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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송 Dec 11. 2021

첫 직장 첫 출동 첫 경험들......

소방공무원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다.

소방공무원으로 최종 합격하면 보통, 발령 인원수에 맞춰 소방학교에서 몇 주간 신규임용자 교육을 받은 후 119소방안전센터(이하 소방서) 등에 배치되어 근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아마도 실기시험 점수가 낮아서 그랬는지 발령 순위가 뒤였음) 최종 합격 후 2달 정도 후에 발령이 났고, 발령 인원이 적다보니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지도 않고 센터에서 자체 교육을 받는 식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 경험상 공무원 세계의 업무 인계인수(전임자로부터 업무 인수나, 조직 안에서 선임자에게 배우는 것을 통틀어)는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으며, 충실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소방서 발령 첫 날, 나와 함께 발령 받은 A, B는 선임들로부터 장비 사용 요령을 교육 받았다. 모의 화재 장소에서 공기호흡기를 착용해보고, 소화 호스를 소방차량에서 꺼내 불을 꺼보고 하는 게 아니라, 소방서 안에서 장비 사용 요령을 교육 받다니, 교육을 받으면서 이렇게 하고 불을 끄러 나가도 될까 하는 깊은 걱정이 들었다.


내가 발령 받은 동의 소방서는 구도심지에 영세한 공장들이 많아 화재가 자주 나기로 유명한 곳 이었는데, 발령을 받고 2주일도 안 되어 화재출동을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119소방안전센터는 3개 팀(한 팀에 팀장1, 경방3, 소방차 운전 경방2, 구급대원2 총8명)으로 구성되고 3개팀이 교대근무를 하는데, 첫 출동 때 나는 팀장님과 함께 사수와 부사수로 출동을 하게 되었다. 팀장님은 사수로 앞에 서서 소방호스를 잡고 전진하면서 불을 끄고, 부사수인 나는 뒤에 서서 소방호스를 끌어주면서 화마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팀장님은 내가 첫 출동인 것을 알고 검은 연기만 많이 보이니 큰 불은 아닐 것이다, 걱정 말고 내 뒤에 바짝 붙어서 와라하며 안심 시켜 주었다. 하지만 첫 출동에 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 공기호흡기는 착용하는 데 왜 이리 안 되는지,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팀장님 말대로 공장 2층 사무실에서 난 불은 창문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만 커보였지 내부에 불은 그리 크지 않아 20~30분만에 불을 껐고, 사무실 서류와 집기만 탄 채로 피해도 그리 크지 않은 화재였다.

모든 첫 경험은 강렬하여 이후에도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처음 자전거를 타던 때, 첫 싸움, 첫 사랑, 내겐 첫 번째 직장이면서 첫 번째 화재출동이었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도 1주일에 한번이상은 화재 출동을 했던 것 같다. 계속된 출동으로 나는 차츰 현장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출동을 하면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몸으로 알아 나가기 시작했다.

3달가량(공무원 시보기간은 6개월이다. 회사로 치면 수습 같은 개념인데, 형식적으로 이 기간을 잘 넘겨야 정규 공무원이 되나, 일반적으로 모든 신규 공무원은 문제없이 보내는 시간 같다)은 업무를 배우고, 팀원들과 단합회도 가고, 동기들 모임에 나가느라 힘들고도 재밌는 시간을 보낸 듯하다. 지난 4년이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 받고자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나도 일 할 수 있고 돈 벌 수 있고(특히나 매달 월급을 어머니께 드릴 수 있어 너무 기뻤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자존감도 높아진 듯 했다.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동안 3개 팀에서 모두 근무 해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발령 받은 A팀에 팀장은 키는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에, 운동을 좋아하고 술을 마셔도 티를 내지 않았고, 말수가 많진 않으나 상황 판단을 잘 하는 듯 했다. 화재 현장에서도 엄청 용감하게 가장 먼저 직진하는 스타일 이었다. 배울 것이 아주 많은 분 이었다. 그래서 팀 분위기도 좋았다. B팀은 내가 그만 두기 전까지 4달 정도 근무 했는데, B팀장은 독선적, 위계적, 권위적인 사람으로 술을 좋아해서 내가 야간 근무할 때에도 본인은 비번이면서도 술 취한 상태로 소방서에 와 직원들에게 술을 권하던 아주 저질의 팀장 이었다. 게다가 키 크고 덩치까지 있어 화재현장에서 본인 뜻대로 안 될 때는 화를 참지 못 하고 흥분까지 잘 하는 스타일로 B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함께 근무하고 싶지 않은 악명 높은 팀장 이었다. C팀에서는 2주가량 대타로 근무를 했는데, C팀장은 소방서 근무 전에 사기업에 근무하다가 이직한 케이스로 본인도 화재현장은 언제나 두렵다며 내 몸이 우선이라고 말했던 약간 털털한 아저씨 스타일에 편안한 팀장 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근무하면서 나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본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도록 처신하고, 상황에 따라 이리도 나쁘게 변할 수도 있는지 목격하였다. 나는 이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곤 하던 때가 많았다.


2010년 3월쯤 교육행정직 시험이 곧 있을 거란 소식을 접했다. 전부터 준비했던 일반행정직 시험은 아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뭐든 하면 될 것 같단 자신감이 있었고1개 과목만 바꿔 준비하면 됐기에 6월에 있을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소방서에서 백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1평짜리 고시원을 시험 전일까지 계약했고, 소방서 근무가 끝나고 별일이 없으면 바로 고시원에 들어가 공부하고 출근하고를 반복했다.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배경은 제가 좋아했던 영화 분노의 역류 포스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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