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A대리의 어느 평범한 평일 퇴근 후,
[회사 근처 맛집에서 친한 친구들과 둘러앉아 상사 욕을 안주 삼아 연신 맥주를 들이켠다. 회의 시간에 팀장이 나에게 망신 준 일을 생각하면,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지만 친구들과 실컷 떠들고 나니 한결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다. 문득 ‘내 주변에는 이렇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심 깊은 사람들이 많은데, 왜 가는 회사마다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A대리처럼 회사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내 주변에도 꽤 많으며,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결정한다. 이처럼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회사 상사, 내 옆 자리 동료를 인형 뽑기 하듯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관계는 내가 컨트롤해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한 맘에 안 드는 상사, 히스테릭한 사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직에 성공한들, 새 직장에 좋은 사람들만 있으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우리는 이미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에 대해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조절하고, 선택할 수 없는 부분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결국 해결책은 내 안에서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누구나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나 역시 하루하루 고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Office worker로서, 회사에서 실제로 맞닥뜨리는 어려운 인간들을 대처하는 노하우를 나름 축척해나가고 있으며 나와 같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은 마음에 끄적여본다.
지금은 온정주의 문화가 많이 사라진 편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에 민감한 편이다. 나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 ‘우리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 봐도 공동체적 온정주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情)’이 끼어들어갈 수 없는 조직이 바로 ‘회사’라는 곳이다. 여기서 ‘회사’의 정의를 한번 짚고 가려고 한다. 회사의 사전적 정의는 “상행위 또는 그 밖의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이다. 회사는 근본적으로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동시에 속해있는 ‘가족’, ‘친구들’, ‘동아리’ 등의 조직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를 ‘친분 쌓기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조직’에서의 인간관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는 일을 하러 간 곳이지, 친목을 다지러 간 곳이 아니다.
상대에게 업무적으로 꼭 필요한 말을 한 것이라면, '오늘 B과장님 표정이 안 좋은데..혹시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B과장님 기분이 나빠지신 건 아닐까?', '조금 더 완곡하게 부탁을 했어야 하나?'라는 고민은 고이 접어 날려버리자. 앞에서 괜찮았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일할 때는 회사 사람들의 앞면만 봐라. 뒷면까지 헤아려야 하는 경우는 가족, 친한 친구들에게나 해당된다.
회사와 나는 엄연히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이며, 내 옆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바쁘게 업무를 쳐내다보면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그 사실을 가끔 잊게 되는 것 같다. 지금 내 위의 팀장이 또라이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한들, 그 사람과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하게 될 것 같은가? 회사에서는 수시로 조직개편이 일어나며, 그 팀장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될지 내가 어느 조직으로 배치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와 반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반려자가 아니며, 분명히 끝이 있는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은 너그럽게, 그리고 큰 기대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한테 깨지면 자존심도 상하고, 이유를 막론하고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그런 속상한 감정이 무색할 정도로 업무는 다시 바쁘게 돌아가야 하고, 회사 안에서는 그 누구도 나의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이럴 때는 재빨리 이 감정을 흘려보내야 한다. 안 좋은 감정을 안에 품고 있어봤자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 하나뿐이며, 업무를 할 때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비록 방금 전 상사한테 혼났다고 해도, 상사가 다시 말을 걸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 지으며 답해보자. 그리고 짜증 나는 일로 감정 컨트롤이 어려울 때는,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게 옥상에 가서 바람을 쐬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는 의식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온갖 방법을 다 쓴다 해도,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100%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려우며 영원한 숙제로 여겨진다. 더불어 만약 폭력, 폭언을 일삼는 끔찍한 상사 밑에 있다면 이런 방법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에 5일, 하루 8시간 이상을 가족보다 더 많이 봐야 하는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의 스트레스 속에 나를 무방비로 방치해둘 수도 없다.
직장생활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드는 열쇠는 바로 자신이 쥐고 있다. 내일도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들이 한 뼘 더 행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