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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 Sep 16. 2020

<목포> 근현대사의 랜드마크.

타임머신 없는 워너비 시간여행자를 위한 도시.

 



   우리가 흔히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들은 대부분 근대 이전의 역사들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궁들과 한복체험을 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대부분 비슷한 시기를 떠올릴 것이다. 게다가 현재 출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 대부분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방문하여 첨성대 앞에서 반별 단체사진을 찍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많은 유적지, 문화재와 방대한 기록들은 미디어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도 통하지 않을 그 시대를 가장 익숙하다 여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목포 구도심을 거닐 때 나는 정말 타임머신을 탄 시간여행자가 된 느낌이었다. 부모님의 어릴 적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과 닮아 있지만 묘하게 추정하기 어려운 근현대사의 어느 시기쯤에 뚝- 떨어지고 만 기분이었다!  




 


목포는 호남선의 가장 마지막 종착역이다. 처음 목포역에서 하차했을 때, 저기가 나가는 출구인가 해서 비적비적 걸어갔더니 출구가 아니라 더 이상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선로의 끝이란 것을 발견하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가면 목포는 종착이 아닌 호남선의 시발점에 더 뜻이 있다. 개항 후 일본에 물자를 송출하기 위한 대표적 항구 중 하나였으며 농산물이 풍부한 전라를 거친다는 명목으로 노선이 선정되어 일제강점기 당시 개통되었으니 그러하다. 목포에 근대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은 단지 광복 이후 쇠퇴하며 타 도시 대비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전의 손길이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남아 있던 문화유산들이 지금에서야 빛을 보고 있다.



구 일본영사관, 현 근대역사1관  /  당시의 백화점으로 쓰이던 건물.


목포역에서 걸어 도착할 수 있는 근대 역사관은 가장 먼저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역사관으로 도착하기까지 자연스레 구도심을 걷게 되는데, 비교적 최근의 시설을 갖춘 알록달록한 가게들보다 잿빛으로 멈춰버린 시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맥을 이어가서,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시대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옛 느낌의 미용실 등을 보고 있자면 저곳만 사실은 워프 된 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걸으면서 눈에 들어온 건물들이 언제 건축되었고, 왜 도심이 정돈되어 있는지, 이 도시가 얼마나 번영했는지는 근현대사 박물관에서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박물관을 쭉 둘러보고 뒤편에 있는 방공호까지 보고 나면 비로소 목포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마치 잿빛 같았던 도심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내 머릿속에 소리와 생동감이 덧입혀진다. 그 당시 백화점까지 있을 정도로 부유층이 많았던 이 곳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문득 궁금하여 택시 기사님께 여쭈니 '서울 명동 땅값보다 비쌌어요.'라고 일축하였다. 아하.




SNS에서 '목포'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 카페를 방문하면 이 도시가 뉴트로보다 레트로에 지향점을 두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방학에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 마냥 구식 소파에 앉아서 흘러나오는 <단발머리> 가사를 흥얼거리다 보면, 갑자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더 이상 겉돌지 않고 수더분해진다. 물론 이런 감상이 아니더라도 유달산 자락을 따라 늘어진 해양케이블카와 목포대교를 바라보는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있어 목적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그 규모가 어떠한 코스를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피니티 풀과 오션 프런트 뷰를 갖춘 근사한 6성급 호텔과,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다 이 곳 목포에 매력에 반해 가게를 차린 어느 멋진 셰프의 이야기가 없더라도 순천만 정원처럼, 여수 엑스포처럼 이 구 도심의 테마가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흔히 일상을 벗어난다고 말하는 공간적인 뜻 외에 현재의 시간을 벗어나게 만드는 기이함 그 자체다.  돌아오는 길 정말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뭐에 홀려 한동안 내 연관검색어 키워드가 '목포'로 도배된 것만 봐도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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