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려서 재능과 흥미를 일찍이 찾았고, 그 재능을 발휘하며 경제적인 만족도 충분하다. 더군다나 매일 일을 통해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면?
정말 큰 축복이다. 본인의 영역을 계속 넓혀나가고 더 많은 도전을 하시기를 소망한다.
나는 취업 이후 5년이 넘는 직장생활 동안 매일 업무계획과 로드맵으로 머리를 굴리면서도, 단 한 번도 내 인생의 로드맵은 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학교 때는 엄마 손을 잡고 무시무시하다는 평촌 학원가에 입성해서 새벽 2시까지 특목고 준비를 하였고, 특목고 입학 뒤에는 모두가 'SKY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서로 경쟁자로 인식하는 환경에서 '진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한 인지조차 할 수 없었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못하진 않아서 부모님의 바람대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에 와서도 이러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생김새, 성격, 취향 모두 제각각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 공기업 취업’이라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치열하게 스펙을 쌓고 있었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었고,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입사지원서를 쓰고 그에 맞는 자격증을 준비했었다.
아직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무작정 입사지원서를 쓰기 전에 아래와 같이 본인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자
서류를 검토하는 기업 인사담당자, 현업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대기업 취업에만 목적을 두고 지원한 사람”과 “이 업과 직무에 로열티가 있고, 충분히 고민한 사람”의 입사지원서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입사 후 회사생활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기 위해서라도 산업과 직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고민의 순서는 1) 산업 -> 2) 직무 -> 3) 회사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1) ‘어떤 업’에서 종사할 것인가
산업 분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세분화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3차~4차 산업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산업군이 있으며 그중 어느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그 업 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게임을 즐기며 게임에 대한 이해도 역시 충분하다면 게임 산업에, 코덕 메덕으로 불릴 정도로 화장품 관련 빠삭하다면 뷰티 산업으로, 재경 분야에 줄곧 관심이 있었고 그에 맞는 자격증도 여러 개 보유하였다면 금융업 쪽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직무’만 정해지면 산업이야 크게 관계없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어떤 업에 종사하며 가치를 창출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이후에 내린 결정은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더불어 취업 1차 관문을 뚫는 것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 ‘어떤 직무’로 회사의 이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산업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과 마음의 결정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 산업 내에서 나는 무슨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향후 커리어, 전문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하고 배웠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자.
문/이과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현재까지는 직무를 선택함에 있어 전공을 무시할 수 없으며 취업률 역시 전공의 영향을 받는다. 다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문과’ 쪽 전공은 상대적으로 취업문이 좁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 직무에 대해 더 철저한 준비를 해두어야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고 입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직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경우, ‘대기업이면 일단 지원하자’라는 마음에 지원하는 회사마다 직무가 다 다를 수 있다. 영업, 마케팅, 재무, 인사 등 기업에서 각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나는 어떤 업무 역량과 강점이 있는지 같이 정리해보자.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함께 과제를 수행했거나 대외활동을 같이 하였던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봐야 한다.
그런 다음 해당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강점을 매칭 시켜보면 조금이라도 더 가깝고 흥미가 생기는 직무가 있을 것이다.
3) ‘어떤 회사’를 다니고 싶은가
산업, 직무에 대해 방향성을 결정했다면, 역량을 펼칠 무대인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다녀보고 직접 그 조직을 경험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고민이 될 것이다. 100프로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대신 최소한 양보할 수 없는 몇 가지 요건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면, 아무리 급여 수준이 높아도 잦은 야근은 견딜 수 없는 소위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록 야근이 많아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나 또한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라며 '회사의 성장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개인마다 중요시하는 기준이 다르다.
회사생활을 하는 주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재직자들의 솔직한 평가가 담겨있는 사이트 글도 살펴보며 (대부분 회사 욕일 것이다) ‘아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라는 기준을 세운다면 어렵게 들어간 첫 회사를 허무하게 퇴사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 취업하는 방법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진로를 택한 친구들도 주변에 꽤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다양한 직무의 사람과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경험치를 쌓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넓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단계 레벨업을 한 이후에는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취업은 정말 어렵다. 그럴수록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고 그 준비가 단순 삽질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과 상대(기업)에 대한 분석이 필수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을 경험한 자로서, 또 재직 중인 기업의 인사담당자로서 작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게재할 계획이다.