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지만 오전에 건강검진을 마치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건강검진을 위한 공가를 쓰기 전, 한동안 고민이 깊었다. 거동이 불편할 만큼 아픈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있는 교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적어도 내 주위 대다수의 동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 내 경우로 한정 지어 솔직한 마음을 적어본다면, 사실 아이들을 위해서 평일 공가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나 대신 내 수업을 메꾸어야 하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고, 그 기저에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비난에 취약한 내가 있다. 언제나 대외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평일 공가를 선뜻 신청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내 자리를 충실히 지키고, 늘 해사한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업무적으로 폐 끼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사람. 그렇담 아이들 공개수업을 보러 가기 위해 이틀 연속 돌봄 휴가를 쓴 동료는 나쁜 사람이란 말인가?
담임이 돌봄 휴가나 공가를 평일에 사용하는 것은 아직까지 부자연스럽다. 출산을 하고도 짧은 휴가 후 다시 교단에 섰던 선배님들이 지금의 관리자 세대이니 허락을 해주면서도 석연찮아하는 분들이 많다. 미묘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교사 성직관의 틀을 깨고 복무 활용의 유연성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 위 물음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가 되겠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토요일은 내 것으로 지키고, 평일에 공가를 쓰고 건강검진을 받기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불편하더라도 용기 내어 내 몫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 자리를 비우는 동료의 사유를 따지지 않고 백업해 주는 사람. 솔직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
장고 끝에 교실을 비워본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쩐지 후련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