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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Mar 17. 2024

E.S.G. ? 이제 E(환경)말고...

트렌드 코리아 (10) 돌봄경제

‘돌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인터넷 사이트에 ‘돌봄’을 검색하면 대부분 고령자 혹은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들 곁에서 젊은 성인이 그들에게 손길을 제공하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의 대상이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특정 집단으로, 돌봄의 주체는 그들과 가까운 누군가(대체로 가족) 혹은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특정 직업군으로 표상되고 있는 것이다.



돌봄을 둘러싼 경제는 변모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지난 수십 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고, 초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돌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돌봄에 관한, 혹은 돌봄에 의한 경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세 가지 유형의 ‘돌봄경제’를 살펴보자.



첫 번째로 변화하는 돌봄경제는 어린아이나 고령자 대상의 전통적인 돌봄, 다시 말해 도움형 돌봄이라 할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가장 시급한 분야이기도 하다. 도움형 돌봄의 변모 양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술의 도입이다. 도움형 돌봄에서 가장 큰 화두는 도움을 제공할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 기술과 로봇을 활용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다수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봇핏’이라는 이름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을 출시했다. 해당 로봇은 하체 근육의 약화로 보행이 점차 어려워지는 고령자들이 착용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케어 엔젤(Care Angel)’은 음성인식을 통해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고령자에게 매일 정해진 시간대에 전화를 걸어 수면·약 복용·안부 등 여러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분석해 자동으로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는 주기적으로 가족이나 담당의에게 전달되어 매일 보호자와 의료진이 방문하지 못하는 고령자의 일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할 돌봄경제는 마음돌봄의 영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료 환자 수로 놓고 보면 20대가 19만4200명으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는데 마음돌봄의 대상은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마음돌봄이 기존의 돌봄과 또 다른 특징은 직접 자신을 돌보는 ‘셀프 케어’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마인드 웨이’라는 서비스는 상담사나 병원의 진료를 받기 부담스럽거나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키트를 판매하는 서비스이다. 여러 주제로 구성된 ‘마음여행 키트’는 길게는 4주, 짧게는 1회용으로 완료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키트에 포함된 글을 읽고 순서대로 글을 적어나가다 보면 쉽게 자기 내면에 집중해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의 마음돌봄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비대면 멘탈 케어 서비스인 ‘하잉’은 캐릭터와 대화하는 형식의 AI 서비스로 청소년이 편안하게 마음속 고민을 터놓을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가 이전의 상담 내용을 기억해 안부도 확인하고 그때그때 고민에 적합한 위로를 전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마음돌봄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호텔업계와 전자제품 업계가 마음돌봄을 테마로 협업하는 사례도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디지털 웰니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LG전자에서 선보인 뇌파 분석 디바이스인 ‘브리즈(brid.zzz)’를 체험할 수 있는 객실 패키지를 마련하고 이와 연계된 마인드 케어 클래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돌봄 영역은 돌봄의 대상과 주체가 개인이 아닌 공동체, 사회로 확장된다. 바로 ‘관계돌봄’이다. 2022년의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34.5%이다. 이미 세 집 중 한 집 이상은 가족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 관계인 가족 관계의 약화에서 알 수 있듯 사회 전반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인들을 연결하는 연결망이 약화하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문제를 넘어 여러 안전망이 부족해지면서 사회의 틈새를 채우는 관계에 대한 돌봄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 역할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원시는 1인 가구 지원 사업 브랜드 ‘쏘옥(SsOcC)’을 만들고 수원시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관련 사업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용 온라인 포털도 열었다. ‘연결, 안심, 편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1인 가구를 위한 40여 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1인 가구의 ‘연결’을 위해 함께 요리하는 등 다양한 체험 수업을 열어 해당 지역 1인 가구 간 교류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업의 경우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고 하는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최근 환경(E)을 넘어서 ‘S’에 해당하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청소년의 꿈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KB 드림 웨이브(Dream Wave) 2030’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중 ‘KB작은도서관’은 사용하지 않는 지역 시설을 다시 꾸며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독서 공간이자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유제품 업계는 수년전부터 독거 노인 가정에 
우유 배달을 통해 안부를 확인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돌봄은 이제 개인, 정부 그리고 기업까지도 주목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슈가 되었다. 


낸시 폴브레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그의 저서를 통해 우리 경제에서 돌봄이 차지하는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까지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을 추동한 것이 개개인이 각자의 이윤을 좇는 것을 의미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면 향후 극단적 개인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돌보려는 ‘보이지 않는 가슴’이다.” 인류에게 필수 불가결한 돌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소수 집단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서 돌봄경제를 어떻게 전개해갈지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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