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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Sep 08. 2023

공립유치원에서 2주간 일하게 되었다

시작 전부터 쫄지 말 것

공립유치원에서 겨울방학 돌봄 교사로 2주간 일하게 되었다. 어제는 유치원 사전교육에 다녀왔다. 신랑이 데려다준 다기에 시간을 딱 맞춰 나섰다. 유치원 현관에 도착하니 56분이었다. 3층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고 지난번 면접을 봤던 다목적실로 갔다. 선생님 네 분과 앞에는 원감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시간을 딱 맞춰 오셨네요.”

원감선생님의 말씀에 모두가 기다렸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약속시간 5분 전엔 도착하기로 한다.

간단한 개인정보를 쓰는 종이받고 선생님들의 나이, 사는 지역을 알 수 있었다. 사전교육을 받으러 온 나는 필기구조차 없었다. 준비된 수성펜으로 공란을 작성하고 계약서와 기타 서류에 서명을 했다. 원감선생님과의 서류 작업이 끝나고 원내를 둘러보았다. 실내화 안신 발은 따뜻했다.


나는 타임머신 타고 미래로 온 듯했다. 도서관은 주제별로 나누어 책들로 빼곡했다. 자료실에는 다양한 미술재료와 주제별 교수매체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만나고 신경 써야 할 일을 안내받았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인력에도 놀랐다. 보건교사, 교무행정사, 당일 책임선생님 등 사립에서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다양한 호칭과 역할들. 아이들을 차량으로 인계할 때 뒤에서 도와주는 도우미 선생님 따로 있었다. 눈으로 본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참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고, 교사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알 수 있었다.


나는 2011학년도를 마치고 유치원에 처음이자 다시 왔다. 결혼 전 사립 유치원에만 근무했던 내게 공립 유치원은 처음이었다. 유치원 교사로서 공립에서 다시 시작이었다.


공립 유치원에 일하려면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한다. 정교사 자격만 있던 나는 일명 임용고사들의 빈자리를 메꿔주는(채워주는) 역할, 선생님들의 휴직과 방학기간을 대신해주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공립에서 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리는 방과 후과정 교사다. 지역마다 다르다. 어느 지역은 초등 돌봄 전담사처럼 교육공무직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채용하는 방과 후전담사가 있고, 그 외에는 나처럼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시간제기간제로 채용한다.

나는 1년 기간제인 방과후과정 교사채용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공립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 지수가 더 올랐다. 그래서인지 이번 2주간의 경험이 귀하게 다가왔다.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했던 10년 전 감각을 찾을 수 있을까, 엄마교사가 되어 다시 만들어갈까.

단절이라는 것에 시작 전부터 쫄지 말기로 했다.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내면경력을 쌓은 값진 날들이라고 믿었으니까.

나는 해낼 것이고 할 수 있을 거다. 

가슴 펴고 당당하게 시작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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