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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성상회 May 24. 2024

좋은 사람이란

금요일이지만 오전에 건강검진을 마치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건강검진을 위한 공가를 쓰기 전, 한동안 고민이 깊었다. 거동이 불편할 만큼 아픈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있는 교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적어도 내 주위 대다수의 동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 내 경우로 한정 지어 솔직한 마음을 적어본다면, 사실 아이들을 위해서 평일 공가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나 대신 내 수업을 메꾸어야 하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고, 그 기저에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비난에 취약한 내가 있다. 언제나 대외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평일 공가를 선뜻 신청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내 자리를 충실히 지키고, 늘 해사한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업무적으로 폐 끼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사람.  그렇담 아이들 공개수업을 보러 가기 위해 이틀 연속 돌봄 휴가를 쓴 동료는 나쁜 사람이란 말인가?


담임이 돌봄 휴가나 공가를 평일에 사용하는 것은 아직까지 부자연스럽다. 출산을 하고도 짧은 휴가 후 다시 교단에 섰던 선배님들이 지금의 관리자 세대이니 허락을 해주면서도 석연찮아하는 분들이 많다. 미묘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교사 성직관의 틀을 깨고 복무 활용의 유연성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 위 물음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가 되겠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토요일은 내 것으로 지키고, 평일에 공가를 쓰고 건강검진을 받기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불편하더라도 용기 내어 내 몫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 자리를 비우는 동료의 사유를 따지지 않고 백업해 주는 사람. 솔직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


장고 끝에 교실을 비워본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쩐지 후련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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