로 살아간다.

짝과 협력해야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실험에서 침팬지에게 압승한 보노보. 심지어 짝을 위해 먹이의 반을 남기기도 한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이것을 호모 사피엔스에게 대입해 주장한다. 이 이론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발달 패턴을 보이고 관련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성공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힘, 승리, 강함이 아니라 우정, 애정, 다정함. 이건 인류에게는 특히 효과가 입증된 전략이다. 브라이언 헤어는 워싱턴포스트에 “인간은 진화를 이룩한 종들 가운데 가장 협력적인 종이다. 멸종해 버린 다른 종(원시 인류)과 달리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는 이런 특성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다정함이 가진 힘의 증거다. 그러면서 “협력이라는 메커니즘이 깨졌을 때 우리는 믿을 수 없이 잔인해질 수 있지만 이런 메커니즘을 살리면 우리는 협력과 팀워크로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어려운 사회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정함이라는 매력이자 생존력

"부담을 안 줘야해" 언젠가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싱글 친구들이 "마음 가는 여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해?"라고 묻자 답한 말이었다. 잘생기고 잘해주고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은 여성이 부담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역시, 선수네~ 했다. 핵심이다. 부담을 주지 말아야 그 다음 기회가 생긴다. 상대방과 대화가 이어지고 사람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친근함, 다정함은 연애에도 이렇게 유리하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를 늘리고 댓글을 많이 받는 법? 나 역시 다른 계정에 가서 다정하게 많은 댓글을 다는 게 노하우다. 소셜연결망 자체가 인류의 다정함이 만들어낸 도구다. 그것의 이용자는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중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인 바로 우리 인간이고.


소개팅 기회도, 이직 제안도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고 편안하고 다정한 사람에게 많이 돌아간다. 가장 강한 침팬지가 아니라 가장 다정한 보노보로 살아갈 이유, 더 많은 적을 이기기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이렇게나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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